화려한 개인기로 무장한 박준효가 김민재를 꺾어내는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박준효는 시즌 초반만 해도 화려한 개인기가 강점인 선수란 것, 온라인에서 내노라하는 실력자라는 것. 이 정도로만 알려졌던 선수였습니다. 그만큼 챔피언십에 쟁쟁한 선수가 몰리면서 그 어느때보다도 치열했던 시즌이기도 했지요.

하지만 이랬던 그가 김민재를 꺾었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한승엽 해설은 김민재의 스타일이 박준효와 상극이기에 김민재가 쉽게 이길 것이다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리고 실제 경기에서는 예상을 뒤엎는 일이 일어났죠. 박준효, 이번 시즌에서 그는 과연 어디까지 향할까요?



Q. 4강에 오른 박준효 선수, 일단 자기소개부터 시작해볼까요?

제 이름보다는 닉네임이 더 익숙하실거에요 'Exodus제독신'이란 닉네임을 사용하는 박준효라고 합니다. 나이는 스물 셋이에요.


Q. 전 시즌 우승자 김민재를 꺾고 4강에 올랐습니다. 실감이 되나요?

실감은 지금도 잘 안나는 것 같아요. 기사를 볼 때마다 조금씩 실감이 나죠. 자랑같기도 한데 돌풍의 주역이란 기사를 볼 때마다 "내가?"란 생각이 들어요. 주위에서도 난리가 났어요. 8강이 관건이었거든요. 4강 끝나고 휴대폰을 보니까 난리가 났더라고요.

페이스북에 저를 응원해주시는 팬들까지 완전 도배가 되서 난리가 났죠. 정말 몸둘바를 모르겠어요. 이렇게 일낼 줄 알았다란 말이 제일 인상 깊었어요. 이번 대회를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했지만 저번 시즌에는 전혀 성적을 못 냈거든요. 개인전은 아예 몸이 아파서 출전 조차 하지 못했고요.

제가 언더그라운드 중의 언더그라운드란 말을 많이 들었어요. 친구들도 "네가 피파를 잘하는 것은 알겠지만 보질 못하니까. 알 수가 없다"라고 했죠. 이렇다할 결과가 없으니까 인정도 받지 못했었죠.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서 많은 지지를 받는 것 같아 좋은 것 같아요.


Q. 어떻게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을까요? 가장 큰 원동력은?

이긴다는 목적보다 개인전에서 성적이 좋았던 부분은 상금에 욕심이 없었어요. 재미있게 하고 싶었어요. 예를 들면, 개인기를 많이 쓰고 화려하게 하면서 박준효가 정말 그렇게 잘하더라 이 이야기를 듣고 싶어 나왔거든요. 다른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었어요.

지고 떨어지더라도 박준효처럼 즐겁게 게임하면 그게 피온3이지 않나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었어요.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성적이 따라주더라고요. 지금도 그렇지만 순위 경기를 하면 카운터 어택만 노리고, 재미가 없어요. 그런 트랜드를 바꾸자란 생각도 있었던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말씀하신 부분을 실현하기 위해 경기 준비를 어떻게 했나요?

다른 선수들은 이기기 위해서 전략과 전술을 짰을 거에요. 저같은 경우는 다른 전개라든지 루트를 개발하는게 아니라 개인기를 집중적으로 연구했어요. 바디페인팅은 뻔하잖아요? 대회영상을 작년부터 보니까 슛 페인팅이나 방향키 이동기로 개인기를 구사하는 선수가 아예 없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이렇게 하면 나도 즐길 수 있겠지만 상대가 전혀 예상하지 못하겠다 싶었는데 역시나 그렇더라고요. 온라인에서는 긴장을 하지 않다보니 상대에게 슛 페인팅을 해도 읽히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방송경기에서는 긴장하다보니 아무리 노련해도 100% 수비력이 나오지 않거든요? 아무도 막지 못하더라고요.

저는 VOD를 볼 때 상대 공격은 안 봐요. 수비만 보죠. 앞으로 나와서 수비하느냐 뒤로 빼서 수비하느냐, 그걸 보고 이미지트레이닝을 하니까 상대의 수비를 뚫기가 쉽더라고요.


Q. 누구나 긴장을 한다라고 했는데 김민재도 긴장하던가요?

긴장을 1세트에서는 좀 하던데 2라운드에서는 전혀 하지 않더라고요. 수비를 어떻게 뚫어야지? 하고 걱정했는데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를 살짝 하더라고요. 제가 그 부분을 놓치지 않고 뚫고 나니까 3세트부터는 긴장을 많이 하셨더라고요. 민재형 말로는 렉 때문에 수비를 못했다고도 하는데 긴장이 너무 심해서 틈이 생기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도 당황은 안됐어요. 피온3가 평소에도 약간씩의 렉이 있거든요. 항상 있던 일이라 익숙했어요. 그 경기 이후 EA와 연대해서 강력하게 조치한다고 했고, 다음 경기를 보니 지금은 해결이 된 것 같아요.


Q. 본인이 이번 시즌 돌풍의 주역으로 올라서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생각은?

돌풍의 주역은 (양)진협이 형인 것 같거든요? 워낙 쟁쟁한 선수들을 꺾고 올라왔잖아요. 그래도 저를 돌풍의 주역으로 봐주시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다들 이렇게 말씀하세요. '체증'이 내려간다고. 다들 상금을 위해 카운터 축구를 하는데 저는 개인기를 섞어서 화려하게 하니까요. 제가 그렇게 엄청나게 화려한 것도 아닌데 다른 분들이 너무 투박하게 해서 제가 더 부각받지 않나 합니다. 사랑받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정말 기쁘더라고요.


Q. 4강은 팀킬이 성사되었는데요. 어떻게 풀어나갈 생각인가요?

아직 많이 연습 안 했어요. 같은 클럽원이고 민재형이랑 스타일이 비슷하거든요. 수비를 워낙 잘하고 카운터 어택을 노리는 선수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8강과 똑같이 가되 한 방의 필살기를 준비하려고 해요. 수비를 돌파하기 위해 여러가지를 준비했거든요. 하지만 전부 마스터는 못할 것 같고요. 한 두가지만 마스터를 해서 써보려고 준비중입니다.


Q. 팀킬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요?

어렵죠. 부담된다기 보다는 다전제지만 제가 볼 때는 1세트를 따냐 못 따냐가 4강과 결승을 결정지을 것 같아요. 8강까진 몰랐는데 상당히 압박감을 받을거에요. 한 판만 이기면 결승이니까요. 1세트를 잡는 것이 승부의 분수령이 될 것 같아요.






Q. 피파온라인은 언제부터 시작하게 됐나요?

피파계열 게임은 피온2때부터 제대로 헀던 것 같아요. 대회나가서 준프로게이머 자격도 땄지만, 지금처럼 큰 대회가 많지 않았어요. 준프로라도 일반인과 다를게 없었죠. 지금도 큰 차이는 없어요. 챔피언십 진출자 정도죠. 저희도 알아요. 프로게이머란 명칭은 협회 등록 선수가 쓸 수 있는 명칭이니까요. 저희는 피온3 유저들의 대표일 뿐이지 프로게이머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Q. 지난 시즌 참가를 못했다고 했었죠? 이유는 무엇인가요?

몸이 많이 아파서 온라인 신청 기간에 병원에 입원해 있었어요. 순위 경기를 어느정도 해야하는데 게임을 할 수가 없었어요. 지금도 조금 아파요. 심혈관쪽, 부정맥이 있어요. 혼자 올라와서 서울에 있다보니 밥도 잘 안챙겨먹고 기름진 것 많이 먹고, 그러다보니 어느순간 심장이 아프더라고요. 병원 가봤더니 이런 결과가 나와 입원하게 됐어요. 요즘에도 조심해야 해요. 술담배도 거의 하지 않고 자제를 많이 하고 있어요.


Q. 지난 시즌에 출전하지 못한 것이 아쉽지 않은지요?

지금와서 하는 말이지만 저번 시즌 개인전 챔피언십을 나갔다면 4강은 그냥 가지 않았나 싶어요. 아쉽기는 했어요. "저 사람이 저기까지 가다니!"란 생각도 들었어요. 저랑 원창연 선수랑 동갑이기도 하고, 워낙 친하시고 해서요. 창연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 보기 좋더라고요.


Q. 사투리 억양이 좀 있으시네요. 고향이 어디신가요? 서울에 살게되신 이유는?

경남 진주요. 의류 사업을 하고 있어요. 도매로 옷을 떼서 내려주는 일을 해요. 진주에 제 가게도 있어요. 그런데 진주와 서울을 오가기엔 너무 힘들어서 방을 잡았죠. 신림역 근처에 방을 잡고 나니 옷을 떼러가는 날이 아니면 할 일이 너무 없는거에요. 그런 와중에 피파온라인이 나왔어요. 위닝 일레븐과는 다른 매력에 빠져들어서 할 일도 없고 하니 집에서 게임을 했죠.

어느정도 수준이 되니까 이제는 게임도 질려요. 그러니까 아프리카TV가 눈에 들어오는거에요. 이쪽에서 방송을 진행하니까 사람들이 잘한다고 계속 이야기해주고, 소통이 이루어지니까 실력이 더 늘어나는 거에요.

가게는 잠시 어머니한테 맡겼어요. 지금은 백수에요(웃음). 챔피언십을 위해 모든 것을 접어뒀죠. 7~8개월어치 월급보다도 많이 버니까요. 우승도 좋지만 팀전이 더 중요해서 가게를 맡겼던 것인데 개인전까지 이렇게 성과를 거둬서 감회가 남달라요.




Q. 클럽원들과의 관계가 돈독한 것 같아요 클럽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피온2부터 클럽은 있었어요. 제가 마스터였고요. Ultimate(이하 얼티메이트)란 클럽의 마스터였고, 피온3로 넘어와도 유지를 했고요. UEFA 클럽과 합병을 하게 됐어요. 이 두 클럽이 합치면서 Exodus(이하 엑소더스) 클럽이 됐고, 순위 경기에서 엑소더스 클럽이 항상 상위에 오르게 된 거에요.

이제는 취미를 넘어선 클럽이 되어버렸죠. 대회에서 엑소더스가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많은 분들도 알아봐주시고, 상대의 감독명에 엑소더스가 달려있으면 주눅이 들 정도니까요. 마스터로서 사명감이 생겼죠. 물론 게임이지만 최고란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죠. 사명감을 느끼고 열심히 할 수밖에 없어요.


Q. 클럽의 분위기에 대해 말씀해 보신다면?

정말 좋아요. 나이 많으신 형님들도 계세요. 자녀가 있으신 분도 있고, 막내는 고등학생인 클랜원도 있는데 자유분방한 것 같아요. 자유롭게 농담도 주고받고 동생들과도 놀고, 저희는 좋은게 챔피언십 경기가 있으면 다 같이 보러와요. 끝나고 밥도 먹고 저희 집에 와서 주무시고 가는 분도 있고요. 운영 방침이 '가족'이에요. 가족이란 이름으로 운영을 해나가자는 것이 방침이라서 다같이 모여서 편하게 얼굴도 많이 보고 하니까 재밌게 생활하고 있어요.


Q. 이번 예선에 참가할 때의 각오는 어땠나요?

그 당시에 제가 순위 경기 랭커였어요. 별 생각 없이 그냥 참가 신청을 했는데 온라인 예선 참가하라고 일정이 나오더군요. 그래서 했고, 세 번을 다 이겨서 오프라인 예선에 나가게 됐어요. 예선장이 거리도 가까웠고, 경험 삼아 나가보자라고 마음 먹고 나갔는데 결승에서 김건우에게 지고, 패자부활전 통해서 진출하게 됐어요.

처음엔 어안이 벙벙했는데 본선 올라가서 목표가 바뀌었죠. 딱 진출하고 나서 이기니까 우리 클럽원 세 명 다 4강까지 가자, 지금 8강인데 조금만 더 하면 우리 우승이다.라고 각오를 다졌어요. 지혜의 남자에서도 말했지만 우승을 하자고 말을 하고 있어요.



Q. 우승에 대한 열의가 다들 대단한 것 같은데요?

제가 심어줬어요. 건우형도 그렇고 멘탈이 약해요. 저보다 형인데도요. 많이 칭얼대는 스타일이라고 해야 할까요? 제가 했던 말이 '자신감을 가지되 자만은 하지 말자'라고 했어요. 부에노 같은 경우 개인전에서 떨어졌거든요? 자만심이 너무 컸기 때문이에요. 지난시즌에서도 잘했는데 왜 떨어지겠냐란 마인드가 있었고, 진규 역시 자만심이 있어요. 이 점을 제가 지적하니까 다들 열심히 연습을 하더라고요. 이대로만 가면 우승하겠다란 생각을 해요.


Q. 본인의 세리머니가 유달리 역동적인 것은 알고 있나요?

제가 표정이 좀 많죠. 저도 긴장을 많이 하는 스타일인데 한 골을 딱 넣고 세리머니를 하면 가슴이 확 뚫리는 느낌이 나요. 긴장감이 싹 해소가 되요. 해설들이 말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 골을 넣으면 달라지는 것이 박준효'라는 말을 많이 해요.

제가 골을 넣으면 "나이스!"라고 외치면서 부스 전체가 울리게 과할 정도로 소리를 쳐요. 그렇게 모션을 취하면 긴장감이 해소가 되요. 그게 좀 저의 긴장감 해소방식이지 않나 싶어요. 기도도 하고, 혼자서 중얼거리기도 하고요. 부스안에 저랑 심판밖에 없는데도 혼잣말을 굉장히 많이 해요. 할 수 있어, 막을 수 있어, 라든지요. 이런 것들이 플러스 요인이 된 것 같아요.


Q. 4강전이 팀킬이 되었어요. 각오는 어떤가요?

같은 팀원이라도 경쟁을 해야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경쟁자로서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것이고, 항상 해오듯이 최선을 다할 것이지만 뿌듯한 점이 있다면 마스터의 입장에서 엑소더스 클럽이 반대편의 이진규도 4강까지는 올라올 것으로 믿거든요. 그러면 엑소더스 클럽이 쟁쟁한 경쟁자들을 꺾고 4강에 3명의 선수가 있게 되거든요. 앞으로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뿌듯하고, 한편으로는 같은 팀원과 경쟁해야 한다는 사실이 미안하긴 하지만 결승 가야죠!

저번 시즌에 엑소더스 클럽이 거의 없었어요. 그 때 저희끼리 이야기를 많이 했죠. 우리가 최고다! 우리 클럽이 최고다! 다음 시즌이 있다면 보여주면 된다. 다 이길 수 있지 않나. 자만감이 아닌 자신감을 가진 것이 저희들의 가장 큰 힘인 것 같아요.


Q. 박준효에게 피온3 챔피언십은 무엇인가요?

게임이지만, 저 자신을 알게 해준 것? 자신감을 많이 찾았거든요. 제가 열등감이 많이 쌓여있는 사람이었어요. 잘하는 것을 찾고 인정받다보니까 자신감도 많이 찾고 밝아진 것 같아요. 제가 부정적이었거든요. 굉장히 어두웠고, 하지만 요즘 많이 밝아졌어요. 챔피언십이 사람을 바뀌개 해줘서 고맙고, 이 이야기는 꼭 하고 싶네요. 부모님께 아들로서 인정받아 정말 좋아요.

항상 부모님이 말씀하셨어요. 돈을 벌지만, 뭔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아니면 그건 돈을 버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어요. 그래서 사업을 해도 저를 인정해주신 적이 없었어요. 하지만 챔피언십에 나가서 웃는 모습도 보고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 모습을 보니까 부모님도 마음을 열어주시더라고요. 정말 기쁘고, 행복하네요.

부모님이 저를 어릴 때부터 강하게 키우셨어요. 중학생 때부터 용돈 한번 받아본 적이 없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건설 용역을 뛰면서 돈을 벌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는 혼자 나와 살면서 여러가지 일 다해봤어요. 공장일도 해봤고, 지금은 감사해요. 집안 사정이 부유해서 그런 것도 아니었지만 돈의 소중함도 깨달았고, 배운 것이 많거든요. 지금은 정말 행복해요.


Q. 박준효를 응원하는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짧게 말하고 싶어요. 조금 더, 아니 더 많이 화려한 플레이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 박준효의 피파온라인3 챔피언십 개인전 스쿼드


▲ Exodus의 피파온라인3 챔피언십 팀전 스쿼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