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인시스템이라고?"


업무외엔 거의 물어보는게 없었던 카리나에게 내가 모르고 있었던 것들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네. 그래서 인형들은 항상 자신이 해당되는 총기를 지니고 있죠. 그래서 전투중이 아니라도 항상 애지중지하는

 거랍니다."


이건 마치 검술전설에 나오는 '신검합일'이나 마찬가지다. 병기와 사용자가 한몸이 될때 비로소 제대로 병기를

 사용하는 법인데 이젠 과학기술로 가능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애들이 전투후엔 총기반납을 안하고 숙소에 가

까이 모셔두는 것을 이제서야 이해하게 되었다.


"전술인형으로 살아가는 동안엔 총이 분신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해체나 강화시엔 해당 인형들이 무기를 반납하

고 다시 민간으로 돌아가는거예요. 각인을 해체하는 것이니까 해체라고 하죠."


사실 인형제조소에서 해체라는 글자를 봤을때는 정말로 필요없는 애들을 무참히 분해하는줄 알았다. 하지만

애들의 몸은 기계가 아닌 생명체나 다름없기에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왠지 두려움에 물어볼 엄두도 못 내었

다. 그래도 지금처럼 빠진 설명을 보충하니 마음이 놓이는것 같다. 그렇더라도 내 팀에 들어온 애들을 내보내

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곳은 전투를 한다는것만 제외하면 인형들에겐 천국같은 곳이니..


"사실 처음에 지휘관님이 전투에 나가실때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급박한 상황이 별로 없었고 단순한 임무가 전

부여서 말씀드리진 못했어요."


카리나는 전술인형들이 민수용인것은 둘째치고 자의적으로 싸우는데는 한계가 있어서 지휘관의 지휘가 필요

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내 경우엔 지휘를 하는게 아니라 냉병기인 검을 들고 직접 최전방에서 싸우다보니 지

휘관으로서의 의무와 능력을 발휘할 틈이 없었던 것이다. 오히려 인형인 나강이, AR소대처럼 자체적인 지휘

능력이 있는것도 아님에도 지휘관대신 지휘하는 드문 일이 발생했다.-카리나를 비롯한 몇몇 관계자는 이 일

을 비밀로 하기로 했고 지휘관인 내가 싸우면서 지휘하는것으로 정했다.-


"그런데 인형중에는 해체를 하지않고 자신이 사용하는 무기를 갖고 민간사회로 돌아가는 극히 희귀한 경우도

 있어요. 물론 보호자가 있다는 전제에 말이죠."


그밖에도 인형들은 전투시 어느 자리에 배치되냐에 따라 동료에게 도움을 주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인형의

특성과 각인시스템으로 인해 생겨난것 같은데 대표적으로 샷건계열과 기관총계열이 상성을 주는 것처럼 말이

다. 난 그걸 모르고 주먹구구식으로 배치한데다 나중엔 나강할매에게 모두 맡기고 말았다. 나강할매도 전술상

으로만 배치했을뿐 애들끼리 시너지효과가 나오게 배치한것 같진 않았다.


그렇게 카리나와 여러 정보들을 얻어갈때 헬리안으로부터 통신이 들어왔다.


'지휘관, 전투준비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헬리안의 통신이 나뿐만 아니라 모든 지휘관과 인형들에게 전달되었는지 우리 애들은 어느새 자신들의 총기들

을 챙기고 전투를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 준비했는지 장(mp40)이 내 검을 챙겨주었다.


"지휘관님. 이번에도 나가시는지 모르겠지만 검을 챙겨왔어요."


"고맙다."


난 지휘관이 하는 일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게 되었고 함부로 전장에 나가면 안된다는것도 깨달았지만 장이 건

네준 검을 받게 되자 변함없이 전장에 나서기로 했다.


'지휘관, 마지막 작전을 개시할 때입니다. 이번 목표대상은 바로,'


화면에 철혈소속으로 보이는 인형이 나타났다.


'철혈의 보스이니 잘 새겨보셔야 합니다. 식별번호 SP65, 통칭 스케어크로우(허수아비)라 불리고 있습니다.'


철혈보스는 검은 곱슬머리를 양갈래형식으로 묶었고 입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처음으로 기계병기

가 아닌 인간의 모습, 즉 우리 애들과 비슷한 모습의 철혈을 보자 씁쓸한 감이 들었다.


'구조된 인형들의 정보에 의하면 그자는 철혈들이 습격을 가한 이유에 대해 알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

작전의 목표를 그를 생포해서 그의 메모리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또한 이번 전투는 이전의 시시한 싸움과는

다르게 고등급의 인형들을 상대하시게 될것입니다.'


단순히 생포하는게 아니라 메모리를 앗아간다고 하면 결국엔 이 철혈인형을 살려둘 생각이 없는듯 했다. 물론

 철혈로 인해서 그리폰의 인형들이 많은 피해를 당했다지만 왠지 내키진 않았다.


'지휘관은 나름대로 저들을 상대할 방법을 알것이라 믿겠습니다. 행운을 빕니다. 지휘관,'


헬리안을 왠지 나에게 직접 얘기하는것 같다가도 전체에 알리는듯한 말투로 바뀌면서 통신을 종료했다.


"...."


나는 그리폰의 일원으로서 참전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여러가지 생각으로 가득해 나아갈수가 없었다.


"자네? 출발하지 않을 셈인가?"


그때 나강할매가 나타나 내 팔을 잡으며 말을 걸자 상념에서 벗어났다.


"아, 가야지."


나강할매는 내가 처음으로 보스와 상대하기에 긴장한다고 여겨서인지 조언을 해주었다.


"자네의 전투력과 지휘실력(?)이라면 이번 전투도 잘 해낼 것이네. 우리팀만 가는것도 아니고 여러 팀에서

원정을 가는 것이니 어려운 전투는 아닐걸세."


그때 새로 들어온 아킬리나(ak47)가 내 머릴 쓰다듬었다.


"난 새로 들어와서 바로 팀에 속하지 못하게 되었는데 지휘관, 너는 직접 전투한다며? 그렇다면 나와 페어

를 이뤄서 가는건 어때? 이 누님이 잘 지켜주겠다고."


그렇게 임시 5제대에 나와 아킬리나가 들어나 속하게 되었다. 모든 우리팀 인형들이 전투준비를 시작하려고

 다함께 모이자 그동안 보여줬던 긴장한다거나 밝게 웃는다거나 느긋함등의 인간적인 표정이 사라지고 전원

이 무표정해져 갔다. 마치 진짜 인형의 얼굴이 된것처럼 말이다. 방금 옆에 있었던 쾌활한 아킬리나도 감정을

 모르는 인형처럼 무표정한 얼굴로 대기해 갔다. 이는 그리폰인형들이 거의 전투용 인형이 아니기에 전투시에

는 반강제 반세뇌적으로 전투를 시작하기 위한 현상이라고 한다.그리고 추가로 들은 정보에 의하면 전투시 도

망을 치는 인형들도 보스를 상대할때는 도망갈수없게 프로그램되어 있는데다 죽을때까지 싸우게 된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번 전투는 지휘관으로서 엄청난 무게감이 짓누르는것 같다.


"가자."


내 말한마디에 인형같이 무표정이었던 아이들의 얼굴이 각자의 표정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친한 애들

끼리 잡담을 하면서 긴장을 풀려고 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이번엔 보스의 본거지가 무척이나 멀기 때문에 각 소

대마다 헬기를 이용하여 가게 되었다. 그래서 제대의 순서대로 헬기에 탑승하여 적진를 위해 날아오르기 시작했

고 마지막으로 다섯번째 헬기에 나와 아킬리나가 같이 타자 조종사는 두명만 탄것에 의아해 하다가 그중 한명이

 인간인 지휘관이라는 사실에 더욱 놀랐다.


"당신이 설마 직접 검을 들고 전투를 하신다는?"


"서둘러 출발하시오. 우리 애들을 따라잡아야 하니,"


조종사는 베테랑답게 더는 묻지 않고 헬기를 날아오르게 했다. 헬기에 타는동안 아무것도 할게 없어지자 난 또

다시 상념에 잠기며 고민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