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전선: White Out (6)

 

 

 

 

총성이 울리자마자, 저희는 머리를 숙인 뒤 엄폐물 뒤로 숨었습니다.

 

“AA! 정신 차려! 어디야!? 어디서 쏜 거야!?”


머리 숙여! 저격수다! 누가 AA 좀 이쪽으로 끌고 와!”


저는 곧바로 나무 뒤에 엎드려,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새하얀 평야, 있는 것은 나무 몇 그루가 듬성듬성 있는 게 전부.

 

이런 장소에서 저격당하다니- 심지어 이렇게 시야가 안 좋은 상황에서 정확하게

 

AA-12의 급소를 노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격이 가능한 저격수라니...!

 

내가 가겠다! 전원, 엄호 사격!”

 

AN이 망설이지 않고 AA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습니다.

 

곧바로 총성이 울렸지만, 정말 운 좋게 총탄은 AN의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그녀는 쓰러진 AA의 팔을 붙잡고 억지로 끌고 와 나무 뒤로 숨겼습니다.

 

어디 맞은 거야?!”


이거 안 좋군, 고위력 탄이다. 왼쪽 옆구리가 완전히 날아갔군.”

 

공포에 질린 AA가 자신의 옆구리를 붙잡고 거친 숨을 내쉬었습니다.

 

이제 어쩌지? 어디서 쐈는지 알지도 못하는데...!”


네게브, 명령을 내려라. 이제 어쩔 거냐?”


“...”

 

네게브가 한참이나 침묵하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습니다.

 

나는 발이 느리니 엄폐물 밖으로 나가면 바로 저격당할 거야. 마카로프, AN.

 

너희 둘이 번갈아가며 저격을 유도해. 그 사이 IWS가 적의 위치를 특정해 저격한다.”

 

저격을 유도하라니...만약 실수하면...”


“AA의 몸을 관통할 정도의 위력이라면, 즉사겠지.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

 

IWS, 네가 해야 돼. 기회는 많지 않아, 네가 실패하면...우리 전부 여기서 죽어.”

 

역저격.

 

저는 제가 해야 할 일을 깨닫고, 바로 자세를 잡았습니다.

 

“AA가 피격된 뒤에 총성이 울렸습니다, 그럼 거리가 꽤 되겠죠. 거기다 이런 곳에서

 

저격하려면 높은 곳에 있어야 할 거예요. 해보죠, 다른 방법이 없다면.”

 

들었지? 나는 AA를 지킬게. 둘은 엄폐물과 엄폐물 사이로 달리면 돼.”

 

말이 쉽지...어쨌거나 기회는 몇 번 없을 거야. 준비해.”


시작한다.”

 

분명 이런 고위력 탄을 쓰는 총이라면, 대물 저격총에 가까운 물건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총구 화염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습니다.

 

간다!”


AN이 먼저 튀어나갔습니다, 그녀가 나가고 2초 뒤에 총성이 울렸고- 다행히 총탄은

 

빗나가 뒤의 나무에 박혔습니다. 그러나 제 눈엔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습니다.

 

봤어!?”


아뇨! 다시 부탁드립니다!”


총구 화염...아니면 조준경에 반사된 빛이라도...!

 

이번에는 마카로프가 달렸고, 총성이 다시 울렸습니다.

 

! 모자에 맞았어...!”


제발, 제발...”


어디에 있지? 어디 숨은 거야? 도대체 어디서 쏘는 거야? 침착해야 돼.

 

저는 제 자신을 달래며 침착해지기 위해 심호흡을 내쉬었습니다.

 

“AA가 오래 못 버틸 것 같아! 얼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IWS! 얼른 찾아!”

“...”

 

이번엔 동시에 간다,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

 

AN과 마카로프가 동시에 튀어나갔고, 곧 총성이 울렸습니다.

 

이런...!”


피익, 낮게 울리는 소리와 함께 AN이 나무 뒤로 쓰러졌습니다.


맞았어!?”


살짝 스쳤다. 아직 달릴 수 있다...!”


사격이 점점 정확해지고 있습니다...아마 1, 2번 정도면...

 

“...”

“AN, 너는 거기 있어! 내가 간다!”

 

마카로프가 나가자마자, 총성이 울렸습니다.

 

퍼억-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그녀가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마카로프!”


, ...팔이...!”


그녀의 가느다란 오른팔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습니다.

 

다행히 끊어지는 일은 피한 듯 했지만- 저 정도 부상이라면 사격조차 불가능합니다.

 

대체 어디 숨은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젠장, 둘 다 당했나...IWS, 이게 마지막이야. 이번에 못 찾으면 방법이-”


콰아아앙-

 

커다란 총성과 함께, 나무가 관통됐습니다.

 

곧 이어 무자비한 총알 세례가 이어졌고- 저는 그것이 일일이 저격하지 않고

 

탄약을 퍼부어 저희를 끝장내려는 속셈임을 깨달았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전멸뿐.

 

낮게 울리는 총성과, 비명과, 나무가 부서지는 소음 속에서-

 

저는 고요함을 찾았습니다.

 

“...찾았다.”

 

조준경을 0.3mm 위로, 견착 상태를 확인. 바람은 조금도 불지 않습니다.

 

거리, 980M.

 

방아쇠를 천천히, 느긋하게- 쏘는 자신조차 모르게 당긴다.

 

타아아아앙-

 

저는 조준경 너머로, 아주 작은 점이 사라지는 걸 보았습니다.

 

거의 보이지도 않는 건물의 잔해에 숨어있던 적의 그림자가, 사라졌습니다.

 

명중 확인.”

 

조준경에서 눈을 떼면서, 저는 말했습니다.

 

 

 

 

 

 

 

AA-12의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다행히 응급 처치를 한 덕분에 죽는 건 면했지만- 아마 수리하기 전까진 전투에

 

참여하기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마카로프도 팔에 부상을 입었고, AN은 크게

 

다치지 않았습니다. 저희들은 서둘러 저격수가 있을 그 건물로 향했습니다.

 

만약 적 저격수가 완전히 무력화 된 게 아닐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 무너진 듯 보이는 건물에, 거의 다 부서진 계단을 조심스레

 

올라가 저격수가 있을 방의 문 옆으로 바싹 붙었습니다.

 

문에 함정을 설치했을 수도 있고, 들어오자마자 마구 쏠 가능성도 있다.

 

원래 AA가 선두를 맡아야겠지만...이번엔 내가 하겠다.”

 

AN이 문을 부수며 들어갔고, 동시에 저희들은 숨을 멈췄습니다.

 

NTW-20.

 

그녀는, 반쯤 박살난 몸통을 질질 이끌며 저희들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었습니다.

 

가까이, 오지......!”


이게 무슨...NTW-20! 우리는 그리폰의 전술 인형이다! 총을 내려라!”


거짓말, 거짓말, 헛소리, 날 속이려고. 그래, 날 속이려고 하는 거지? 그럴 리가 없어.

 

또 환상이야. 환각, 환청이야. 그래, 그런 거라고. 나한테, 나한테 다가오지 마!!”

 

두려움에 질린 그녀에게, 저희는 총구를 겨누었습니다.

 

진정해. 전부 총구 내려, NTW. 우리다, 네게브, AN-94...마카로프, IWS...AA...”


너희가 여기 있을 리 없어...”


널 구하러 왔어. 지휘관이 우릴 보냈어, 총 내려...”


네게브가 한 발자국 다가간 순간, 그녀가 벽에 총탄을 갈겼습니다.

 

가까이 오지 말라고 말했잖아!!”

 

젠장! 너 왜 그래!? 우리라고! 대체 무슨 일이...다른 소대원은? 전부 어디 갔어?”

 

“AK-12는 어디 있는지 말해라. 그녀는 어디 있지?”


, 다른 소대원...그 아이들...그 아이들은...”


마리오네트가 대체 뭐죠?”


그 질문에, 그녀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습니다.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우리는 인형이야, 그만, 그만...! 내가, 내게 다가오지 마...

 

부탁이야, 부탁할게. 제발, 살려줘, 우리는- 우리를 내버려 둬, 할 수밖에 없었어.

 

도망칠 수밖에 없었어, 우리 잘못이 아니야. 내 잘못이 아니야!!”

 

“IWS!!”


총성이 울렸고- 저는 뒤로 넘어졌습니다.

 

네게브가 저를 보호하기 위해 몸을 날린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NTW- 마카로프가 쏜 총탄에 맞아, 벽으로 밀려났습니다.

 

히익, 히이익...그만, 그만...그만, 전부 환상이야. 전부 가짜야, 우리는...인형이야...”


“NTW-20! 대답해라, AK-12는 어디 있나!? 나머지 소대원들은?!”

 

인형이, 빼앗아갔어. 도망쳐, 도망쳐, 숨어. 기도해, 머리 위의 실을 조심해-”

안 돼.

 

그녀가 총구를 자신의 턱으로 돌렸고,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침묵.

 

반쯤 날아간 그녀의 머리가- 저희들은, 말을 잃었습니다.

 

일주일.

 

고작 7일 동안, 모든 게 변해버렸습니다.

 

우리도.

 

그들도.

 

모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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