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 딸

이 달콤한 두 글자.

딸피만 보면 오브젝트는 커녕

부모도 몰라보고 달려드는

이성을 잃는 행동.


그마라 하더라도

쉽사리 떨칠 수 없는

그 어떤 여자보다도

유혹적인 단어.

킬 딸


지금부터,

이 킬딸 때문에 팀을 말아먹는 행동을 줄이는 방법을 설명해 준다.


1. 적을 딸피로 만든 것 만으로도 이득이다.

적은 무사히 생환 하더라도 우물을 빨아서 우물쿨을 돌려야 하며,

그게 아니라면 본진으로 귀환을 타는 시간 낭비를 해야 한다.

우물 쿨을 꼬이게 해서, 정작 필요한 타이밍에 우물이 없는 갑갑함을 느끼던가

아니면

본진을 갔다 오는 기나긴 여정을 떠나야 한다.

즉,

전선에서 이탈해야 한다는 뜻이다.

즉,

죽은 것과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즉,

킬캐치를 따는 것도 좋겠으나, 그냥 보내 줘도 크게 상관은 없다는 뜻이다.


2. 중요한 것은 킬보다는 자신의 생존이다.

그렇다.

생존이다.

전문 용어로 유지력이라고 말한다.

꿋꿋이 싸움터에서 서있는 것만으로도

상대는 지래 겁을 먹는다.

예를 들자면, 사무로의 분신이 그렇다.

압도적인 쪽수.

결코 밀리지 않는 건재함.

둘을 따고 죽는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하지만, 하나를 따기 위해, 생존을 포기하지 마라.


3. 한 두 놈 킬 딴다고 해서 생각보다 많은 이득이 되지 않는다.

거하게 한타를 해서 상대 다섯을 모두 밀 수 없다면

그게 그거다.

초중반의 경우 킬을 따서 얻는 경험치도 그리 크지 않을 뿐더러

따더라도, 캠프를 돌거나, 딱히 이득을 보는 후속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쓰잘데기 없는 짓이다.



4. 큰그림을 그려라.

호랑이는 굶어 죽기 직전이 아니라면, 멧돼지를 사냥하지 않는다.

힘이 없어서일까?

아니다.

혹여 멧돼지의 엄니에 작은 상처라도 날까 두려워서다.

야생의 호랑이를 치료해줄 의사 따위는 없다.

작은 상처라도 덧나서, 이 후의 사냥에 지장을 줄 수도 있는 일.

호랑이는 내일의 컨디션을 위해,

오늘의 멧돼지를 용서해 준다.

큰그림을 그리는 거다.


5. 킬보단 아군을 도와라.

눈앞의 적이 딸피가 되어 도주를 시작했다면

쫓아가기 보다는 일단,

미니맵을 봐라.

팀게임이다.

어디선가 궁지에 몰린 아군이 애타게 널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6.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환장하지 마라.

킬 하나 통계창에 더 띄운다고 알아주는 사람 없다.

알아주는 사람은 트롤이다

대부분의 개념자들은

게임중엔 탭키를 아군과 적들의 특성을 확인하는 데 사용하며,

통계는 게임이 끝난 후, 확인하는 것이 보통이다.


킬 1위했다고 과시할 생각도 말아라.

게임은 끝난다.

그 한판에 킬 1등했다고 알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킬 1등했다고 시험을 잘보는 것도 아니며

취업이 되는 것도 아니고

여자가 생기지도 않는다.

굳이 과시할 거리를 찾자면,

등급이다.

팀을 승리로 이끌어 고등급에 오르는 것이 먼저다.



7. 종교를 가져라.

불교가 괜찮다.

기타 종교는 유일신을 믿으며 신이 자신을 도울거라는 허무맹랑한 기대를 갖게 한다.

신이 킬캐치를 도와줄거라 착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불교는 다르다.

스스로의 수양과 인내로, 열반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 목표다.

영리를 한다면 외부의 적보다는 내부의 트롤들이 더욱 문제일 터.

내적수양으로 자신을 다스리는데 도움이 된다.



8. 죽이는 것 말고 다른 방법도 있다.

스프레이다

바닥에 예쁘고 귀여운 이모티콘을 새겨서,

도주하는 적의 맨탈을 부숴라.

염장을 질러라.

상대를 흥분시켜, 자제력을 잃게 만들어라.

원수에게 복수하는 방법으로, 킬은 너무 쉽고 간편하다.

살려주고 괴롭혀라.

널 잊지 못하게.



이상, 킬딸을 피하는 방법이었다.

내가 이글을 적는 이유는

나 스스로에 대한 반성이 필요해서다.


기억도 나지 않는 과거에

난 영리를 접었다.

큐가 너무 길었다.

빠대충으로 수많은 시간을 살아 왔다.


그러다 무슨 바람이 불었을까.


간만에 배치고사를 치루었고


브론즈 5등급을 받았다.

1승 9패...

첫 배치고사는 실버 2 였다...

심해로의 직행...


팀원들을 탓했다.

나름 열심히 했었다.

딜량 힐량.cc 나름 팀 1등이었다.

어떻게 걸려도 이런 애들이 같은 팀이 되었을까?

하늘을 원망했다.


그러다, 리플레이를 보며,

내 스스로를 돌아 보았다.

평소와 다른 과욕.

무모한 무빙.

수많았던 아군의 핑을 무시한체

배치고사라는 압박감으로 인해,

평소와 달리,

나만의 플레이에 몰두했었던 부끄러운 나를 보았다.


아...


나와 함께 했던 그들에게 이제야 사과하마.

미안하다.

트롤은 나였다.


이제 난 심해에서 죗값을 치룰 것이다.

기다려라.

그래도 꾸역꾸역 올라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