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HTCK 시즌 2 결승전이 있었습니다. 저도 새벽에 충동구매하고 보러 갔엇는데, 생각보다 경기가 매우 재밌어서 좋았습니다. 경기력이나 실-력도 엄청났었고요. 그래서 여운이 가기 전에 돌크리트로서 간단하게 리뷰를 해보고자 이 글을 올립니다. 다만, 인벤의 수많은 게시판 중에서 어디가 제일 알맞는지 몰라서 일단 실유게에 올리는 점 미리 알려드립니다.


결승전 다크호스팀과 ORD팀의 선봉은 FuF선수와 고공싱 선수였습니다.

FuF 선수는 도발 드루이드, 미라클 도적, 홀수 사냥꾼, 컨트롤 마법사를 들고 왔는데요, 이는 알다시피 상대가 짝수 흑마법사를 들고 올거라고 예측하고 그거만 잡겠다는 라인업입니다. 하지만 상대 선봉인

고공싱 선수는 말리 드루이드, 홀수 성기사, 짝수 주술사, 위니 흑마법사4 어그로 라인업을 준비했습니다. 특히나 맞 어그로전에서도 유리한 라인업을 들고 왔는데, 위니 흑마법사에서 파멸 수호병 대신에 악랄한 공포의 군주2장 쓰는 점에서 더더욱 두드러집니다.(http://hs.inven.co.kr/dataninfo/deck/certification/view.php?idx=3674) 

이 라인업을 상성상 FuF 선수의 라인업에 유리했고, 특히나 홀수 사냥꾼은 상대의 모든 덱 상대로 불리했습니다. FuF 선수는 상대의 한 덱을 잡기 위해 이런 라인업을 만들었지만 정작 자신의 한 덱이 상대 라인업에게 잡아먹히게 생겼죠. 때문에 우리는 시작부터 썩은 표정의 FuF 선수를 볼 수 있었습니다. 

풀세트까지 이어진 접전이었지만, 1경기에서 주목할 점은 딱 하나였습니다. 홀수 사냥꾼이 지나가느냐? 못 지나가느냐? 실제 경기에서는 홀수 사냥꾼이 상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냥냥으로 주저앉으며 FuF 선수가 패배했습니다만, 실제로는 상성을 극복하고 승리를 따낼 수 있었던 구석이 있었죠. 바로 4세트 홀수 사냥꾼 vs 짝수 주술사 매치였습니다.

FuF 선수는 게임 초반 내내 정리로 일관하면서 야생의 벗에서 레오크가 나오는 행운과 상대의 불운이 적절하게 겹치면서 기적적으로 홀수 사냥꾼으로 짝수 주술사 상대로 필드를 가져오는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상대는 필드 잘 잡기로 소문난 덱. 필드는 금방 반반으로 맞춰지고 말았죠. 그렇게 온 중반.



전 여기가 승리의 분기점이 아니였나싶습니다. 여기서 FuF 선수는 살상명령에 이득교환까지 하면서 지독하게 필드를 잡을려고 노력했습니다만. 오른쪽에서 나오는 은빛십자군 부대장으로 인해 또 다시 필드는 반반으로 맞춰집니다. 

이때 FuF 선수가 필드 정리에 사용한 딜은 화염정령 2딜과 살상명령 5딜해서 총 7딜이었고, 적어도 홀수 사냥꾼이 이 게임을 이기기 위해서는 저렇게 살린 필드로 저 7딜보다 더 많은 딜을 냈어야 됐습니다. 하지만 그건 사실상 불가능한 이야기였고, 실제로 게임에선 화염정령이 이후 번번 툭 쳐서 1딜을 넣은 거밖에 없습니다. 6딜을 손해봤다는 얘기고 결국...



그 부족한 6딜은 패배로 이어집니다. 물론 이렇게 말할 수는 있겠죠. '아 어차피 추적에서 리로이 나오면 이겼으니 그냥 운이 없어서 진 거 아님?' 물론 기본적으로 이 매치업을 이길려면 홀수 사냥꾼 쪽에게 운이 더 필요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FuF 선수는 이 게임 내내 운이 엄청나게 좋았습니다. 상대 고공싱 선수의 처음이자 마지막 도발벽을 1/3 레오크로 가뿐히 뚫은 것부터 시작해서 고공싱 선수가 하가사 등 힐 카드가 안 나온 점. 결정적으로...



마지막 추적이 엄청난 행운이었습니다. 자 보십시오. 왼쪽에 무쇠부리 올빼미가 보이십니까? 오른쪽엔 야생의 벗도 있네요. 왼쪽의 침묵카드는 상대가 운이 좋아서 도발을 냈더라도 상쇄해줄 수 있는 카드였고, 만약에 이때.



허무하게 2딜밖에 못 넣고 정리당한 저 개들을 풀어라를 아껴두었다면? 그렇다면 FuF 선수는 야생의 벗, 개들을 풀어라로 2/3의 확률로 상대의 명치를 뚫어냈을겁니다. 기무기훈 해설이 짚어준대로 개들을 풀어라는 필드을 깔아서 역킬각을 봐야되는 짝수 주술사 상대로 매우 중요한 키 카드였지만, 은빛십자군 부대장으로 자신이 그렇게 아끼던 레오크가 정리당하자 다급해진 FuF 선수는 그냥 개들을 풀어라를 써버렸고, 이건 결국 살살 명령에 이은 패배에 쐐기를 박는 실책이 됐습니다.

결국 이 게임은 FuF 선수에게 5뎀 살상, 개풀, 신비한 사격 2딜, 야생의 벗 등. 남은 체력 6을 뚫을 카드는 많았지만, 너무 필드 정리에만 신경 쓴 나머지 아쉽게 이기지 못한 그런 게임이었습니다. 결국 여기서 홀수 사냥꾼이 통과를 못하면서, 다음 세트에서도 그대로 패배, 1경기는 다크호스팀이 패배하게 됩니다.

2경기 다크호스팀에서는 컨트롤 저격 라인업(퀘스트 도적, 홀수 성기사, 토큰 드루이드, 콤보 사제)을 들고온 아크룩스 선수와 어그로 저격 라인업(??? 전사, 탈진 드루이드, 컨트롤 사제, 컨트롤 흑마)을 들고온 lx 선수 중에서 상대 어그로를 잡기 위해 lx 선수가 출전합니다.

여기서 lx 선수는 상대의 드루이드를 밴하고, 고공싱 선수는 자신이 어그로이기 때문에 상대의 전사를 밴하는데, 이는 결승전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스노우볼이 됍니다만, 뒤에서 자세하게 서술하도록 하겠습니다.

2경기에서는 아슬아슬 부분이 있었지만, lx 선수의 좋은 판단(1세트 외눈깨비)과 고공싱 선수의 맞어그로 전을 대비한 커스텀(2 악랄한 공포의 군주), 상성, lx 선수의 행운(그 TC 등)들이 맞물리면서 lx 선수가 3:1로 승리를 가져갑니다. 

1:1 상황에서의 3경기. ORD팀은 스트라이커라이트(이하 스라) 선수나 마루 선수를 출전시켜야 되는데, 어차피 두 선수의 덱 모두 짝수 흑마법사, 두억시니 주술사, 알 사냥꾼, 말리 드루이드로 똑같았습니다. 사실 양팀의 덱 준비에서 이미 결승전 결과는 결정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스스톤 정복전 대회에서는 덱을 준비하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팀대회에서는 더더욱 그렇고요. 덱에 대한 숙련도는 그 다음에 불과합니다. 당장 피지컬이라는 요소가 들어가는 다른 게임도(ex 롤, 히오스 등등) 게임 전에 하는 밴픽의 중요성이 줄어든 적이 없는데, 하스스톤에서 밴픽에 해당하는 덱 준비의 중요성을 말하면 입만 아프죠. 

그런데 ORD팀은 선봉을 제외한 두 선수가 같은 덱을 들고 왔습니다. 물론, '가장 센 덱 4개를 2명이 둘고 오면 보통 둘 중 하나는 이기겠지'라는 생각을 할 순 있습니다. 하지만 이 덱들은 너무나도 유명한 덱이였고 다크호스팀의 모든 라인업은 이 네 덱을 저격하는 라인업이었습니다. 선봉인 FuF 선수짝수 흑마법사를, 대장인 아크룩스 선수컨트롤 덱들을, 게다가 어그로 저격인 lx선수마저 저 4덱 중 하나를 저격했습니다. 그 덱이 무엇인진 3경기를 보면서 살펴보시죠.

3경기 lx선수와 마루 선수의 경기. 마루 선수는 악마학 프로젝트가 있는 컨트롤 흑마법사가 제일 까다롭기 때문에 흑마법사를 밴했고, lx 선수는 사냥꾼을 밴했습니다. 여기서 전판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전사가 풀리게됩니다.

그리고 1세트 전사 vs 주술사의 매치가 성립했습니다. 그런데, 고공싱 선수가 홀수 방밀이라고 예상하고 밴했던 전사는...



사실 두억시니를 노릴 수 있던 탈진 전사였습니다. 흡혈충을 통해 상대 체력을 깎을 수 있는 전투의 함성을 확보한 뒤, 상대 두억시니가 두억시니를 1코로 만들면, 아잘리나로 가져와서 원턴킬 내는 덱이였죠. 

이러한 라인업은 lx선수의 생각이었다고 하는데, 매우 뛰어난 구성이었습니다. 선봉이 아니라 뒤에 나오는 lx 선수라면 상대 어그로를 저격할 때 등장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 상대 어그로는 lx 선수가 어그로 카운터라고 생각해서 어그로가 상대하기 제일 까다로운 홀수 방밀 전사를 의식해서 전사를 밴할겁니다. 그리고 lx 선수가 어그로를 잡으면 이제 lx 선수를 카운터치는 라인업이 상대한테서 나올 것이고, 컨트롤 덱이라면 두억시니 주술사가 어지간하면 들어가겠죠. 그리고 컨트롤 덱을 들고 온 상대는 당연히 컨트롤 덱의 악몽인 악마학 프로젝트 때문에 흑마법사를 밴하고 전사가 풀리게 됩니다. 그리고 전사가 풀리면 전사가 두억시니를 잡아먹게 되는거고 실제로도 그렇게 됐습니다.

다만, 3경기 1세트에서는 매우 아슬아슬했습니다. 왜냐하면 매우 불리한 상황에서 마루 선수가 기적적으로 천리안으로 두억시니를 줄였기 때문입니다. 



두억시니가 6코로 줄면서 한턴에 5번 낼 수 있었고, 그러면 딜이 6(흡혈충 2번)x5=30. 실제로 이 상황에서 한 턴만 참고 두억시니를 돌렸다면, 상대를 죽일 수도 있었습니다. 물론 lx 선수가 스컬지군주 가로쉬를 사용하면 킬각을 벗어나긴 하나, 상대가 천리안으로 두억시니를 줄인 걸 모르는 lx 선수는 계속 스컬지군주 가로쉬를 사용하지 않았었습니다. 만약에 한 턴만 더 참고. 두억시니 5번을 냈다면 게임의 승패는 달라졌을 것이고, 결승전 결과도 상당히 달라졌을 겁니다.

이후 lx 선수는 좋은 판단과 행운 등에 힘입어 3:2, 3:0으로 3, 4경기를 따내면서 결승전 MVP로 뽑히게 됩니다.

이상 간단 리뷰였고요, 두서없이 쓴 얄팍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을 읽으면서 아쉽거나 부족한 부분은 댓글로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