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1. 이번 대회에서 따효니 선수의 경기력이 매우 좋지 않았다.
2. 평소 ‘하스스톤 프로게이머’임을 매우 강조하던 따효니 선수임을 비추어 볼 때, 팬들의 실망은 근거가 있다.
라는 점에 동의한다는 것을 밝힙니다. 이런 종류의 사상검증이 매우 부당한 짓이라고 생각하지만, 웹상에서는 이런 한심한 십자가밟기를 하지 않으면 논점 이탈해서 ‘너 따무새지?’ 따위의 질 낮은 댓글이 달릴게 눈에 훤하니까요.

집안 형편이 좋지 않으며, 가장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람이 게임에 거액을 과금하여 방송하는 것이 아귀가 맞지 않다는 글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이 매우 부당한 비판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하스스톤 대회의 규모가 작고, 자주 열리지 않기 때문에 하스스톤 전업을 통해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입니다. 그 어떤 사람도 언제 열릴지도 확실하지 않고, 우승해봤자 회사원 3개월치 월급도 안 되는 액수가 상금으로 걸린 대회에 의존하여 생활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전업으로, 매일 10시간씩 연습한다고 우승이 보장되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하스판의 유명한 격언처럼, 하스스톤은 내가 잘 한다고 이기는 게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물론 그 뒷 말인 ‘못하면 확실히 지는 게임이다.’ 역시 100% 맞는 말입니다. 따효니 선수의 이번 대회 패배는 못한 것에 기인한다는 것도 맞고요.)

즉, 하스스톤을 전업하여 대회에 올인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매우 불합리한 선택입니다. 언제, 얼마만큼의 규모로 대회가 열릴지도 모르며, 내가 암만 열심히 해도 우승할 수 있다는 보장조차 없는 것에 생계를 거는 것은 제정신을 가진 인간이라면 하지않는 짓이죠.

이제 폭렬격전 과금 문제를 살펴보겠습니다. 돈이 안되서 대회에 올인하지 않는다는 사람이 폭렬격전에 1000만원을 넘게 지른 것이 부당할까요? 따효니 선수의 주 수입원은 스트리밍과 유튜브입니다. 그리고 폭렬격전은 새로운 시청자의 유입을 유발할 수 있는 훌륭한 콘텐츠 중 하나죠. 사상검증을 또 해드리자면, 저는 폭렬격전을 하지 않습니다. 따효니 선수의 방송을 볼 때도 폭렬격전을 키면 방송을 끕니다. 하지만 폭렬격전이 훌륭한 컨텐츠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스트리밍 시청자수, 유튜브 조회수도 웬만큼 나와주고, 시청자풀을 다양화하여 보다 안정적인 방송 운영이 가능해집니다. 그리고 폭렬격전은 과금을 통한 갓챠방송이 가장 인기가 많습니다.

경영학을 조금이라도 아는 분이라면, 수익구조의 다각화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 것입니다. 수익구조가 다양할수록 건실한 기업으로 평가받습니다. 따효니 선수의 폭렬격전 과금은 그 자체로 시청자풀을 다양화할 수 있는 훌륭한 하나의 컨텐츠입니다.

스트리머가 본인 돈을 투자하여 컨텐츠를 늘리는 것이 어려운 집의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팽개치는 행위일까요? 아니면 보다 오래 방송하기 위한 투자일까요? 저는 당연히 후자라고 생각합니다.

따효니 선수의 경기력은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평소 하스스톤 프로게이머임을 강조하였던 만큼 그 말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다른 게임에 과금했다고, 집안을 책임지는 가장이라 해놓고 무책임하다고 하는 것은 매우 부당한 비판일 것입니다.


덧) 따효니 선수의 좋지 못했던 경기력과 별개로, 평소 방송을 즐겁게 보던 사람으로서 ‘글들 하나하나가 너무 아프게 다가온다’는 말이 정말 많이 안타깝습니다. 이 글이 따효니 선수에게 또 다른 상처로 남을까 걱정이 되네요. 문제가 된다면 삭제하겠습니다. 얼른 건강을 회복하셔서 다시 밝은 모습으로 깝죽거리는 모습을 보고 싶네요. 인간 백상현씨를 언제나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