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스테핑, 인텔 코어 i9-9900KF 프로세서
인텔 F 프로세서 뭔데?
얼마전 인텔이 9세대 프로세서의 새로운 스테핑을 발표했습니다. 9세대 프로세서라는 부분은 맞지만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9세대와는 달리 iGPU 기능이 없는 녀석이라 스테핑도 네이밍도 다르게 나온 프로세서지요.
본래 9세대 인텔 프로세서는 모두 iGPU 기능을 제공합니다. 프로세서안에 내장 그래픽을 심어서 굳이 그래픽 카드가 없어도 PC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인데, 이 기능만을 제거한 코어 i9-9900K 그리고 i7-9700K 프로세서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이렇게 내장 그래픽 기능이 빠진 이들 프로세서의 구분을 위해서 모델명 뒤에 F 이니셜이 붙는데, 이는 이미 코어 i5 계열에서 미리 선보였죠. 9세대 코어 i5-9400F 프로세서가 바로 그것인데, 이번에 코어 i7과 i9 계열에서도 프로세서가 추가되었습니다.
불량 프로세서라는 표현이 있던데?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굉장히 잘못 와전된 이야기 입니다. 악의적으로 과장/포장된 이야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요. 다만 ‘아니 뗀 굴뚝에 연기 날리 없다’는 말처럼, 이런 이야기가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이야기 해보도록 할게요.
지금까지 인텔은 CPU 본연의 영역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더라도 iGPU 영역에서 제 기능을 못하거나 스펙 미달인 경우 (이 부분을 불량이라면 불량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러한 프로세서의 출하를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인텔에 내건 프로세서라는 제품 안에 내장 그래픽 기능을 지원한다고 명시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최근 인텔 CPU의 웨이퍼가 대부분 제온으로 쏠려 있고, 전 세계적으로 코어 I 시리즈 프로세서의 제품 수급이 부족해 가격이 폭등하는 시점에서 인텔은 CPU의 본질적인 영역에서 문제가 없다면, 이것 또한 제품화 하는 것으로 결정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내장 그래픽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CPU 제품이 새로 추가되는 것이죠.
이렇게 해서 가격이 똑같다면 KF/F 시리즈 프로세서는 불량품 소리를 들어도 할말이 없지만, 인텔은 F가 붙은 제품에 대해서는 내장 그래픽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가격을 좀 더 낮춰서 출시/판매 했고, 또 CPU 본연의 역할은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불량 프로세서는 올바른 표현이 아닙니다.
인텔이 내장 그래픽을 포함하지 않는 프로세서를 위해서 코어를 새롭게 설계한 게 아니라, 기존의 웨이퍼에서 내장 그래픽 부분만 스펙 미달인 제품을 KF로 리마킹해서 판매하는 것이라서 그런 비아냥이 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내장 그래픽이 없는 인텔 프로세서 의미 있나?
과거에는 CPU에 그래픽 기능이 포함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죠. 예전 CPU들은 모두 그랬습니다. 그러다 머더보드에서 내장 그래픽 기능을 지원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CPU안에 내장 그래픽 기능이 담기기 시작했지요.
가정용 데스크탑 영역에서 CPU가 자체적으로 내장 그래픽을 지원하기 시작한 건, 데스크탑 PC의 역사를 놓고 볼 때 그리 오래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시 말해 비교적 최근에 지원되기 시작한 기능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죠.
문제는 이렇게 지원되던 기능이 굳이 다시 이 시점에 와서 빠진채로 제품화 되는 것에 의미가 있는가 하는 점인데, 사람마다 판단하는 기준은 다르겠으나 지극히 주관적인 저의 의견이라면 ‘매우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내장 그래픽은 비교적 낮은 성능의 CPU에나 필요하고, (굳이 따지면 셀러론 코어 i3 정도) i7 이상은 필요 없다는 것이 저의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어차피 고성능 시스템을 지향하는 코어 i7 그리고 i9 프로세서인데, 이정도의 프로세서를 사용하려는 사람이 과연 내장 그래픽에 의존할 일이 얼마나 있을까요?
아마도 상당수가 CPU가 제공하는 내장 그래픽 기능을 Disabled 처리한 채, 별도의 고성능 그래픽 카드를 사용할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내장 그래픽 기능을 제외하고 얼마라도 가격을 더 낮춘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것이 이득이겠지요.
그리고 확실하진 않지만 또 다른 긍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사용자가 내장 그래픽을 사용하던, 하지 않던 이러한 기능이 활성화된 채로 코어 안에 내장되어 있다면 미약하나마 얼마라도 이것이 전기를 소모할 여지가 있고, 또 그것이 계기가 되어 발열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오버클럭과 같은 스펙 외 상황에서라면 더욱 그렇겠죠?
하지만 이 영역을 아예 코어단에서 비활성 치리 해버리면 그런 부분에서 좀 더 유리해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해외 자료를 살펴보면 KF 시리즈 프로세서들이 좀 더 오버클럭이 잘된다는 내용을 심심찮게 볼 수 있고, 제가 실제로 테스트 해봐도 한겨울에 수냉 쿨러를 달아야 겨우 동작하던 5Ghz 클럭이, 9900KF 프로세서는 공냉 쿨러를 달고도 요즘 같은 날씨에 5Ghz 동작이 가능했거든요.
마지막으로 이건 개인적인 생각인데 머더보드 제조사들이 KF 전용 머더보드를 제작한다면, 얼마라도 좀 더 저렴한 머더보드가 나올 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면 CPU 전원부를 좀 더 보강한 형태로도 제작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국 CPU 퍼포먼스 향상이나 안정적인 성능 유지에 더욱 메리트가 생기겠죠.
다만 사용자가 어떤 프로세서를 사용할지 전혀 예측 할 수 없는 상태에서 호환성이나 확장성이 떨어지는 KF 프로세서 전용 머더보드를 출시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크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러나 KF 프로세서의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면 고려해볼 수도 있는 사안이긴 하죠)
이렇게 KF 그리고 F 시리즈 프로세서는 유의미함을 갖는 프로세서라고 생각됩니다.
9900KF vs 9900K 성능은 어떨까?
사실 여러분들이 가장 궁금할 수 있는 부분이죠. 내장 그래픽을 비활성 처리했고, 그만큼 가격도 좀 더 내려갔습니다. 다 좋은데 성능은 제대로 나올 것인가? 이제부터 가벼운 테스트 몇 가지를 통해서 그것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테스트 환경은 CPU만 빼고 모두 동일한 구성인데요, ASRock Z390 Taichi Ultimate 머더보드 베이스에 이엠텍의 GeFroce RTX 2080 그래픽 카드, 써모랩의 트리니티 화이트 공냉 쿨러를 사용했으며, 16GB DDR4 메모리와 NVMe SSD, 그리고 80 PLUS Platinum 인증된 750W 전원 공급 장치를 사용했습니다.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통한 벤치마크 결과를 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선 기준점은 i7-9700K 프로세서의 성능을 100%로 하여 9900K 와 9900KF 프로세서가 각각 얼만큼의 성능을 더 발휘 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봤습니다.
결과적으로 기준점인 9700K 프로세서의 성능에 대비하여 9900KF 프로세서와 9900K 프로세서의 성능 향상 정도는 각 항목별로 미약한 차이가 있긴 하나 평균 117%로 동일합니다. 다시 말해서 9900KF 프로세서와 9900K 프로세서는 동일한 처리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죠.
결국 내장 그래픽 기능의 유/무만 차이가 있고, 실질적은 CPU로써의 성능은 차이가 없음을 확인 할 수 있는 대목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9900KF 프로세서와 9900K 프로세서간의 성능 차이는 전혀 없는 것인가? 하면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위는 둘다 공냉 쿨러 기반으로 온도를 테스트 했을 때의 결과를 그래프로 기록한 것인데요, 근소하게나마 9900KF 쪽의 온도가 조금은 더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의외인건 9700K 프로세서의 온도가 더 높았다는 것인데, 2번의 상승 구간 중, 첫번째는 CPU 코어 0번의 온도만 높게 잡혔고, 나머지 코어 7개는 모두 기존과 같은 온도를 유지했으며, CPU 클럭의 스로틀링이 걸리지 않은 것으로 보아, 측정 오차가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9700K 프로세서의 두번째 온도 상승 구간은 실제로 CPU 스로틀링이 발생된 구간이며, 모든 코어에 대해서 온도가 급격히 상승한 구간이므로 참고 부탁드립니다.
9900KF 프로세서와 9900K 프로세서간의 성능 차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한가지 더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소비전력 입니다. 아이들의 경우는 보시다시피 큰 차이가 없지만, 풀로드 구간에서 9900KF 프로세서가 좀 더 낮은 소비전력을 보여줬습니다.
전반적으로 9900K 프로세서보다는 9900KF 프로세서가 조금 더 낮은 소비전력을 보여줬다는 것을 위의 자료를 통해 알 수 있겠네요.
마지막으로 9900KF 프로세서간 성능 비교로, 이는 공냉 쿨러를 이용하여 5GHz로 설정했을 때의 성능을 기본 상태의 성능과 비교한 자료 입니다.
오버클럭을 하지 않아도 9900KF 프로세서는 4.7GHz로 동작하게 됩니다. 따라서 5GHz라고 하더라도 약 300MHz의 성능 차이라 큰 폭으로 향상되는 것은 아니지만, 9900KF 프로세서의 기본 상태의 성능을 100%라고 봤을 때, 작게는 약 5%에서 많게는 15% 가량 더 높은 성능을 보여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한겨울에 테스트되었던 9900K 프로세서가 수냉 쿨러를 사용해서 겨우 5GHz로 동작했던 것을 고려하면, 비교적 온도가 높아진 최근에 공냉 쿨러로도 5GHz 동작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오버클럭’이라는 요소는 9900KF 프로세서가 좀 더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물론 오버클럭의 정도와 성패 여부는 프로세서나 쿨링 솔루션의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기에 절대적인 의견은 아니지만, 같은 조건이면 9900KF 프로세서가 조금은 더 낫지 않을까 싶네요.
소개를 마치며
지금까지 인텔 9세대 코어 i9-9900KF 프로세서를 소개 드렸습니다.
내장 그래픽 코어를 사용할 수 없긴 하지만, 프로세서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고, 조금이나마 더 유리한 조건에서 오버클럭을 할 수 있다 장점과 얼마라도 더 저렴한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i9-9900KF 프로세서는 고성능 그래픽 카드와 함께 현 시점에서 가장 좋은 성능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물론 내장 그래픽 기술이 빠졌음에도 가격이 체감될 만큼 저렴하지 않다는 점이 아쉽다면 아쉬운 점이겠지만, 굳이 내장 그래픽을 사용할 일이 없는 사용자라면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가격, 무엇보다 CPU의 수급이 수월하지 않은 요즘 같은 시기에 그래도 프로세서를 울며 겨자 먹기로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다행이 아닐까 싶네요. (개인적으로 저는 9900K 프로세서가 필요해서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때 70만원을 훨씬 더 넘게 주고 구입한 터라)
비록 함께 다루진 못했지만 i7-9700KF 프로세서 또한 9900K 프로세서와 비교해 Hyper Threading 기술 여부만 차이가 있고, 비슷한 성향을 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미 그래픽 카드를 가지고 계신가요? 혹은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려 할 때, 고 성능 그래픽 카드의 추가도 고려하고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망설이지 말고 9900KF 혹은 9700KF 프로세서로 가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떤 그래픽 카드를 사용하던 간에, 기존의 9900K 그리고 9700K 프로세서의 성능은 충분히 체감할 수 있을 겁니다.
이것으로 새로운 9세대 i9-9900KF 프로세서 소개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