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 : 니폰이치 소프트웨어/ ⊙국내 퍼블리셔: 인트라게임즈
⊙플랫폼 : PlayStation4 / ⊙장르: 텍스트 어드벤처 / ⊙발매일: 2017년 9월 14일



추방선거는 일본 니폰이치에서 제작한 텍스트 어드벤쳐 게임이다. 일본에서는 플레이스테이션4 및 PSVita로 발매가 되었지만, 국내에서는 플레이스테이션4 판만 정식 한국어판이 발매되었다.


■ 기본 설정: 12명의 생존자, 인류는 멸망했다

이 게임은 정체불명의 괴물에 의해 인류가 멸망한 세계에서, 단 12명만이 살아남았다는 설정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생존을 위해 필요한 자원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주인공을 비롯한 12명의 마지막 인류는 한 달내로 인원을 2명까지 줄여야 한다는 것이 기본 설정이다.

인원을 줄이는 것이 목적인 만큼 매우 폭력적인 상황이 연출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12명의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같은 호텔 안에서 생활하게 되는데, 살인은 물론 폭력 및 강제적인 신체 접촉 등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 '추방선거'의 등장인물들

사람을 줄이는 수단은 바로 '선거'다. 이 게임의 제목이 '추방선거'인 것이 바로 그 이유다. 생존자들은 한 달의 기간 동안 3일에 한 번씩 선거를 통해 추방될 사람을 한 명 골라 거주지 밖으로 추방하게 된다. 거주지 밖은 괴물이 득실득실한 공간이므로 추방된다는 것은 사실상 죽음을 의미한다.

▲ 선거에서 패배하게 되면 거주지 밖으로 추방된다


■ 선거 시스템: 익명 토론을 통해 대립후보에게 승리하라!

이 게임의 핵심이 되는 선거 시스템은 입후보자와, 입후보자가 지명한 대립후보가 특정 주제에 대해 찬반 토론을 벌인 다음 나머지 인원이 토론을 보고 두 명의 후보 중에 추방할 사람을 고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 주로 철학적인 문제가 주어진다

후보자나 투표자가 누구인지 아는 상태로 선거를 진행하면 평소 인간관계가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선거 진행은 익명으로 이루어진다. 토론 화면은 메신저 같은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는데, 참가자들은 모두 랜덤으로 정해진 동물 아이콘으로 표시된다. 토론시 부를 때도 동물 이름으로 불러야 하고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거나 간접적으로라도 특정할 수 있는 말은 표시되지 않기 때문에 완벽하게 비밀선거로 이루어진다.

▲ 마치 메신저 화면 같은 토론 화면 인터페이스

▲ 이렇게 익명으로 토론에 참가하게 된다

주인공은 스토리 전개상 항상 입후보자가 된다. 입후보자는 대립후보를 지명할 수 있는 대신, 해당 주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 먼저 선택할 수 있는 건 대립후보 측이다. 그래서 때로는 주인공이 실제로 생각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주장으로 논리를 펼쳐야 하는 경우도 있다.

▲ 키워드를 선택하여 반론을 제기한다

토론은 다른 사람들의 발언에서 키워드를 모아, 대립후보의 발언에 적절한 키워드로 반박을 하면서 상대의 논리를 반박하며 진행된다. 잘못된 키워드를 고르면 라이프가 하나씩 깎이게 되고, 3번 틀려 모든 라이프가 깎이면 선거에서 진 것으로 처리된다.

▲ 중간 투표를 통해 여론을 확인할 수 있다

투표는 토론이 시작될 때 한 번, 그리고 토론 중 3번의 페이즈를 통해 총 4번의 투표를 하게 된다. 마지막 투표에서 적은 표를 획득한 사람이 패배자가 되고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바깥으로 추방되게 된다.


■ 게임의 흐름: 거짓말이 가득한 대화에서 정보를 수집하자

12명인 인원을 2명까지 줄여야만 하는 설정과는 별개로 주인공은 기억을 잃은 소녀 노리와 소꿉친구인 이치카를 제외한 다른 9명을 죽이기 위해 선거에 참여한다. 주인공의 여동생이 첫 투표로 인해 괴물에게 살해당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인공은 복수하기 위해 첫 투표 때 찬성한 9명을 한 명씩 대립후보로 지정해 차례로 바깥으로 내쫓는다.

주인공에게는 특수한 능력이 있는데 바로 거짓말을 꿰뚫어보는 능력이다. 이야기의 참/거짓을 분별해 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할 경우 주인공은 그에 대해 알아차릴 수가 있으며, 이는 플레이어에게는 붉은색의 글씨로 표시된다.

이 능력을 활용하여 일상 파트에서 정보 수집을 매우 유리하게 할 수 있으며 선거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 토론에서 승리하는 패턴이 대부분 상대가 거짓말을 하도록 유도한 다음 자멸하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 거짓말은 붉게 표시되며, 주인공의 거짓말도 포함된다

▲ 물론 선거 도중에도 거짓말이 표시된다

거짓말을 판별할 수 있다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진실을 꿰뚫어볼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이 능력 덕분에 원래라면 알 수 없었을 정보들을 조합하여 유리한 위치에서 싸움을 하게 된다.

제거 대상인 9명의 사람들은 소꿉친구 3명 그룹인 A 그룹, 한 명의 남자와 그를 연모하는 쌍둥이로 이루어진 B 그룹, 그리고 서로 별 연관이 없는 C 그룹으로 나눠진다. 주인공은 세 그룹의 순서를 정해 차례로 해당 그룹의 구성원들을 한 명씩 제거해나간다.






그리고 선거와는 별개로, 참가한 인원 중 과거 살인을 저지른 적이 있는 살인자를 맞추는 퀴즈가 주인공에게 주어진다. 이 퀴즈에 도전하여 성공하면 소원을 하나 이룰 수 있으며, 실패하면 바로 추방된다. 주인공에게는 반드시 이루려 하는 소원이 있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의 과거 기억을 엿볼 수 있는 카드를 모아 12명 중 누가 살인자인지 밝혀내는 것 또한 게임의 목적이다.

▲ 카드를 모아 자료실에서 등장 인물들의 기억을 엿볼 수 있다

늦게 대립 후보로 지정된 캐릭터일수록 오래 살아남기 때문에 해당 인물이 소속된 그룹이나 해당 인물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다. 또한 특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게임 초반에 트루 엔딩 루트로 돌입해 완전히 다른 전개를 즐길 수 있다.


■ 게임의 장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내용 면에서도 그렇다. 자칫 지겨움을 느낄 수 있는 너무 복잡한 세계관은 최소화하고, 무거울 수 있는 내용을 비교적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풀어냈다. 인물들이 추방되는 장면은 마치 잔혹동화 같은 느낌으로 구성되어 있어, 심리적인 충격은 어느 정도 받게 되지만 시각적으로 잔인한 장면은 없기 때문에 그런 내용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 추방신은 동화 같은 연출로 나와서 시각적인 부담은 적다

거기에 편리한 시스템도 한몫한다. 텍스트 어드벤처라는 단순한 장르에서 시스템이 크게 중요한 요소는 아니긴 하지만, 오히려 단순한 텍스트 위주의 장르이니만큼 시스템이 불편하면 쉽게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텍스트 어드벤처가 가질 수 있는 편의성은 거의 대부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선택지로 되돌아가기 기능은 물론, 로그를 확인하여 특정 대사로 점프할 수 있는 기능, 상황별 이동 기능, 쾌적한 스킵 기능 등이 잘 갖춰져 있어 플레이 도중 전혀 불편함을 느낄 수 없었다. 거기에 2회차 플레이부터는 이전에 했던 선거 파트를 스킵하고 승리한 상황으로 바로 넘어갈 수 있다. 그로 인해 트로피 및 앨범을 모으기 위해 불필요한 반복 플레이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시간을 대폭 절약할 수 있다.

▲ 언제든지 원하는 특정 지점으로 점프가 가능하다

▲ 2회차부터는 선거 파트 통채로 스킵이 가능

이는 단점에도 포함되는 부분이지만, 플레이 타임이 짧은 것도 부담이 덜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플레이어의 성향에 따라 다른데, 플래티넘 트로피를 따는 데도 부담이 없을만한 플레이 타임은 장점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텍스트 어드벤처는 플레이 타임이 너무 길다는 걸 알면 선뜻 손대지 못하는 플레이어들도 많은데, 적당히 단편 소설 하나를 읽는다는 느낌으로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이다.

▲ 미스테리에 세기말 분위기의 세계관이 더해져 흥미를 돋군다

취향에 따라 다소 갈릴 수 있는 부분이라 스토리를 섣불리 평가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꽤 준수한 수준이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복수극, 토론을 통한 선거라는 흥미로운 소재들을 잘 버무렸으며 게임 전반에 걸쳐서 반전 요소도 잘 녹아있는 편이다. 특히 트루 엔딩 파트에서 이전 플레이 결과에 따라 해금되는 요소들이나 심리묘사는 꽤 괜찮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트루 엔딩 요소 외에도, 최후에 추방한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서 다른 내용을 볼 수 있고, 루트에 따라서 대사가 조금씩 달라지기도 하는 등 신경 썼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많았다. 그리고 선거의 주제로 던져지는 철학적인 문제들이나 게임 전반의 주제에 해당하는 부분들은 게임 외적으로도 무언가 생각할 거리를 남겨주기도 한다.



■ 게임의 단점: '추방선거'임에도 선거가 아쉽다

이 게임의 단점을 꼽는다면 우선 '추방선거'라는 제목의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선거 파트가 기대만큼 재미있게 느껴지지가 않았다는 것이다.

대부분 이렇다 할 정답이 없다고 할 수 있는 주제여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중간까지는 제대로 논쟁을 하다가 마지막에는 각종 팩트 폭력을 통해 상대의 멘탈을 흔들어 결국은 자멸하게 만드는 패턴이 대부분인 게 아쉬웠다. 물론 상대는 자멸해버렸기 때문에 항상 최종 투표는 주인공의 압승으로 끝난다.

▲ 팩트 폭행에 결국 자멸하는 패턴이 대부분이다

플레이어가 토론에 개입하는 방식도 아쉬웠다. 모은 키워드를 가지고 상대방의 말에 반론을 하게 되는데, 그보다는 주인공이 먼저 주장을 선택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단순히 정답과 오답이라는 개념보다는, 선택에 따라 대화의 흐름이나 찬성하는 투표자가 조금씩 달라지는 구성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그런 구성이라면 대사도 많아지고 시스템도 좀 복잡해지기는 하겠지만, 파트별 구성을 잘 나눈다면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스토리 플롯만큼 선거 시스템에도 신경을 더 써줬다면...

짧은 플레이 타임은 장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게임 하나를 오랫동안 즐기고 싶어 하는 유저에게는 단점으로 작용한다. 이 게임은 첫 플레이 기준으로 10~15시간이면 충분히 엔딩을 볼 수 있다. 트루 엔딩 루트를 포함해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으며, 플래티넘 트로피를 따는데도 30시간 내외면 충분하다.

앨범 모으기 등 신경 쓸만한 요소가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편의성 넘치는 시스템 덕분에 비교적 금방 모을 수 있다. 한 번에 여러 게임을 즐기거나, 일상이 바쁜 현대인에게는 적절할지도 모르겠지만 게이머에 따라서는 너무 짧게 느껴질 수 있다.

▲ 외모부터 시작해서, 캐릭터가 강해 다소 공감하기 힘든 주인공

스토리 면에서 단점을 꼽는다면, 주인공 캐릭터치고는 캐릭터성이 강하기 때문에 플레이어 성향에 따라서는 주인공에 공감하기 힘들 수도 있다. 특히 복수라는 명목이 있더라도 사실상 사람을, 그것도 9명이나 연달아 죽이는 내용은 플레이어에 따라 다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 리뷰를 마치며: 그래도 해볼 만 합니다

굳이 이 게임을 분류하자면 B급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애초에 텍스트 어드벤쳐가 메이저한 장르는 아니기도 하고, 니폰이치 사의 게임이 대부분 그렇듯 상당히 취향을 탈 것 같은 내용이다. 스토리도 여타 명작 텍스트 어드벤쳐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며, 그렇다고 캐릭터들이 모두 매력적인 것도 아니다.

▲ 그래도 상당히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하는 앨리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해볼까요, 거를까요?'라고 물어본다면, 그래도 해볼 만하다고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무엇보다 큰 부담이 없다. 텍스트 어드벤처니 어려운 조작도 필요 없고, 실수로 선거에 지더라도 바로 재도전할 수 있다. 복잡한 분기나 까다로운 엔딩 조건 같은 것도 없다. 트루 엔딩 조건도 매우 간단하다.

플레이 타임도 길지 않으니 가벼운 소설 한 권 읽는 듯한 느낌으로 접근할 수 있다. 오타가 종종 보이긴 했지만, 번역도 준수하게 되어있어 읽는데 전혀 무리가 없었다. 반면에 파고들자고 한다면, 앨범이나 각종 상황에 따른 씬을 모두 회수하려고 할 경우 그래도 40~50시간 정도는 충분히 놀 수 있을 만한 게임이다. 특별히 저가형으로 발매된 게임은 아니긴 하지만, 이 정도면 돈이 아까울 정도의 플레이 타임은 아니다. 보너스로 플래티넘 트로피 조건이 매우 쉬운 편이라, 트로피 수집가들에게도 괜찮은 작품이다.

▲ 쉽게 플래티넘 트로피를 획득할 수 있다

결론을 내리자면, 일본식 텍스트 어드벤처에 거부감이 없다면 한 번쯤 플레이해봐도 괜찮을 작품이다. 아무래도 가장 한국어화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장르가 텍스트 어드벤처이다 보니, 과한 기대만 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이다. 아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텍스트 어드벤처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스토리고, 적어도 그 점에 있어서는 나름대로 괜찮았기 때문이다.

약간은 매니아 취향의 독특한 게임을 자주 만드는 니폰이치의 신규 게임인 '추방선거'. 아무래도 신규 IP니만큼 부족한 부분도 보였지만 그만큼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만약 후속작이 나온다면 좀 더 선거 파트를 보완하여 한층 재밌는 시리즈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