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7일. 화요일. 오늘의 일기]
날씨 - 너무 더워서 빨리 '한겨울'이 왔으면 좋겠음.

엄빠가 사라진지 약 한 달..

갑자기 어느 날,
낯선 사람들이 우리 집을 점령했다.

그들과 며칠 지내본 결과,
이 낯선 사람들은 '신'씨 성을 가진 한 일가족이었다.

신씨 아저씨와 신씨 아줌마의 얼굴은
아주 무시무시하게 생겼지만 키가 크고
속은 깡~!깡~! 소리를 낼 것 같이 삐쩍 말라 있었다.

자식들 중 제일 큰 애는
매일 아침 우리에게 하면 안 되는 것들을 읊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러한 제약들은 점점 많아져갔다.

그들의 형제 중에 내 또래로 보이는 애도 있었는데
그 애가 이 나이 먹고 사춘기를 넘어서 오춘기가 왔는지
온 동네방네 들쑤시며 망나니처럼 사고를 치고 다녔다.

그래서 어제는 며칠 전에 우리 동네로 이사 온 한 분이
자식 관리 좀 제대로 하라면서
신씨 아줌마에게 한마디 하셨는데
날카롭게 돌아온 말은

"어머, 얘 우리 자식 아녀Yo.
한 번만 더 제게 이런말 하시면
가만히 있지 않을거예Yo"
하고 돌아오면서 죄 없는 우리들에게
온갖 신경질과 화풀이를 했다...


그렇게 후드려 맞고
울적한 마음으로 세수를 하는데
거친 손으로 두 눈을 가리고 있자니
새엄빠의 모습이 다시금 아른거렸다.

논농사로 직접 수확하신
하이얀 쌀밥에 고기를 얹어주시던 모습..
너도 한번 길러봐야 농부의 소중함을 안다며
내 작은 손에 씨앗 몇 개를 얹으시며 지으셨던 옅은 미소..

눈물이 나오려고 해서
부랴부랴 씻고 나오는 길에
또 한 번 맞.았.다...

그들을 피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집 밖을 나와
동네 친구들이 다 모이는 놀이터로 가는 일뿐이었다.
놀이터도 하루에 2시간밖에 갈 수 없어서
다시 집으로 들어가야 하는 길이 너무나 무겁고 무서웠지만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2시간도 참 다행이라 생각했다...

아 맞아... 새엄빠는 이 놀이터도 가끔
3시간씩 놀게 해주셨는데..

요즘 들어 문득문득 드는 엄빠의 모습이
검은 밤을 수놓은 별의 아련함처럼 밀려온다..



엄빠..
세상은 참 무섭고 착한 사람은 많이 없으며
믿을 사람은 더더욱 없다는 것을 이제야 실감해요

예전에 놀이터에서 엄빠만 나타나면
온 동네 일진 형, 누나들이 탭댄스로 뒷걸음질 치며 도망갔던
그 장면이 아련해요.

엄빠....
우리 없는 그곳에서 정녕 행복하신가요.

오늘은 코피가 터졌고
내일은 또 멍이 들 테지만
엄빠만 행복하시다면 괜찮을 것 같은데...

그런데..
우리 동생들은 어쩌죠..?
요즘 들어 우리는 왜 맞고만 있어야 하냐고 물어봐요..
또 어느 날은 집에 들어왔더니
신씨네 형제들이랑 대판 싸우고 있었어요.
혹시나 동생들이 큰형처럼 집을 나가게 될까봐 무섭고
오늘밤이 지나면..
또 오랫동안 엄빠를 못 볼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자꾸만 엄습해요...

우리에게..
우리에게 정녕 그때의 그 날이 다시 올까요..?



*우리 엄빠를 애타게 찾는 글을 보고 싶다면,
http://m.inven.co.kr/board/lineage2m/5563/637

(팁게시판의 성격에 맞지 않는 글을 올려서인지 글삭당했습니다.
서버게시판에 다시 올렸으니 참고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