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rming
2020-07-07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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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14
[06] 엄빠가 사라진지 약 한 달.. -리오나6-[2020년 7월 7일. 화요일. 오늘의 일기]
날씨 - 너무 더워서 빨리 '한겨울'이 왔으면 좋겠음. 엄빠가 사라진지 약 한 달.. 갑자기 어느 날, 낯선 사람들이 우리 집을 점령했다. 그들과 며칠 지내본 결과, 이 낯선 사람들은 '신'씨 성을 가진 한 일가족이었다. 신씨 아저씨와 신씨 아줌마의 얼굴은 아주 무시무시하게 생겼지만 키가 크고 속은 깡~!깡~! 소리를 낼 것 같이 삐쩍 말라 있었다. 자식들 중 제일 큰 애는 매일 아침 우리에게 하면 안 되는 것들을 읊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러한 제약들은 점점 많아져갔다. 그들의 형제 중에 내 또래로 보이는 애도 있었는데 그 애가 이 나이 먹고 사춘기를 넘어서 오춘기가 왔는지 온 동네방네 들쑤시며 망나니처럼 사고를 치고 다녔다. 그래서 어제는 며칠 전에 우리 동네로 이사 온 한 분이 자식 관리 좀 제대로 하라면서 신씨 아줌마에게 한마디 하셨는데 날카롭게 돌아온 말은 "어머, 얘 우리 자식 아녀Yo. 한 번만 더 제게 이런말 하시면 가만히 있지 않을거예Yo" 하고 돌아오면서 죄 없는 우리들에게 온갖 신경질과 화풀이를 했다... 그렇게 후드려 맞고 울적한 마음으로 세수를 하는데 거친 손으로 두 눈을 가리고 있자니 새엄빠의 모습이 다시금 아른거렸다. 논농사로 직접 수확하신 하이얀 쌀밥에 고기를 얹어주시던 모습.. 너도 한번 길러봐야 농부의 소중함을 안다며 내 작은 손에 씨앗 몇 개를 얹으시며 지으셨던 옅은 미소.. 눈물이 나오려고 해서 부랴부랴 씻고 나오는 길에 또 한 번 맞.았.다... 그들을 피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집 밖을 나와 동네 친구들이 다 모이는 놀이터로 가는 일뿐이었다. 놀이터도 하루에 2시간밖에 갈 수 없어서 다시 집으로 들어가야 하는 길이 너무나 무겁고 무서웠지만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2시간도 참 다행이라 생각했다... 아 맞아... 새엄빠는 이 놀이터도 가끔 3시간씩 놀게 해주셨는데.. 요즘 들어 문득문득 드는 엄빠의 모습이 검은 밤을 수놓은 별의 아련함처럼 밀려온다.. 엄빠.. 세상은 참 무섭고 착한 사람은 많이 없으며 믿을 사람은 더더욱 없다는 것을 이제야 실감해요 예전에 놀이터에서 엄빠만 나타나면 온 동네 일진 형, 누나들이 탭댄스로 뒷걸음질 치며 도망갔던 그 장면이 아련해요. 엄빠.... 우리 없는 그곳에서 정녕 행복하신가요. 오늘은 코피가 터졌고 내일은 또 멍이 들 테지만 엄빠만 행복하시다면 괜찮을 것 같은데... 그런데.. 우리 동생들은 어쩌죠..? 요즘 들어 우리는 왜 맞고만 있어야 하냐고 물어봐요.. 또 어느 날은 집에 들어왔더니 신씨네 형제들이랑 대판 싸우고 있었어요. 혹시나 동생들이 큰형처럼 집을 나가게 될까봐 무섭고 오늘밤이 지나면.. 또 오랫동안 엄빠를 못 볼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자꾸만 엄습해요... 우리에게.. 우리에게 정녕 그때의 그 날이 다시 올까요..? *우리 엄빠를 애타게 찾는 글을 보고 싶다면, http://m.inven.co.kr/board/lineage2m/5563/637 (팁게시판의 성격에 맞지 않는 글을 올려서인지 글삭당했습니다. 서버게시판에 다시 올렸으니 참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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