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T1의 시작부터 정글 자리를 지켜온 벵기가 떠나고 맞는 첫 시즌,

SKT는 현 3월 5일 기준 9승 1패로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엄청나게 우승을 휩쓸었던 SKT였지만 유독 스프링 시즌 초반엔 부진한 모습을 보여왔던 걸 생각하면

꽤 만족할만한 성과라고 할 수 있죠.

 

탑에선 시즌 시작 전의 많은 우려를 뒤엎고 후니가 딜러 탱커를 가리지 않고 한체탑에 한발짝 다가가는 모습이고,

미드에선 언제나처럼, 아니 이번시즌은 더 강해졌나 싶을 정도로 포스를 뽐내는 절대강자 페이커가 있고,

바텀은 프릴라,뎊마 등의 라이벌과의 경쟁에서 "항상"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며 원탑 자리를 공고히 하는 뱅울프가 있죠..

 

그런데,

영입 당시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던 정글의 피넛이 언젠가부터 의문부호가 붙는 플레이를 보여주기 시작하더니,

이젠 어쩌면 주전 자리를 잃을수도 있을 만한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물론 반대급부로 많은 우려를 샀던 라이벌인 블랭크는 지금 롤챔스 승률 100%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죠.

 

분명 한두번은 우연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kt와의 연전을 통해 많은 분들이 느끼셨을 부분은 양 선수의 현재 폼은 단순 일시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런 폼의 차이가 어떤 부분에서 나온것인지 분석해보겠습니다.

 

1.롤에서 관전이 필요한 이유

 

제목만 보고 이게 무슨소리지 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입니다.- 바로 "관전과 피드백의 중요성"이죠

 

현재 skt 선수기용의 패턴을 보면 일정한 부분이 있습니다.

무조건 선발출장은 피넛, 그리고 세트를 지거나 정글 싸움에서 주도권을 빼앗긴 경우에 다음 세트에서 바로 블랭크로 교체한다는 점입니다.

 

어제 밤에 방송된 오프더레코드를 보시면 kt전에서 교체출전한 블랭크 선수가 부스 안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정글러가 칼날부리 혼자 도는 선택은 좀 아니었던 것 같아, 미드가 리쉬를 해줬어야 했어."

 

이제 좀 제목이 어떤 의미인지 아시겠나요?

skt가 톰,이지훈,벵기,피카부 등으로 이어지는 식스맨들을 성공적으로 기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코칭스태프와 경기를 같이 보고 즉시 피드백을 하고 다음 경기에 출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맨유의 퍼거슨 감독, 아니 축구계의 주요 명장들은 새로운 영입 선수가 팀에 적응을 못하거나 부진할 시,

그 선수를 벤치에 앉혀서 같이 경기를 보게 합니다.

왜냐? 그게 경기를 보는 눈을 향상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롤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접 게임을 하면서 느끼는 것도 있겠지만,

관전을 할때는 게임을 하면서 놓친 부분도 같이 체크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기에 뒤에 나온 선수는 상대적으로 이점을 안고 게임에 임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두가지 의문점이 생깁니다.

1.그렇다면 왜 다른팀들은 식스맨을 효과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는가?

2.작년에도 skt정글은 식스맨이었는데 블랭크의 경기력 차이는 어떻게 설명할건가?

 

일단 1번 질문부터 해결해보겠습니다.

정답은 간단합니다.

 

2."스타일 차이가 나는 선수들간의 교체는 성공하기 힘들다"(거꾸로 말하면 스타일이 비슷한 선수들은 식스맨으로 굉장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지금 롤챔스 내에서 식스맨을 활용하는 팀은

SKT, 삼성, 아프리카, 락스, 진에어가 있습니다.

 

일단 SKT는 빼고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그나마 식스맨의 성공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는 삼성 같은 경우는 명백한 기량 차이로 식스맨을 활용할 수 밖에 없는 정글 포지션을 제외한 바텀 듀오의 로테이션을 보면,

룰러-코장과 스티치-레이스를 세트로 묶어 활용하는 모습을 보입니다.(사실 크게 보자면 하루-룰러-코장과 엠비션-스티치-레이스로 묶을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묶는 이유는 "이렇게 묶어야 바텀 밸런스가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챔프폭이 넓은 룰러-챔프폭이 넓은 레이스는 챔프폭 면에선 문제될게 없지만 두 선수 다 공격성이 짙다는 모습에서 안정감이 상당히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안정적인 스티치-안정적인 코장은 라인전이나 한타 모두 무난하게 풀어갈 수 있으나 챔프폭이 두 선수 모두 좁은 편에 속해 밴픽에서 불리함을 안고 들어갑니다.

 

결국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고 듀오 별로 경쟁을 시키는게 삼성의 방침인 것이죠.

따라서 이는 일반적인 식스맨이라고 보기 힘들기에 역시 논외로 치겠습니다.

 

그렇다면 남은 팀들인 아프리카, 락스, 진에어는

현재 6,7,9위 들이군요. 그리 만족할만한 성과는 아닌것 같습니다. 이유는 뭘까요?

 

아프리카의 스피릿-모글리는

두 선수 모두 초반 라인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마는,

챔프폭 차이가 너무나도 극명하기 때문에 한 선수가 출전했을 때 밴픽 패턴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군요.

 

락스의 샤이-린다랑, 익수-소환은

어쩜 이렇게 똑 닮아있을까 의문일정도로

플레이스타일과 챔프폭 모두 한쪽은 수비적, 한쪽은 공격적이죠.

 

자 이제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skt의 식스맨들을 비교해보겠습니다.

피넛 선수의 이번 시즌 챔피언 풀을 보면

렝가 6판, 카직스 5판, 리신 4판, 그레이브즈 1판이군요.

 

블랭크 선수는 표본이 적긴 합니다만

카직스 3판, 렝가 1판, 그레이브즈 1판입니다.

 

확실히 비슷하죠.

 

자 그렇다면 두 선수의 플레이스타일은?

피넛 선수는 락스 시절부터 초록강타가 대세였을 시기에도 빨간 강타를 혼자만 선호하는 등

극도의 공격성을 가지고 상대 정글을 막 잡아먹는 "캐리형" 정글러입니다. 다만 지금은 바뀐 팀의 스타일에 적응을 잘 못하는 모습이죠.

 

블랭크 선수는 잼구라는 희화화된 별명 속에 담긴 기복 때문에 저평가도 많이 당했던 선수입니다만,

기본적으로 이 선수는 역시 카정과 라인 개입을 통한 cs 수급으로 "안정적으로 크기만 한다면" 역시 팀의

주요 딜러 역할을 할 수 있는 "캐리형" 정글러입니다.

다만 작년 초반엔 막 들어온 팀에 적응을 못하는 모습을 보였죠.

 

이제 확실해졌습니다.

이 두 선수는 플레이스타일부터 챔프폭까지 굉장히 비슷하죠.

그말인 즉슨 피드백과 관전이 굉장히 효과적일수있다는 말입니다.

 

왜냐?

어차피 상대팀은 같고, 우리팀도 내가 들어갔다고 해서 크게 바뀌지 않으니,

전판에 피넛이 했던 실수는 본인이 그것을 인지하고 줄여나갈 수 있는것입니다.

 

그렇다면 위의 2번질문인 "작년에도 skt정글은 식스맨이었는데 블랭크의 경기력 차이는 어떻게 설명할건가?"

역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벵기와 블랭크는 스타일이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체는 결코 두 선수에게 득이라고 볼 수 없죠.

블랭크가 그나마 작년에 안정적으로 활약했던 게 바로 작년 롤드컵인데, 이때 잘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스타일을 벵기처럼 바꿔서"입니다.

 

원래는 리신,엘리스 등으로 초반 적극적으로 개입해야되는 선수이나 그게 팀에게나 본인에게나 독이 된다는 걸 느끼고,

올라프와 자크 등으로 벵기처럼 끊기지 않는 선에서 시야장악을 해주며 한타에 기여하는 "커버형 정글러"로 말이죠.

 

그러나 역시 본인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었을땐 어색함이 묻어나는 법,

결국 4강과 결승 모두 아쉬운 모습을 보였죠.

 

참고로 벵기 선수 역시 부진했을 때

비슷한 스타일의 톰 선수를 보고 많은 피드백을 통해 다시 재기에 성공한걸로 알고 있습니다.

 

위의 글을 정리하자면

"블랭크는 원래 캐리형 정글러이다, 그러나 작년 식스맨 시절 팀은 벵기의 라인 시팅과 운영적 부분에 익숙했기에 팀이나 본인이나 움직임이 자연스럽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엔 피넛,블랭크 모두 스타일과 챔프폭 모두 비슷하다. 따라서 한쪽이 교체된다고 해도 팀적이나 개인적이나 큰 어려움없이 자연스레 동화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를 관전하고 즉각적으로 피드백할 수 있는 블랭크는 경기력이 좋을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이 글은 피넛을 쉴드 칠 의도가 아니라, 그냥 논리적으로 이해가 안될만큼 변화한 양 선수의 위상과 폼을 그나마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하려는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반박의견이 있을거같아 추가적으로 적어봅니다.

물론 식스맨끼리의 스타일이 다르다고 무조건 실패하는 건 아닙니다.

가장 유명한 예로 "페이커-이지훈"이 있죠.

 

그러나 이 선수들 역시 식스맨 자체의 이득을 봤다고 보기엔 힘듭니다.

15 스프링, 한창 이지훈이 잘 다루는 아지르,카시오페아 등의 ap 정석 메타가 왔을 당시,

페이커 역시 아지르, 카시, 룰루, 제라스 등을 사용하긴 했습니다만 굉장히 부진한 모습을 보였죠.

이는 본인이 이지훈에게 맞춰진 팀 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하고 혼자 공격적으로 나섰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15섬머

온갖 미드챔프가 다 나오고 모든 라인에서 압살하며 본격적인 슈퍼skt의 시작을 알린 시즌이었습니다.

이 당시 페이커는 제2의 전성기가 왔다고 불릴만큼 압도적인 기량을 뽐냈습니다만,

이지훈은 트페, 바루스, 빅토르 등으로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한, 아니 커리어 사상 가장 불안한 시기를 보냈죠.

이 역시 파밍 위주의 이지훈에게는 당시 초반부터 파괴적으로 빈틈없이 스노우볼링을 하는 skt가 맞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페이커-이지훈이 식스맨의 모범사례일수는 있겠지만,

식스맨의 정답이라고 묻느냐면 그건 아니라는 거죠.

오히려 피넛-블랭크 같은 로테이션이 가장 효과적인 정답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