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세계의 끝을 벗어났을 때 눈에 들어 온 것은 온통 빛으로 가득찬 끝이 없는 공간이였다.

그곳에는 그가 서 있었다.

우리가 검은 마법사라고 불렀던 남자.

하얀 마법사라고 불리던 시절의 모습이였다.

"늦었군. 와서 앉게."

그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 어디에 앉으라는 것인가.

하고 생각하던 순간 그의 옆에 나무로 된 의자가 하나 생겨났다.

다가가서 자리에 앉자 그도 앉았다.

역시 없던 의자가 생겨났다.

"놀랐는가? 알고 있겠지? 창조의 힘이네."

"알고 있으니 놀랄 것도 없어."

그는 피식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차원의 도서관에 가장 오래된 책을 읽어본 적이 있나?"

그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물끄러미 보았다.

"그 책의 가장 첫줄에는 이렇게 쓰여있다네. '빛이 있었다. 그리고 오버시어는 세개의 세상으로 나뉘었고 권능은 세개로 나뉘였다.'라고. 차원의 도서관의 모든 책을 샅샅이 살펴봐도 우리 세상을 만든 오버시어는 더 이상 언급되지 않아."

조용하고 나지막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했다.

"빛의 열렬한 신봉자였던 나는 궁금했어. 왜 오버시어는 세상을 빛으로 만들지 않았는지. 왜 끊임없이 언데드와 어둠의 생명들이 태어나는지 말이야. 내가 오버시어 였다면 세상을 빛으로 가득차게 만들었을 텐데. 그래서 자신의 피조물들이 항상 행복하도록 했을텐데 라고 말이야."

그의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아, 이거 말인가. 예전에 데몬이 입힌 상처라네. 내가 가진 힘을 쓴다면 별거 아니지만 힘을 잃게 된다면 나 역시 평범한 인간이란 말이지. 어쨌든, 오버시어를 만나서 묻고 싶었어. 대체 왜 그랬는지 말이야."

그리고는 무언가 골똘히 생각했다.

"추측 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겠지. 하지만 나는 그런 성격이 못돼서 말이야. 세상의 구속을 벗어나기 위해 초월자가 됐어. 그럼에도 구속을 벗어날 수가 없더군. 결국 그가 만든 규칙안에 살고 있었던 것이니까. 그래서 그 규칙을 부수기로 한거야. 세개의 세상과 세명의 초월자. 이 균형이 깨지면 규칙도 깨질거라고 생각했지. 그래서, 그렇게 했어."

그는 양손을 펼치더니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영상으로 보여주었다.

"처음에는 세상을 벗어나는 데 성공하면 오버시어를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호기심에 읽은 그 책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네. 오버시어는 세상 자체가 된 것이고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 그렇다면 세개의 세상과 초월자들을 다시 하나로 만들면 오버시어의 일부라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던 거야. 그래서 차원의 도서관에서 한가지 거래를 했다네."

"거래?"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거래. 과거를 읽는 힘을 얻었어. 그 대가로 나는 세상에서 없어졌지. 하얀 마법사니, 검은 마법사니, 그게 본명이겠는가? 당연히 다른 이름이 있었지."

"그래서?"

"루미너스는 잘 있는가?"

빛의 계단을 만들어 헤븐즈 도어 너머로 나를 보내는데 성공한 그는 기력을 다해 함께 오지 못했었다.

"루미너스. 내 안에 있던 다른 존재였던 것은 알고 있겠지? 본인은 싫어하지만 말이야. 그것은 오버시어의 일부였어. 세상을 만들고 남은 조각. 안타깝게도 조각이 너무 작아서 내가 원하는 정보는 얻을 수 없었어."

"당신의 이름이 루미너스 였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건가?"

"맞았네. 역시 대적자로군."

그는 손뼉을 치며 웃음지었다.

"여담이지만 도서관 사서 알테지? 그 수염난 염소처럼 생긴. 그 자는 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존재라네. 그도 그럴 것이, 오버시어의 껍데기 거든. 어쨌든. 루미너스가 오버시어의 조각이라는 것을 안 것은 그것을 잘라내고 난 직후였어. 과거를 보는 힘을 썼으니까. 그렇게 되고 나니 세상을 하나로 만들어 되돌린들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네. 그래서 다른 방법을 찾았던 거야."

"그게 뭐지?"

"내가 오버시어가 될 것이네. 삼라만상을 흡수하고."

캉!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무기를 들어 그의 목을 베었다.

검은 쇠사슬이 내 무기를 막았고 그의 몸은 쇠사슬이 나온 쪽이 검은 마법사의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대적자라는 것은 나에게 대적할 자가 아니라네. 내가 오버시어가 된다면 나는 내 의식을 유지할지 확신이 없어. 오버시어 자체가 되어 의식이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네. 그렇게 되면 자네가 물어봐주게. 왜 세상을 이렇게 만들었는지."

나는 손의 힘을 뺄 생각이 없었다.

쇠사슬과 무기가 부딪혀 불꽃이 일었다.

"삼라만상을 흡수하면 나 역시 흡수될텐데."

"내가 가장 공들여 만든 존재는 바로 자네라네. 운명에서 벗어난 존재. 세상에서 벗어난 존재."

"너의 의식이 그대로 있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지?"

"빛으로 가득한 세상을 만들 것이네. 혹한과 혹서가 없고 먹을거리와 재해 걱정이 없는 세상. 세상은 마침내 다시 시작하는 거야. 완벽하게 행복한 세상으로."

그가 공중에 떠오르는 가 싶더니 바닥에 우리가 살던 세상들이 비쳐졌다.

앉고 있던 의자는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지금부터 난 오버시어가 될 것이네."

그의 주변에 맴돌던 검은 사슬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끊어지기 시작했다.



"막을텐가? 카오."


"물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