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별거 아니란 소리 한 적도 없는데
'다른 큰 병에 비해선 그닥 큰게 아님'
그 10추글 쓴 사람이 제목을 '에이즈가 별거 아니랜다' 이런식으로 지으시니
다른분들도 제게
에이즈를 감기급 질병으로 본다면서 에이즈나 걸려보라는 식으로 말씀하시네요.
http://m.inven.co.kr/board/powerbbs.php?come_idx=4538&l=4679077&iskin=overwatch

하도 옵벤 계속 하다보니 논란글에 하나씩 다 해명하고 대응하는것도 이젠 지쳐서
그런거 있으면 그냥 댓글로만 쓰고 말았었는데
걍 글로 써드립니다.

1. 에이즈가 큰병이 아니다?

우선 에이즈 큰 병 맞습니다.
근데 제가
http://m.inven.co.kr/board/powerbbs.php?come_idx=4538&l=4679163&iskin=overwatch
여기에 말했던 것처럼
제 기준에선 세상에서 젤 크고 젤 위험하고 젤 심각한 병은 아닙니다.
중환자실 일하면서 사람을 갑작스러운 죽음에 이르게 하는 다른 이런저런 큰 병들보단 그나마
약물로 통제라도 되긴 하는 병이라서 그렇게 생각하진 않았던 거구요.
제가 일했던 중환자실에도 에이즈 환자 몇번 왔었습니다.
근데 중환자실 오긴 왔는데
옆에선 다른 환자들 인공호흡기 하고 에크모 달고 투석 돌리고 CPR 치고 쌩 난리를 칠 동안
에이즈 환자는 대체 왜 여기로 보낸건지 생각할 정도로
진짜 아무것도 안하다가 병동으로 보냈거든요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였구요

중환자실 왔는데 아무것도 안했다고
누구 말마따나 감기취급 하는건 아니구요
제 기준에선 약도 있고 당장 죽어나가는 병이 아니면
다른 병들과 비교해 봤을 때 그리 큰 병은 아니라 생각하는 겁니다

이 기준은 근데 제가 특수한 상황에 계속 있었어서 그런식으로 생각하게 됐는데
저처럼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신 것 같지만
제 기준을 다른분들 모두에게 강요하는 것처럼 말했던 건 제 잘못입니다.
죄송합니다.

2. 그럼 에이즈보다 더 큰 병이 있는가?

제가 이걸 쓸까 말까 고민했는데
다른 응급한, 당장에 목숨 왔다갔다 하는 병들도 있지만
평생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끼치는 질병을 예로 들어볼게요

만성 신부전
일평생 죽을때까지 투석 받아야 하는 병입니다.
신장 기능이 모종의 이유로 어느정도까지 떨어지면
자연 회복이 되지 않으며
소변이 나오지 않아서
일주일에 세번, 이틀에 한번 꼴로 투석을 받아야 합니다.
소변을 못보면 수분이 몸 안에 정체되어 있어서
몸이 붓고 폐에 물이 차서 숨을 못쉬어요.
그리고 칼륨이 빠져나오질 못해서 고칼륨혈증으로 심장이 멎습니다.
그래서 투석으로 그런걸 빼주는 거구요

투석은 16G 바늘(대학병원 응급실 가면 쓰는 바늘이 18G인데 이거보다 더 큽니다. 2.5센티 길이의 쇠바늘이에요) 2개를 4시간동안 한쪽 팔의 혈관(동정맥루)에 꽂고 있습니다.

응급실 가면 수액 맞죠?
그럴 때 쓰는 바늘은
안에 쇠침이 있고 겉에 얇은 고무? 실리콘? 같은게 있는데
쇠침은 빼고 실리콘만 사람 몸 안으로 들어가는거
투석바늘은 그냥 쇠침입니다.

암튼 그런거 2개를 몸 안에 꽂고 4시간동안 침대에서 팔 움직이지도 못하고 계속 누워있어야 합니다.
환자들 말 들어보면 마라톤 하는 것처럼 힘들다고 하더군요.
한번에 몸에서 물 3~4리터씩 빼니까요.

그리고 신장기능이 거의 멈춘거나 다름 없기 때문에
조혈기능도 떨어져 있어서 빈혈이 굉장히 많습니다.
90프로는 한달에 15번 정도 조혈주사를 맞고 있구요(10프로는 Hb 수치는 낮지만 엄청 낮은게 아니라서 보험적용이 안됨)
그리고 하루 세번 약을 수십알 먹어야 하구요.
헤파린, 아스피린을 매일 쓰기 때문에 코피 한번 나면 하루가 지나도 안멎습니다.
몸도 굉장히 가렵고
혈압도 저혈압이고
약을 많이 쓰기 때문에 위장들이 안좋으셔서 위장약은 기본입니다.

그리고 평소에도 물 한잔도 마시기 어려우며(소변으로 안나오니 물마시면 그게 그대로 부종이 생김) 국물 있는거 조금밖에 못먹고 과일 못먹고(사과 두조각 정도는 먹을 수 있음) 채소 못먹고 밥도 하루 두끼(세끼 드시는 분이 특이케이스라 할 정도) 먹고
일단 반팔 입기가 힘듭니다.
그쪽 혈관이 뱀처럼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와 있는데 바늘을 계속 거기에다가만 찌르니까 흉터도 많고요
적어도 3일에 한번은 투석을 받아야 하니까 긴 여행도 못가고
직장생활 하는 것도 힘듭니다(이틀에 한번 아침 낮에 4시간씩 비워야 하니까요) 그래서 환자 대부분이 무직

이걸 죽을때까지 평생 합니다만
다른 분들보다는 기대수명이 짧고 치료제가 정말 1도 없습니다.
투석 안받으면 그냥 죽는 거에요.
신장이식도 방법이긴 한데 정말 하늘에 별따기고 1억? 정도 들고요. 이식받은 후에 매일 면역억제제 먹어야 합니다(에이즈 환자랑 똑같은 상태 됨. 몸안에서 면역력이 사라짐)
그리고 이 이식받은 신장은 5~10년 정도 쓰면 대부분 기능이 다해서
다시 투석 받아야 합니다

아 투석 한달에 비용 240만원정도 듭니다.
1년에 2900만원 정도. 정부부담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1. 이틀에 한번 4시간씩 병원와서 혈액투석
2. 팔에 혈관수술 해서 반팔 못입음
3. 물 한잔 더 먹으려하면 의료진이 잔소리 겁나함
4. 치료제 없음. 약먹으면 투석 안받을 수 있고 그런거 아님.
5. 비용
6. 신장이식 해도 10년 지나면 투석 다시 받아야함
7. 죽을때까지 받아야하고 안받으면 거의 바로 죽음(일주일 내로? 중환자실 왔는데 투석 안하겠다고 DNR 서명한 환자들 보면 그랬음)
8. 과일 채소 거의 못먹음
대충 이렇네요.

에이즈랑 만성신부전이랑 어떤게 더 큰 병 같아보이세요?
제 기준에선 만성신부전이 더 큰 병입니다.
에이즈는 약이라도 있지
만성신부전은 약도 없고 투석 안받으면 1. 심장마비 오거나 2. 숨차서 죽어요. 그리고 그 투석을 수십년간 죽을때까지 받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에이즈 걸리고 싶다는건 아니구요.
이건 제게 에이즈가 큰 병 아니면 에이즈 걸려라 하신분들께도
똑같이
'만성신부전이 에이즈보다 큰 병 아닌 것 같으면 만성신부전 걸려서 평생 투석받다 죽어라'라는 말이 되네요.
근데 전 간호사고 심각한 병 가지고 그렇게까지 저주를 하고 싶진 않구요.

만약 누가 제게
둘 중 한 병을 꼭 걸려야해?
이런 질문 진짜 사람 목숨 가볍게 보는 것 같아서 싫어합니다만 만약 그렇다면 선택하기 어려울 것 같네요.

이상 에이즈가 세상에서 제일 큰 병이 아니면 뭐가 있는데 라는 말에 대한 제 답변이구요.

3. 의료계랑 간호계랑 엄연히 다르다
보통 의료계 안에 간호계를 포함시켜서 의료계 종사자 중 간호사
이런식으로 부릅니다
간호사는 의료인 맞구요

4. 간호조무사 아니고 간호사입니다
근데 간호사인 절 비하한답시고 간호조무사라 하시는데
그렇게 간호사 비하?->간호조무사 이러는건 간호조무사 분들께도 모욕입니다.

5. 간호사답게 행동해라?
간호사답게 행동하는게 뭔지 알려주실래요?
그리고 다른분들도.
제가 구글링 해봤는데 제게 인성 논하시기 전에 본인들 인성부터 챙기시는게 좋을 것 같네요.

6. 고소?
어떤분들이 그 노딱 ㅉㅉㅉ님이 말한거가지고 뭐뭐 고소각 아니냐 이러시는데 뭐 그것때매 노딱님은 옆에 변호사 형님 호출한다 하고 난리가 나셨더라요
전 고소할 생각도 없고 고소한다고 아무 말도 안했는데...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진 모르겠지만 암튼 고소 할 생각 없으니까
그분 포함 다른분들도 제게 죽어라 좆무사 병신이냐 저딴게 간호사 에이즈나 걸려라 등등 하시기도 하고
제가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유언비어까지 퍼뜨리시던데
고소 걱정 하지 마시고 지금까지 하시던 대로 계속 그 태도 유지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그거 쓰신 분들도 고소 걱정 안하시니까 그런 댓글 계속 쓰시는 거잖아요?
전 착하니까 걱정말고 할말 계속 해보세요.

7. 왜 차단했냐?
그때 그 동성애자 떡밥 이후로 그 글에 답글도 별로 안달리고 쪽지로 더 하랬는데 쪽지도 아무도 없고 해서
얘기 끝났나 했습니다.
근데 그 동성애자 싫어하시는 분들하고 다른 주제의 글이더라도 같이 말하고 싶진 않고, 그분들이 올리는 글도 온통... 뭐 보다보니 성매매를 옹호한다든가 누가봐도 버스충 스트리머를 존나게 쉴드친다든가 남의 불행한 가정사에 ㅅㄱ 이런다든가 문신한 여자는 싼 여자라면서 문신충이라고 한다든가 전적 있으신 분들이 많더라구요
동성애자 싫어하시는 분들 모두가 그랬던건 아니고
절 까는 글에 꾸준히 나타나시는 분들 중 여섯 분 정도가 그렇더군요
쨌든 앞으로 그런 분들 포함해서 글 안보고싶고 말 섞고 싶지도 않아서 전부다 차단했습니다.
암튼 쪽지는 차단 안했으니 특별히 제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하세요.





글이 길어서 3줄요약합니다
1. 큰 병의 기준을 사람마다 다르게 볼 수 있는데 너무 제 기준만 강요해서 죄송합니다
2. 에이즈가 세상에서 제일 위험하고 안좋은 바이러스로 생기는 병은 맞는데 세상에서 제일 심각하고 큰 병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바이러스랑 병은 다른 개념입니다. 참고
3. 차단당하신 분들 할말 있으면 쪽지하세요. 저격하든가.
저한테 병신이라고 하시는 분들. 제게 욕 안해주셨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말씀드려도 계속 하실 것 같아서요. 전 착하니까 고소같은거 걱정말고 지금 태도 계속 유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