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라는 구기 종목을 썩 좋아하진 않았었다. 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야구게임을 시작한 이례로, 요즘은 출퇴근 길 푹빠져 지낸다. 그 단초가 되었던 것이 'MLB9이닝스'였다. 올해는 MLB의 정규시즌 정보를 업데이트 하여, 'MLB9이닝스18'로 판올림을 했는데, 연봉 랭킹 1위에 빛나는 '마이크 트라웃'이 전면에 나서서 게임을 홍보하더라.



천만돌파, 가즈아


작품 자체에 관심이 생겨 여러 웹진의 인터뷰 기사를 정독했었다. 인벤에서의 기사도 읽고, 주요 신문사의 읽을 거리는 죄다 찾아봤었다. 그리고, 발견했던 지난 달 말의 개발자 인터뷰. 뭐랄까, 개발사가 일반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 한가롭게 정통 룰을 운운하며 몇년간 담금질 한다는 게 현실감이 떨어졌달까. 실은 그래서 신뢰가 갔다.



커뮤니티에서의 평가는 분명 호불호가 갈리긴 한다. 하지만, 여러 해를 거듭하면서 더 단단해지는 콘텐츠의 짜임새나 요즘 게임 못지 않은 그래픽을 다듬어 간다는 게 어지간한 노력과 비용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틀안에서 색다름을 주기 위한 고민이 많았던 것 같더라. 예를 들면 이런 거.


'룰이나 틀을 깰 수 없는 장르다. 시장도 제한적이다.'
'메이저리그의 검수를 거쳐야 하다보니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기 어렵다.'
'제약은 있지만, 최대한 사실적이고 디테일한 야구를 구현하려 노력하고 있다.'


인터뷰를 읽고나서 게임에 다시 접속해봤다. 말만큼 모양이 완벽하진 않아도, 나름의 노력들이 확연이 눈에 들어왔다. 확대해서 보지 않을 화면인데 선수들의 습관이나 유니폼의 디테일을 살리는 등의 예술활동을 이어왔더라. 결과적으로 게임에 대한 애착, 그리고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장인정신이 아니고서는 결정하기 어려운 일이다.



노력은 가상, 그런데 재미는?


앞의 이야기는 내 개인적인 생각일 뿐. 열심히 한다고 해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을 순 없다. 그래서 객관적인 사실을 들여다보자. 난 이게임이 '최대한 사실적이고, 디테일한 야구'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가장 돋보인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타선의 변화를 실제 경기처럼 배치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당겨 치거나 밀어 쳤을 때의 방향이나 이점 등을 너무나 유연하게 표현됐다. 달리 이야기하면, 나름의 정공법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타의 게임들 처럼 먼치킨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수십만 원씩 현질을 해가며 덱을 맞춰야 하는 부담을 주진 않는다. 물론, 쓰면 좋겠지만 필수가 아니라 느꼈다. 딱히 그럴 필요도 없고.



내가 응원하는 팀의 모든 선수를 모으기 까지는 많은 고난과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대충 맞추어 뛰어도 리그 전을 이어가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이 부분은 매칭의 승리라고 생각이 든다. 내 구단의 전력에 딱 맞게 적절하게 상대팀을 배치하기 때문인데, 먼치킨이 되거나 만년 하위로 곤두박 질 치는 일은 가뭄에 콩 나듯 적다.


그리고 여러 이벤트와 출석 보상으로 최상위 등급의 카드를 선뜻 내어주기도 하더라. 꼭 직접 경기를 뛰며 승리의 맛을 찾지 않는다 하더라도 친선경기와 아케이드 모드를 통해 색다른 재미를 누릴 수도 있다.



예측하고 휘두르는 재미


두 가지 포인트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MLB와의 정식 라인선스를 토대로 실제 경기 데이터가 주기적으로 'MLB9이닝스18'에 반영되고 있다. 달리 말하면, 100% 똑같은 라인업과 경기결과를 만들어내는 건 아니지만, 내가 응원하는 팀의 다음 경기 결과를 조금이나마 예측해볼 수 있다. 디테일한 스코어까지는 아니겠지만, 데이터는 나름의 의미가 있더라.



또한 친선모드의 이점은 게임을 하루 온종일 들고 있지 않더라도 충분히 매력적이란 생각이 들더라. 경기가 답답할 땐 리그나 레더전을 통해 직접 던지고 뛰어도 충분했다. 여기에 제한된 시간안에 홈런을 펑펑 날려볼 수 있는 아케이드 모드의 재미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지금껏 대여섯 가지의 야구게임을 즐겨봤지만, 타이밍을 맞추는 데 가장 많은 공을 들였던 게임이 아닐까 싶다. 무조건 승리하고, 이점을 얻을 수 있는 판타지적 요소 하나 없이 순수하게 선구와 타격 전략을 토대로 타이밍을 맞추어야 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요즘도 출퇴근 길에는 틈틈히 아케이드 모드를 켜고 서너 판씩 몰입하는 게 아닌가 싶다. 여러 게임들이 앞다투어 '진짜'를 슬로건으로 삼아 홍보하는 일이 많지만, 오랜시간 사랑받고 다듬어 온 이 게임을 대체할 뚜렷한 타이틀이 없다는 것. 다시 한 번 컴투스의 아성에 감탄하게 된다. 꼭 한 번 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