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접속자 수 20만 명 돌파.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대한민국 개발사라면 누구나 꿈에 그리던 목표를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이 해낸 셈이다. 리니지 형제 이후 수많은 국산 MMORPG가 등장했지만, 정식서비스 이후 제 갈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흔적도 없이 몰락하거나 동접 1~2만 선에서 만족하고 자축해야만 했다.


하지만, 아이온은 등장부터 많은 기대를 모으더니(당연한 일이겠지만), 오픈베타 시작과 함께 국내 게임계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PC방 업주들의 보이콧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오랫동안 1위 자리를 고수하던 서든어택을 밀어내고 PC방 점유율 1위를 달성하는가 하면, 오픈베타 개시 닷새 만에 동시접속자 수가 20만 명을 넘었다고 엔씨소프트는 발표한다. 이 기세를 모아, 매년 말마다 열리는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 2008 대한민국 게임대상, 대상을 수상하고 소감을 발표하는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 ]




이와 같은 아이온은 성공은, 국내 게임 시장을 또 한번 잠식할 것이라고 예상되던 월드오브워크래프의 두 번째 확장팩 리치왕의 분노가 같은 시기에 출시되었음을 고려했을 때, 정말 대단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아이온이 순식간에 이루어낸 이 모든 성공, 특히 동시접속자 수 20만 명이라는 쾌거가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모래 위의 성'처럼 위태롭다면?...


인벤은 아이온 오픈베타부터 최단 시간에 만레벨을 달성한 그룹에 있는 유저에게 충격적인 제보를 받았다. 그것은 다름아닌 현재 아이온은 오토(자동사냥 프로그램)에 의해 거의 잠식당했으며, 동시접속자 수도 이러한 오토에 의해 크게 부풀려 진 것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엔씨소프트가 오토에 대한 별 다른 제재를 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기자의 취재도 여기서부터 시작했다.


이온은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가는 접속자 수를 감당해내기 위해 신규 서버를 쉴새 없이 추가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신규서버에서는 오토 때문에 필드에서 일반유저가 사냥하기 힘든 수준까지 왔다는 점이다. 최근에 추가된 '토르'서버는 유저들로부터 오토천국이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 아이온 공식홈페이지, 토르서버 G글래머B비욘세가 올린 게시물


다른 서버도 물론 득실 되는 오토 때문에 골머리 아프겠지만, 글쎄요. 토르서버만 할까요? 신섭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아주 오토가 필드 전체를 완전 장악 했습니다. 정말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마을 입구에서 벗어나자마자 오토 보이기 시작해서 몬스터 리젠되는 곳에 1대1로 오토들 그대로 다 포진되어 잇습니다.


그 광경을 보고 아주 경악 할 수 밖에 없더군요. 필드 전체 몬스터 숫자와 오토캐릭터 숫자가 동일 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요? 이 정도니 어찌 일반 유저가 몬스터 사냥을 할 수 있나요. 그냥 포기 할 수 밖에 없는 거죠. 스틸도 안됩니다.


이유는 오토 돌리는 사람들이 그것을 생각해서, 몬스터 레벨보다 최소 3에서 최고 8레벨까지 높게 책정, 스틸 해도 결국은 오토가 아이템 먹게 되어 있습니다. 헛웃음 밖에 안 나오네요. 과연? 이 필드 내에 엄청 포진되어 있는 오토 캐릭터를 NC 소프트에서 막을 수 있을까요?

☞ '토르섭 아주 오토뗌에 심각합니다!' 원문 글 바로가기




[ ▶ 실제로 토르서버, 게임 상에서 만난 일반 유저의 한 마디 ]




이와 같은 오토에 대한 유저들의 불만은 한 둘이 아니다. 토르서버 게시판은 같은 서버 유저들의 오토 항의글을 넘어 오토가 완전히 잠식해버린 토르서버를 문상한다는 타 서버 유저들의 글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 오픈한지 2주도 안된 토르서버에서 만레벨 캐릭터가 버젓이 돌아다니는 것도 오토가 만연해 있다는 증거 중에 하나다.



[ ▶ 아이온 공식홈페이지, 토르서버 게시판 ]




그렇다면 왜 오토 캐릭터들을 신서버에 집중해 있을까? 그 이유는 신서버는 캐릭터 생성에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오픈베타부터 게임 내 경제가 활성화되고 고레벨 유저들이 많은 기존 서버가 '돈을 버는 것을 목표로 한' 오토들에게는 훨씬 더 매력적이다.


하지만, 포화된 인구 수 때문에 기존 서버는 캐릭터 생성 제한이 걸려있어, 진입 경로가 막혀있다. 현금거래 사이트에서 기존 서버의 고레벨 캐릭터는 착용한 아이템이 좋고 나쁨에 상관없이 10만원에서 20만원 이상으로 고가로 거래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토들이 기존 서버에 진입할 수 있는 유일한 경로이기 때문이다.



[ ▶ 모 아이템 현거래사이트에서 거래 완료된 계정들, 시엘서버 ]




인벤에 이 문제를 제기한 만렙검성이라는 한 유저도 가장 먼저 생성된 서버 중에 하나인 시엘 서버에서 플레이 중이다. 아이온 각 서버 당 동접자 수를 5000명 이상으로 가정했을 때 캐릭생성이 제한된 구서버와 신서버의 비율이 체감상 다르겠으나 최대 20% 이상을 상회 하며, 개인상점을 열어 넣고 실제 플레이를 하지 않는 캐릭터와 한 사람이 자신의 다른 계정으로 일명 '밀대'를 하며 캐릭터를 육성하는 경우를 빼고 나면 실제 동접자 수는 훨씬 적다는 것. 즉, 엔씨소프트가 발표한 동접자 수 20만 명은 크게 부풀려진 것이라는 뜻이다.



▶ 인벤에 제보한 시엘서버 모 만렙검성 유저와의 인터뷰


마족으로서 43 레벨이 되면 받는 퀘스트인 " 43레벨 유일무기퀘스트"를 하러 적진영인 고렙 천족지역을 넘어갈때면 으례 파티원들이나 포스원들에게 당부를 한다. 오토를 하고 있는 캐릭터를 치지말라고..


이유는 간단하다. 오토캐릭터들을 치게되면 이들이 지역창으로 대대적인 광고를 하기때문이다. 적진영이 넘어왔을 경우 오토를 돌릴수 없게 되니 이들이 적극 참여하는 것이다. 이것은 고렙오토가 얼마나 많은지 단적인 예로 볼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고렙 지역에 있는 오토들은 동일지역에서 두 명씩 팟을 짜서 오토를 돌린다.


오토를 구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두 캐릭들이 겹치기가 가능하다는 것. 일반저인 유저들이 쫄대로 원컴 투계정을 하는것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몇번이나 신고를 했지만 며칠동안 그대로 돌고 있는 오토를 볼때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인벤게시판에도 이러한 문제들을 지적하여 글을 쓴 유저들이, 공식홈페이지에서 글쓰기 정지를 당했다는 글들도 많다. 한마디로 자신들에게 불리한 글은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NC가 오토를 잡기위해 노력한다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이다.




[ ▶ 유저가 제보한 오토 사냥의 한 장면 ]




엔씨소프트는 최근 온라인 게임산업 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 받고 있는 오토 (게임자동사냥프로그램)에 대해 민형사적으로 강력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한, 오토 프로그램 판매를 선전하고 있는 사이트 12개에 대해 즉시 판매 중지를 하지 않으면 형사 고소 및 민사 소송을 통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경고장까지 보냈다. 12월 3일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는 게임산업진흥 중장기 계획 발표 현장에 참석해서 오토를 법적으로 제재하는 방안을 유인촌 문화관광부 장관과 김기만 게임위 위원장과 함께 논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엔씨소프트의 입장은 대외적인 모습일 뿐, 게임 내에서는 그 대처가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많다. 일례로 필드에 일반유저보다 오토가 더 많다는 유저들의 빗발치는 항의에도 불구하고, 12월 18일 이후 오토 사용으로 영구 정지된 계정은 단 720개에 불과하다. 현재 오픈베타를 시작한지 한 달 20일이 경과했고, 정식서비스도 한 달이 넘었는데, 총 37개 서버에서 오토 사용으로 영구 정지된 계정은 총 3062개 뿐.



[ ▶ 거의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유저들의 오토 신고 ]



[ ▶ 하지만, 근 반달 동안 제재받은 계정은 단 720개 ]


☞ 아이온 오토/근절 게시판 바로가기



이는 블리자드가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서비스 초기 다양한 핵 프로그램이 출현하면서 하루에 수천명 씩 영구 정지시켰던 모습과는 완전히 대조적이다. 그 당시 기자의 기억으로는 영구 정지된 유저들이 다시 게임을 하기 위해 저레벨 지역에 몰려들었고, 그것이 추가적인 렉 현상을 발생시키기도 했지만, 블리자드의 엄중한 대처 이후 핵 프로그램 사용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다른 국산 MMORPG도 마찬가지다. 항상 오토와 중국 작업장의 폐해에 시달려 왔기에, 게임 내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서 오토 사용을 최대한 방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로한의 수갑시스템은 많은 반발과 부작용이 있었지만, 게임 내 오토를 그나마 줄이는 계기가 되었고, 게임을 순수하게 즐기는 선량한 유저들은 게임 내 오토를 부정하는 게임사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아이온은 게임 내 오토를 제재할 수 있는 어떤한 장치도 전무한 상황이다. 대외적으로는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하지 못했을 만큼 단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실제 게임 내에서는 오토에 무차별적으로 잠식당한 유저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특히, 국내 유저들의 입맛에 맞는,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개발된 게임이기에 게임 화폐의 환금성이 높아 게임을 통해 돈을 벌기 위한 오토와 작업장 세력들은 좀처럼 줄어 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토와 동시접속자 수, 그 뒤틀린 고리를 끊어야...


사실, 게임 내 오토와 전문적으로 오토를 통해 비정상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작업장 문제는 아이온 뿐 아니라 엔씨소프트의 전작인 리니지 형제에서도 끊임 없이 제기 되어 왔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오토든 일반유저든 계정비는 똑같이 지불하고, 동접자 수 계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전체 수익과 대외 이미지로 볼 때는 누구든 많이 접속하기만 하면 오케이라는 내부 논리가 설득력을 가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신규 게임이 런칭했을 때의 오토와 작업장은 게임머니의 현금 거래를 표면화 시킴으로써, 게임사 입장에서는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지 모르겠지만, 그 것은 한 순간일 뿐이다. 짧게는 3개월만 오토와 작업장들이 게임을 좌지우지해도 그 게임은 유저가 아무도 찾지 않는 유령 같은 신세로 전락해버린다. 그 동안 게임을 사랑하고 플레이한 유저들에게 엄청난 상실감과 정신적, 물질적인 손해가 돌아가게 되면서 게임 재화 밸런싱을 비롯한 모든 게임 시스템들이 산산조각 나버리는 것이다.

[칼럼] 중국오토, 국내게임시장잠식..이미 전쟁이다.


이는 분명, 엔씨소프트가 최근 대외적으로 천명한 '온라인게임의 열풍이 더욱 성숙된 게임 문화 조성으로 이어져 우리나라가 온라인게임의 종주국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한다는 목표'와는 정 반대의 길이다. 하루 빨리 엔씨소프트가 '적극적으로' 오토에 대처하여, 아닌 아이온이 겉모습 뿐이 아닌 선량한 일반유저들이 마음 푹 놓고 즐겁게 플레이 할 수 있는 진정한 대한민국 1등 게임으로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P.S. 현재 제보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각 직업별, 어비스 밸런스 문제는 아직 다루지 않았다. 일단 오토부터 끝을 보자.



[ ▶ 인벤 아이온 유저 평가란, 씁쓸해지는 순간이다. ]




Inven Vito - 오의덕 기자
(vito@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