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과금구조 얘기로 뜨거운 참에, 조금 다른 주제의 글을 한번 써봅니다.

 

아마 어떤분들을 은연중에 느끼고 있을 부분일 것입니다.

 

 

저는 우선 우리나라의 E-스포츠 산업이 상당히 모순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국내의 LCK와 같은 리그는 없어져야한다고 보는 입장이기도 하구요.

 

 

1. 저작권 침해에서 시작된 E스포츠

서론부터 쭉 얘기하려니 얘기가 좀 길어지겠군요.

우선 너무도 익히 잘 알고 있는 부분부터 시작합니다.

우리나라의 이스포츠는 엄밀히 말하면 저작권 침해행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인기게임이었던 스타크래프트는 PC방 열풍으로 인해

10~20대 게이머들에게 국민게임이 되었습니다.

 

전용준 씨나 엄재경, 김태형(김도형) 씨가 온게임넷 개국을 발판삼아 리그를 진행했고,

신인선수들은 스타크래프트를 연습하며 그 리그에 속속 뛰어들었죠.

 

하지만 이런 연습하는 과정에서 구조적으로 저작권 침해가 존재해 있었습니다.

CD 스페이스,CD 생성기가 바로 그 사례입니다.

당시는 저작권에 대한 인지조차 없었던 시절이기도 했죠.

스타크래프트 붐에 호황이었던 PC방에는 CD스페이스는 기본으로 설치가 되어있어서

CD로 플레이하는 게임들을 CD 삽입 없이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했고,

여기서 필요한 CD키 확인 작업은 CD 키 생성프로그램, 즉 크랙 프로그램으로 해결했습니다.

시간이 조금 더 흘러서는 아예 CD조차 필요없는 립버전이 등장했습니다.

 

2003년 국내 저작권법 개정으로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했지만

외국의 저작물인 스타크래프트는 국내 정부에선 관리 논외대상이었구요.

그래서 그 덕분에(?) 대한민국의 E-Sports는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이런 것이 바탕이 되지 않았다면 당시 E-Sports에 신인 선수의 공급은 훨씬 적었을 것이고,

무엇보다 인지도가 많이 떨어졌을 것입니다.

 

물론 블리자드가 이것을 모르고 있었을리는 없죠.

덕분에 자신들의 게임의 이용률이 늘었던것도 사실이니,

일종의 필요악과 같은 시선에서 주시만 하였을 것입니다. 뭐 하나 걸리기만 해라 하면서 말이죠.

 

그리고, 뭐 하나가 드디어 걸려버렸고,

수익을 내려는 KESPA에 원 게임의 주인인 블리자드가 직접 간섭을 하게되었습니다.

 

당시 블리자드, 국내의 게임 방송사(OGN, MBCGame), KESPA 이 대립구도는

전개가 어떻게 되었든, 갈등이 발생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E-Sports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다른 스포츠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 특정 기업의 저작권과, 수익문제가 말이죠

 

 

2. 잠시나마 보았던 가능성, E-Sports의 다양화

No.1 게임 방송사 온게임넷은

스타크래프트가 인기가 있었을 떄는 기본적인 스타리그는 물론, 팀단위의 프로리그,

CU앳배틀넷, 신애와 밤샐기세.scx와 같은 예능까지 더해서

스타 경기 리플레이 분석, 그리고 이것들을 계속 재방송,

하여튼 스타크래프트만 주구장창 편성했습니다.

 

온게임넷은 일단 "기업"이니까 당연히 가장 잘팔리는 스타크래프트만 가지고 편성했었죠.

기업으로선 당연하지만 게임 컨텐츠를 주도해야할 게임방송사로서는 자질이 많이 부족한 방송사였습니다.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점차 인기를 잃어가고 있을 때,

온게임넷에서는 상대적으로 다른 게임의 리그가 부각되기 시작했습니다.

 

국내 게임인 카트라이더,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이 바로 그것.

 

카트라이더는 유영혁, 문호준 등과 같은 걸출한 선수들이 포진해있었고,

캐스터는 전용준 씨였습니다. 당연히 인기가 있을수밖에요

 

 

모쿠자 김대웅 씨가 원래 던파리그의 상당한 기량을 가진 선수였다는 것을 기억하고 계신분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국내 인기 온라인 게임이었던 던전앤파이터는 정준 해설을 필두로 온게임넷 던파리그를 진행했었고

온게임넷은 라이브 배틀과같은 프로그램도 편성하였죠.

 

서든어택리그는 특히 여성선수들도 많아서 남성중심으로만 인식되었던 게이머 층이 한층 넓어진 계기가 되었고

각 게임의 리그에 집중하면서도 성캐의 야생중계라는 게임정보 예능프로그램으로 새로운 타이틀과 게임 동향분석도

놓치지 않았죠.

스타크래프트가 사라져갈 쯤, 오히려 모순되게도 이때만큼은 온게임넷이 게임방송국을 대표하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3. 리그오브레전드의 등장, 주어진 168시간의 한계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는

승부조작 사건, 중계권 분쟁으로 하향세를 띠었던 스타크래프트의 후속주자로 혜성같이 등장했습니다.

라이엇게임즈는 스타크래프트 중계문제를 타산지석으로 삼은 듯, 한층 탄탄한 중계 계약을 통해

E스포츠의 시작인 한국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고 대박을 냈습니다.

LoL 인비테이셔널이 그것을 말해주었죠.

PC CD게임이 아닌 무료 온라인 게임이라는 점에서부터 저작권으로부터는 훨씬 자유로웠습니다.

 

LoL리그의 등장에 따라, 그 전까지 인기가 있었던 카트라이더, 던파 리그는 한순간에 마이너로 떨어졌습니다.

LoL 리그가 자리잡기 시작하였고, 2010년 김대웅 씨는 LoL로 전향하였습니다.

 

온게임넷은 하스스톤, 히어로즈오브스톰이 온게임넷에 자리잡기 전까지 다시 LoL에 집중투자를 했습니다.

그래도 게임 방송사기 때문에 동향 관련 프로그램은 빼놓을수 없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정된 168시간중 LoL, 동향 두 영역을 제외하면 남는 시간은 몇 안되었습니다.

 

 

4. 체계를 갖출수록 부족해지는 인력

현 시점 E-Sports는 KESPA 회장 전병헌 씨 덕분에 많이 발전해있습니다.

이전보다 훨씬 체계적인 소양교육을 진행하며,

각 게임단은 스포츠 팀에서나 연예인들 관리하는것처럼

소속 선수들을 매니지먼트하는 체계까지 갖추어져있죠.

 

하지만 롤 챌린저스만 보아도, 우리나라에 E-스포츠 인력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납니다.

제대로 관리가 되는 팀은 LCK에서 뛰고 있는 대기업의 팀들 뿐입니다.

LCK에 자리한 팀들을 맡고 있는 소수의 대기업들은 이들을 관리하는 인력이 충분히 있는 반면,

그곳에서 뛰지 못하고 있는 팀들은 제대로된 연습환경조차 갖추어져 있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E-스포츠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대충 생각해도

감독, 코치(상세하게는 많을수록 좋다고 해요)라는 인력이 필수입니다.

여기에 부가적으로 스타일리스트도 들어갈수 있겠죠. 이미지 마케팅도 가능하다면 하는것이 좋으니까요.

 

 

현실적으로, 이정도로 E-Sports의 체계가 갖춰질만한 인력은 우리나라에는 없습니다.

 

 

만약 팀 매니지먼트가 잘 되어있었다면

다른 게임 종목의 선수들이 은퇴하거나 전향하거나, 더 나아가서는 승부조작을 하거나 하면서

일명 막장 트리를 타는 일이 일어났을까요?

 

 

 

LoL이 인기를 끌면 끌수록

그 이면에는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진 수많은 다른 게임에서 활동하던 인물들의 좌절이 일어났습니다.

E-스포츠에 투자하는 자들도 기업이니까,당연히 마이너로 밀려나는 종목은 투자를 끊어버리죠.

 

대학리그등으로 해외에서 E스포츠가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 많이 부럽습니다.

몇부리그씩 겹쳐있는 중국은 말할것도 없죠

하지만 그것은 인구가 많기 때문에 가능한 외국의 사례입니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게임을 규제해서가 아니라, 인구의 한계 때문에 E-스포츠가 그 이상 발전하기가 어려운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양한 게임으로 E-스포츠 인력을 양성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각 팀을 구성하는 선수들뿐만아니라 그들을 관리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리그를 중계할 중계진.

이것만계산해도 보통 필요한것이 아니죠.

 

초창기 LCK는 스타크래프트 중계를 했던 엄전김이 중계했습니다.

하스스톤이나 히오스는 박태민, 김정민과 같은 스타1 선수가 중계를 맡았구요

즉, 새로운 인력이 들어와서 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전향하는 것이죠.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종목은 새로운 인력으로 순환이 되어야합니다.

인력이 없다는 반증입니다.

 

 

5. 언제든 사장될수 있다는 불안감

LoL이 한 기업의 소유물, 상품이라는 점도 잊을 수 없는 불안요소입니다.

누구도 스타크래프트가 그렇게 한순간에 무너질거라 예상하지 못했던것처럼,

LoL도 한순간에 무너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새로운 경쟁작이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무너질수도 있지만,

갑자기 국내 정세가 바뀌어서 강제적으로 무너질수도 있고,

슈퍼스타 페이커가 해외로 이적하거나 은퇴, 아니면 입대해서

매번 우승을 휩쓸던 LCK가 우승을 못하는 날이 오는 순간

위상이 떨어졌다고 느끼면서 이젠 롤판도 끝났구나,, LCK안본다로 이어질수도 있습니다.

그런점에서 이번에도 LCK에 남아준 페이커는 정말 고맙지만,

가을 월드 챔피언십이 끝나고 다시 이적시즌이 돌아왔을때마다

"페이커가 더 남아있었으면 좋겠지만 이제는 보내주어야하지 않을까?"라는 말은 계속 나오는것도 사실입니다.

 

 

 

부정할수 없는 사실 중 하나, 어느새 시즌 7이 된 LoL은 이제는 분명 오래된 게임입니다.

LoL만의 매력을 느끼고 재밌게 플레이하던 유저들 대부분은 속칭 접은 상태고, 유저층이 많이 바뀌어있습니다.

당장에 LCK가 사장되고 국내 게이머들의 관심이 사라졌을때,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한 현재 프로게이머들의 미래가, 과연 보장되어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적어도 지금은 아닙니다

 

 

6. 각박한 현실속 한국 E-스포츠를 등에 업은 LoL과 국내 게임시장

현재 국내 게임시장이 이렇게 되어있는 것은 부정하고 싶어도 LoL의 영향이 매우 크게 작용한 결과입니다.

한판에 평균 30~40분이면 끝나는 게임은, RPG요소, 전략요소, 팀플레이요소까지 모두 갖춘 종합장르 게임,

LoL은 인기를 얻으면서 유저층을 흡수했고 한순간에 국내 게임 유저들을 "인내심 없는" 유저로 만들었습니다.

 

RPG는 원래 긴 플레이타임을 추구하고 오랜 시간 플레이한 결과로 게임을 이해시키는 장르입니다.

RPG는 원래 그렇고, 국내 온라인게임시장은 이런 RPG 중심으로 형성되어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여유가 없어져가면서

컴퓨터앞에 자리잡고 3시간이상 플레이하는것은 유저들에게 부담이 되기 시작했죠.

그래서 다양한 장르를 한번에 체험할수 있으면서도 한판 플레이타임 30~40분이면 충분한 LoL은

"이론상으로" 큰 매력이 있었습니다.

 

실제로는 그런 LoL을 몇시간이상 플레이하는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에 아~무런 효과도 없었습니다.

LoL이 게임성이 좋은것은 맞지만 그것을 여러번 플레이하게 되는 원인은

RPG와 다르게 승부 중심의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이겼으면 이겼기 때문에 한번 더하고 졌으면 졌기 때문에 한번 더하죠.

그러면서도 "아 몇시간씩 같은 몹잡고 노가다 해야하는 국산 RPG는 질려~"라는 말을 합니다

막상 LoL도 할때마다 미니언 정글몹을 잡는데다 게임플레이가 끝나면 남는 것은 RPG에 더 많은데도 말이죠.

유저들은 게임에서 가질수 있는 인내심을 잃어버렸습니다. 순간의 쾌락을 우선시하게 된것이고,

이것은 RPG의 특성과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더이상 온라인게임에 희망이 보이지 않는 듯 하니 게임사들은 모바일을 주력으로 하기 시작했습니다.

LoL과 기존타이틀들이 꽉 잡고 있는 이상,

신작 온라인게임은 내자마자 "발전이 없다"는 소리를 듣는게 다반사라

게임사도 애초에 투자를 크게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넥슨의 하이퍼유니버스는 2D AOS로,

돈슨답지 않은 과금정책에 2D횡스크롤이라는 독특한 방식의 AOS라서 평가는 예상보다 좋았습니다.

조작방식의 개성, 아이템의 구성 전략, 난잡한 LoL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기적으로 잘 갖춘 스토리.

거기에 정직하다고 평가받는 LoL과 비슷한 과금정책까지.

어느 게임처럼 연예인가지고 프로모션한것도 아니고,

G스타에서 아예 무대를 만들어서 게임 그자체를 홍보하는 착한 게임이었죠.

 

그런데도 지금 인기가 없는 것은 게임성 이런게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동일 장르 LoL이 주름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꾸준히 인기 리그를 진행하면서 유저에게 플레이 동기부여를 하는것이 매우 큽니다.

비운의 타이틀입니다.

 

이번에 동기부여를 위해 랭킹전을 도입한다고 하지만 유저가 모이지 않으면 과연 의미가 있을까요?

유저를 끌어모으기 위해서는 방송매체등으로 자주 노출시켜야합니다.

 

 

7. LCK는 최종적으로는 없어져야한다

그래서 나오는 결론은 위와 같습니다.

국내 E스포츠와 게임 시장은 상당히 어긋나 있습니다.

외산게임 중심으로 되어있어서 국내 온라인 게임 시장을 아예 봉쇄하고 있고

방송사는 돈이되는 종목 위주로 방송을 편성하고 기업은 돈이되는 종목에만 스폰합니다.

사장되는 게임의 게이머는 강제적으로 전향을 하거나 은퇴를 해야하는 처지에 놓여있고,

그나마 인기있는 종목의 게이머는 매년 돈을 더 많이 주는 팀 이적에 대한 내적 갈등을 하게 됩니다.

 

 

LoL, 하스스톤, HoS등 외산게임 중심의 리그가 우리나라에서 발전하면할수록 오히려 국내 게임산업은 봉쇄됩니다.

이스포츠가 발전하면 게임산업도 발전하는것이 맞는방향일텐데, 그 게임들이 외산이기 때문에, 오히려 퇴화되고있죠.

이런 잘못된 구조를 없애기 위해서, 아래와 같은 개선책을 생각합니다.

 

 

1) LCK 등 외산 게임을 중심으로 한 국내 게임 리그를 폐지할 것

2) 현재 외산 게임의 프로게이머들을 해외로 진출시킬 것

3) "소수"의 기업이 그들의 해외 생활, 그들을 보호/관리할 수 있는 인프라를 지원하고,

    은퇴한 게이머에 대해서도 미래를 그릴 수 있는 발판을 지원할 것.

4) E-Sports 방송사는 각 게임사와 상금 등의 계약을 하여 다양한 게임의 대회를 개최하고 중계할 것.

   (국내 여러 게임 대회에 참여하는 각 사람들은 그 게임의 프로게이머가 아닌 유저 개념으로 별도의 팀 없음)

 

조금더 간단히 정리하자면 현재의 "프로게이머"들을 충분한 지원을 갖춘상태에서 외국무대로 옮겨주는 것이고,

방송사는 다양한 게임대회를 총괄하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만 바뀐다면, 국내 게임기업들도 방송에 노출시켜 유저를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조금더 재미있고 퀄리티있는 게임을 만들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각 방송사의  단 한번의 과감한 선택으로 이루어질수도 있는 이야기 입니다.

모험적이라서 그런 결정을하는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것이고,

국내에서의 생활을 더 선호하는 프로게이머에게는 당연히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겠지만,

애초에 외산게임 중심으로 형성된 잘못된 구조였기 떄문에 발생할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구조 변경이라고 봅니다.

 

이제는 해외 인프라가 결코 국내에 비해 밀린다고 보기도 어렵기도 하니,

해외생활에 대한 지원을 해준다면 각 선수들의 미래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