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실천하는 행위는 좋아하는 행위와 다르다. 고양이는 쥐를 좋아하지(like) 사랑(love)하지 않는다. 고양이가 쥐를 사랑한다면 함부로 잡아먹지 않을 것이다. 등산가는 산을 좋아하지 사랑하지 않는다. 등산가가 산을 사랑한다면 산을 정복 대상으로 삼지 않고 산을 자신과 혼연일체가 되는 입산의 대상으로 삼는다. 산을 사랑하는 사람은 등산(登山)보다 입산(入山)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좋아하는 것은 감정의 흔들림이지만 사랑하는 것은 영혼의 떨림이다. `들꽃처럼 살으리라`라는 책을 쓴 최영배 신부의 말씀이다. 좋아하는 것은 일시적 감정으로 시작해서 쉽게 끝나지만 사랑하는 것은 영혼의 울림이 동반돼 느리게 시작해 오랫동안 가슴에 남는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걸림돌도 함께 넘어서야 될 디딤돌이지만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걸림돌은 걸림돌일 뿐이다.

내가 무엇인가를 사랑한다면 추운 겨울도 새봄의 희망을 싹틔우는 즐거운 고통의 시간이지만 내가 무엇인가를 좋아한다면 추운 겨울은 견딜 수 없는 혹한일 뿐이다. 사랑하는 대상은 매일 가슴에서 용솟음치지만 좋아하는 대상은 가끔 기억날 뿐이다. 그래서 좋아하다 싫어지면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 보지 않고 듣지 않으면 되지만, 사랑하는 마음은 눈을 감고 귀를 막아도 더 아롱지게 다가올 뿐이다. 사랑하는 일은 그래서 머리가 시키는 일이 아니라 가슴이 시키는 일이다.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만이 자신이 하는 일을 가슴으로 사랑할 수 있다. 위대한 사랑은 사랑하는 대상을 구속하거나 그 대상에 예속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을 소유하려 하거나 강압적으로 종속시키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대상을 맹목적으로 숭배하거나 그 대상에 예속되어서도 안 된다. 오히려 사랑하는 대상이 안고 있는 아픔과 슬픔을 감싸 안고 어루만지며 깊은 관심으로 돌본다. 진짜 사랑은 상대의 희생을 요구하거나 희생하지도 않는다. 진정한 사랑은 자신이 사랑하는 진리와 친구가 되어야 한다. 지혜를 사랑하고 그 사랑을 친구와 나누면서 서로에게 힘이 되고 아름다운 파트너로 변신시키는 사랑의 실천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이다.

- 유영만 "체인지" 중

"좋아하는 것은 감정의 흔들림이지만 사랑하는 것은 영혼의 떨림이다."
이 글귀에 모든 내용이 들어 있는듯 하네요.
내용이 좋은것 같아서 시간될때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