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데이때 그 흔한 장미꽃 하나를 주지 못해서 면박을 받던 나였는데. 너에게는 내가 처음으로 꽃이란 것을 선물했다.

그날은 로즈데이도 아니었고 너는 내 여자친구도 아니지만 말이다.

단지 너와의 약속을 기다리는 와중에도 자꾸만 네 생각이 나서.

 너를 만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다가 문득 내가 이걸 무슨 배짱으로 너에게 건네주나 싶어 그냥 버릴까란 생각도 했는데
처음으로 사본 꽃은 생각보다 예뻤고
 머쓱했지만 주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꽃이란게 예뻐서 샀다며 멋쩍은듯 건넨 꽃에 번지는 너의 미소가 꽃과 너무 잘 어울려서.
 잠깐 두고 다녀와도 될 텐데 굳이 손에 꼭 들고 다니는 너의 모습이 제법 귀여워서.
헤어질 때 한번 더 돌아서서 꽃 너무 고맙다고 인사하는 너를 보며.

너를 데려다주고 집으로 향하는 길 울린 카톡 속에
 내가 준 꽃 사진으로 프사를 바꾼 너를 보니.
아마도 나는 앞으로 꽃집을 자주 가게 될 것만 같다.

작지만 예쁜 그 꽃은 너를 더 예쁘게 만들었고 그날의 넌 여느날 보다 예뻤다.
내가 좀 둔한 녀석이라 나는 그제서야 알았다. 내가 너를 좋아한다는 것을.

네가 예뻐서 좋은건지 좋아서 예쁜건지는 모르겠다만
 두가지는 분명했다.

너는 예쁘다는 것과 그런 너를 내가 좋아한다는 것.

너와 내가 처음 만났을 때의 너는 상처가 많은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네가 더 이상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는데.
단지 그뿐이었는데 어느덧 너는 내 마음 한켠에 자리 잡았다.

너를 한번 두번 만날 때마다 조금씩. 너를 하나둘씩 알아갈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천천히 너는 그렇게 내 마음 두근거리는 곳 어딘가에 자리 잡았나보다.
하긴 널 알게 된 어느 누가 너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감정표현에 서툴러 좋아하는 마음조차 꽁꽁 숨겨두는 바보같은 나라서 아직 좋아한다는 마음을 전하지 못했는데.

아직은 조금 쌀쌀한듯한 세상이
 곧 찾아올 봄의 설렘에 사르르 녹아내리면
 세상 곳곳에 봄꽃들이 피어나겠지

꽃이 필 때쯤엔 너도 피었으면
 꽃보다 네가 먼저 피어났으면
새 봄에는 예쁜 꽃이 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