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348번째포효




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나를 다 떠나는 걸까


우리 엄마 아빠 사고로 돌아가시고 한 동안 폐인 처럼 살다가 친구들이 나를 찾아와서 정말 오랜만에 밖에 나갔는데 비가 오더라 나는 약속에 늦어서 신호가 바뀌자 마자 앞도 안 보고 무작정 뛰어가다가 오빠랑 부딪혀 넘어졌지


 오빠는 미안하다며 못 일어나는 나를 부축 해 주면서 내 번호를 마음대로 가져가던 오빠가 내 머리 속에 너무 생생해 그 때 나는 철 없는 고삐리 오빤 어엿한 직장인


 오빠는 우리의 나이 차를 알면서도 불구하고 나에게 계속 연락을 해 왔고 나의 외로움을 달래주던 오빠의 연락이 니는 너무 좋아졌고 그렇게 우린 사귀게 됐어


아무 탈 없이 오빠랑 사귀길 6년 나도 이제 오빠처럼은 아니지만 조금은 철이 든 성인이 되었고 오빠랑 더 가까워진 거 같아서 너무 좋았어


 내 학교 때문에 오빠랑 너무 멀어진 탓에 우린 동거를 하게 됐는데
그 동안 너무 아무 일 없이 잘 지냈던 탓 일까 비가 오는 날 중환자실에 산소호흡기를 끼고 아무 미동도 없는 오빠를 봤어 오빠를 본 순간 눈물이 끊이질 않더라 너무 울어서 나도 쓰러지고 그렇게 몇 일을 누워있다 오빠를 찾아갔더니 오빤 그 때 그 상태 그대로더라 너무 울었던 탓에 더 이상 눈물도 나지 않았고 갑작스럽게 오빠는 나를 떠나버렸어


시간이 지나면 다 잊혀진다더니 다 거짓말이었나봐 오빠는 시간이 갈 수록 내 속에서 점점 더 커져만 갔고 오빠를 떠올리는 습관들은 내 일상 속에서 오빠를 점점 짙어지게 만드는데 지금 보고싶어도 보지 못 하는 오빠가 너무 원망스러워 아무런 인사도 없이 나 혼자 남겨두고 그렇게 가 버리면 나는 어떻게 살라고 ? 오빠 진짜 이기적이다 그 날 오빠가 떠나기 전에 눈물 범벅이 된 나를 오빠가 한 번만 더 안아줬더라면 갈 땐 가더라도 우는 날 한 번만 달래 주고 갔더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좋은 추억으로 오빠를 묻어 둘 수 있었을까 오빠 그렇게 가 버리고 나서 나한테 사랑이 찾아와도 왜 나를 사랑하냐면서 밀어내고 설렘이 느껴져도 그 사람을 사랑하면 또 나 때문에 그 사람을 잃게 될 까봐 용기가 나지 않았고 나는 작은 설렘 하나하나에도 엄청 큰 용기가 필요했어


누군가를 사랑 할 자신도 없지만 나를 사랑 할 자신은 더더욱 없다 나는 나를 미워한다 아니 싫어한다 내 자신이 너무 원망스럽다 아무 잘못도 없는데 전부 내 잘못인 거 같아서
오빠 얼마 전에 내가 오빠를 좋아하는 만큼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생겼어 근데 나는 너무 무서워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해서 그 사람 마저 잃게 될 까봐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해도 될까 ? 그 사람이 날 좋아해도 되는걸까 ?

오빠, 잘 지내 제발 잘 지내 꼭 잘 지내야 해 날 두고 떠나놓고 잘 지내지 못 하면 그러면 내가 정말 죽어버릴 것 같으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천천히 따라갈게 오빠


길었다면 길었고 짧았다면 짧았던 우리의 8년 간의 연애를 오늘에서야 끝내려고 해
보고싶어 오빠 없는 하루하루가 조용히 허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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