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종로] 정지훈 기자= 촛불 집회는 없었지만 20여명 모인 이들의 메시지는 있었다.

`축구를 사랑하는 국민들의 모임(축사모)` 회원을 비롯한 축구 팬들 20여명이 축구회관에 모여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의 사퇴를 외치는 동시에 거스 히딩크 감독의 복귀를 요구했다. 그러나 예상했던 것보다는 인원이 많이 모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주최측은 홍보 실패라고 인정하면서도 계속해서 집회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수그러드는 것 같던 '히딩크 논란'의 불씨가 더 큰 불이 되어 다시 살아났다. 히딩크 감독이 직접 `도와주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히딩크 측과 대한축구협회의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지난 14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한 호텔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은 내게 제2의 고향이다. 감독이든 기술자문이든 한국 축구 위해 어떤 형태로든 기여할 용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촛불집회까지 예고됐다. 인터넷을 통해 모인 축사모 회원들 10여명은 지난 21일 목요일 서울 종로 경찰서에 찾아가 광화문 축구회관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고, 종로경찰서 관계자 역시 "23일 토요일, 14시에서 17시 사이에 축구협회 회관 앞에서 '축구를 사랑하는 국민' 모임이 집회를 연다"고 밝혔다.

결국 집회가 열렸다. 인터넷에서 반응은 뜨거웠다. 촛불집회가 예고되자 많은 네티즌들이 집회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랐다. 23일 오후 3시 기준으로 모인 인원은 대략 20여명이었다. 인터넷을 통해 모인 축사모 회원들 15명과 일반 축구 팬들 10여명이 모였다.

20여 명의 축구 팬들은 "축구주권 국민에게 돌려달라!", "거짓말쟁이 김호곤 사퇴하라!" 등의 현수막을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전달했다.

먼저 축사모 위원장은 이번 집회를 열게 된 과정을 공개하며 "처음에는 집회를 광화문 광장으로 추진했는데 서울시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를 받고 경찰서에 신고를 해야 하는데 허가를 받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축구협회로 장소를 결정했다. 지난 목요일에 종로경찰서에 직접 찾아가서 집회를 연다고 했고,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만났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축사모의 위원장은 "우리의 주장을 표현하기 위해 모였고, 현수막까지 제작했다. 축구협회를 개혁하고, 협회가 국민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공정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집회를 연 이유를 밝혔다.

축사모가 요구한 것은 분명했다. 김호곤 부회장의 사퇴와 히딩크 감독의 복귀를 위한 공론화 그리고 축구협회의 사과였다.

이에 대해 축사모 위원장은 "김호곤 위원장이 거짓말을 했다. 히딩크 감독님이 처음 의사를 표현했을 때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며 불쾌하다고 했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었다. 히딩크 감독님이 처음으로 접촉했을 때 공론화를 시켰어야 했고, 만약에 그랬다면 이런 일도 없었다. 결국 김호곤 부회장의 거짓말로 인해 일이 커졌고, 국민들은 화가 났다. 국민들을 속이는 행위다. 변명보다는 대국민 사과가 필요했다. 축구협회는 김호곤 부회장의 개인 회사가 아니다"며 사과를 요구했다.

이어 축사모 위원장은 "지금은 작은 모임이지만 다음 달에 대국민 촛불집회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오늘은 홍보로 인해 실패했다. 그러나 우리는 계속해서 집회를 열 것이다. 시대가 변했다. 협회가 `대충 시간이 흐르겠지`라는 생각은 접어야 한다"며 계속해서 집회를 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대한축구협회는 오는 26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술위원회를 개최한다고 밝혔고, 이 자리에서 히딩크 전 국가대표 감독 역할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