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의 강력한 불씨 지펴
  


문재인 대통령이 법원 내 대표적인 ‘진보양심법관’ 김명수 춘천지법원장을 차기 대법원장에 지명한 것은 사법개혁의 불씨를 확실히 지피겠다는 강력한 선언이다. 


김 지명자는 50여년 만에 대법관 경험 없이 곧바로 대법원장으로 지명된 케이스로서 취임하게 되면 13인의 대법관 중에서 9인이 그의 선배가 된다고 한다. ‘기수와 서열로 물든 사법체계에 일대 혁신을 가져올 분’이라는 여당의 환영의 평가가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현 대법원장보다 연수원 기수가 13년 아래다. 이처럼 기수를 파괴한 것은 썩고 있는 관행과 관습을 걷어내겠다는 사법개혁 의지를 드러낸 것.


대법원장은 국가권력의 한 축인 사법부 수장으로 국가 의전 서열 3위이다. 대법관 제청 및 헌법재판소 재판관 3인 지명 등의 권한을 갖고 있다.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하는 법관들의 수장으로, 대법관 13명과 함께 최고·최종심 법원인 대법원의 재판도 맡는다. 
  


현 양승태 대법원장의 임기는 내달 24일 만료된다. 그 전까지 국회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표결을 거쳐 신임 원장이 임명돼야 한다. 여당측은 대법원장 후보자 지명에 대해 인사청문회 표결 등 절차를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문제는 야당의 태도다. 지금으로서는 ‘폭거에 가까운 코드 인사’로 ‘사법부 장악의 시도’라며 매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순탄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사법부의 적폐를 생각할 때 김명수 판사 같은 인물이 아니라면 이 적폐들을 청산하고 바로 잡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대통령은 보수진영의 반발을 예상 했음에도 초강수를 둔 것이다. 


김명수 후보자는 22일 양승태 대법원장을 만나러 춘천에서 서초동까지 오면서도 관용차 대신 시외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했다. 김 후보자는 ‘31년 동안 재판만 해 온 사람의 수준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의 재산은 8억 2천여만 원으로 고위 법관 평균 재산인 22억 9천여만 원에 한참 못 미친다. 김 후보자의 딸과 아들도 현직 판사로 일선에서 재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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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순한 사법 장악' 아닌 '사법 개혁의 신호탄' 
  


김 후보자는 지난 3월 국제인권법연구회의 공동학술대회에도 법원장 중 유일하게 참석해 인사말을 통해 ‘사법부 독립과 개혁’을 강조하는 등 뚜렷한 소신을 갖고 있고 이를 숨기지 않고 표현해 소장 법관들의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다.


이런 면에서 김 후보자의 지명을 놓고 야권이 '이념형 코드 인사', '불순한 사법 장악시도'라고 비판하는 것에 대해 여권이 '대법원 개혁의 신호탄'이라고 맞받아 칠만하다. 기존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혁신을 위한 적절한 인선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김 지명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 절차를 거쳐 임기 6년의 대법원장에 정식 취임하면 문재인 정부 임기 종료 이후에도 1년 이상 대법원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사법부의 신뢰 하락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 위기이다. 신임 대법원장은 무엇보다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해 대법원의 권위를 바로 세우고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를 개혁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김 지명자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국회 임명동의 과정이 탈 없이 진행되고 통과돼 법원에 쇄신 바람이 불 것을 기대한다. 법이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구현할 수 있는 사법개혁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안동일 논설위원


출처 - NewBC 광화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