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앞에서 성소수자들이 당당했다고 자평하고 있는 퍼포먼스 지지자

한 성소수자 단체(녹색당)가 벌인 기습시위가 성공했다고 자찬하는 모양새를 보고 저는 암담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시위이기에 앞서 일종의 테러의 형태를 띠었기 때문입니다. 그저 시도만 하고 실패했다면 작은 소동에 불과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여러 사람에게 불행하게도 저 사람들은 유력 후보와 직접 접촉하고 물리적 영향력을 끼칠 뻔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문재인TV를 통해 여과 없이 송출되었습니다. 여기서, 의도한 퍼포먼스가 성공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모든 걸 망쳐버렸던 사례가 하나 떠오릅니다.



2005년 음악캠프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던 카우치

네, 2005년 인디밴드에게 암흑기를 선사했던 카우치 사건이예요. 관객들이 생각보다 호응을 해주지 않자, 분위기를 띄우려고 생방송 도중에 아름답지 못한 부분을 과시했던 사건이지요. 이 퍼포먼스 또한 불발했다면, 하다못해 생방송만 아니었더라면 그렇게 파급 효과가 크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퍼포먼스를 성공해버리는 바람에 인디음악의 대중화를 가로막아버리게 됐죠. 생방송으로 내보냈던 MBC의 음악캠프는 사건의 여파로 폐지되기까지 했습니다. 


인증을 실패한 사유는 바로 [성공]이었다

대중이 메갈리아의 반인륜성을 지적했을 때, 여성주의 단체와 진보언론은 오히려 메갈리아를 옹호했지요. 이들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반동적인 움직임, 즉 반페미니즘 정서를 되려 부추기는 결과를 낳고 말았습니다. 이번 녹색당 기습 시위와 이에 대해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 동성애 지지자들의 모습도 이와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것입니다. 지난 20년간 진보세력의 가장 큰 힘이었던 '성숙한 시민의 상식'이 반대로 가장 큰 위협이 되는, 역설적인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죠.

물론 두 사건은 다릅니다. 카우치 사건은 방송계 PD들이 인디밴드들을 믿지 못하게 되면서 이들에게 출연 기회를 주는 것을 기피하는 수준의 관계자 의식 변화가 결과의 전부였습니다. 개인의 일탈적 행위로 말미암아 피해받은 다수의 인디밴드들은 팬들의 동정을 받았죠. 반면에 이번 녹색당 기습 시위 사건은, 대중의 의식 자체에 영향을 주었기 때문에 더 치명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유로 남을 차별해 본 사람은
차별의 잣대를 계속 만들어낼 소지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차별하는 행위' 자체가 일종의 학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러한 양상이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습니다. 비록 그들의 목소리에 공감하지 않더라도 차별 자체에는 반대하는 것이 그래서 옳다고 봐요. 하지만 이런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언제까지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우려스러울 지경입니다. 인권운동을 주도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대중의 공감에 무관심한 지금에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