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두나_이쪽 일이 도마 위에 오르는 직업이다 보니 우리 주변 사람들은 칭찬하고 격려하는 말을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기도 할 거예요.


고현정_그러니까 이율배반적이야. 도마 위에 오를 때는 난도질당하려고 올라간 건데 막상 난도질당하면 막 아프다고 하잖아. 그게 싫으면 아예 도마 위에 올라가지 말아야지. 그러니까 내가 도마에 오를 때도 그렇지만 남이 도마 위에 올라갈 때도 책임감있게 난도질을 해줘야 해.


배두나_그게 무슨 말이에요?


고현정_어설픈 난도질을 하면 피도 못 흘려보고 괜히 조그만 상처 갖고 내가 이런 칼도 맞아봤네, 그런 도마에도 올라봤네 내용 없는 전적(戰績)만 생기는 거지. 게임의 질이나 집중도는 없이.


배두나_와 오늘 나, 깨닫는 게 있는 것 같아. 지금까지 한번도 내가 도마 위에 자진해서 올라갔다는 생각을 안 해봤어요.


고현정_(눈을 동그랗게 뜨며) 우리가 자진해서 올라간 거야, 두나야. (좌중 폭소) 저 도마엔 나만 올라가겠다고 보채기도 하고. 붕장어는 싫다고, 광어가 되겠다고 하기도 하고.


배두나_명쾌해진다. 하하.


고현정_우리가 귀족처럼 가만히 있고 싶은데 억지로 이 세계에 끌려와서 마지못해 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말이지. 할 때는 하는 거야. 아까 우리가 말한 불만은 그렇게 일하는 와중에도 납득할 수 없는 관행이 있다는 거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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