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끄러운 살충제 계란에 대한 정보는 다들 기사나 뉴스 등을 통해 어느정도 전반적인 지식을 얻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여기에 더 나아가서 왜 살충제를 칠 수 밖에 없었고, 앞으로 양계산업이 어떻게 나아가야하는지 논해보려고 합니다.


 1. '닭이'란 무엇인가?

살충제를 치게 된 주원인인 닭이에 대해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닭이는 와구모라 부르는 진드기인데 흔히들 닭이라고 부릅니다.

원래 닭이와 닭 진드기는 구분되야하는 다른 녀석들인데 보통 싸잡아서 이야기하곤 합니다.

닭에게 달아붙어 피를 빨아먹으면서 폭발적으로 증식하는 진드기로 사진은 좀 혐오스럽게 때문에 굳이 올리지 않겠습니다.

이 닭이는 산란률 감소, 폐사율 증가, 질병감염률 증가 등 생산성을 눈에 띄게 떨어트리는 녀석인데 문제는 한 번 생기면 박멸하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흡혈하지 않고도 최대 반 년동안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에 계사를 몇 달 동안 비우지 않는 이상 게속 케이지에 남아있습니다.

닭이는 매우 작아서 케이지 틈새 사이사이에 들어가서 살다가 빛이 없으면 나와서 흡혈하고 다시 틈새로 들어가서 알을 까고 폭발적으로 번식합니다. 

박멸하려고해도 약이 잘 닿지않는 틈새 사이사이에 들어가 있어서 박멸이 매우 까다롭습니다.

닭이는 덥고 습한 기후를 좋아하기 때문에 여름철에 폭발적으로 증식합니다.


 2. 왜 계란에 살충제가?

따라서 이런 닭이의 번식을 억제하고 구제하기 위해 농가에서는 농약 등의 살충제를 많이 사용합니다.

살충제는 닭이 빈 상태에서 살포하는 것이 좋습니다만 닭은 2년에 한 번 교체하고 두 번의 여름을 지나야 하기 때문에 닭이 있는채로 살포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렇게되면 닭에도 살충제가 뭍고 케이지에도 살충제가 남아있습니다.

닭이 일부 섭취한 살충제가 계란에 전이된다고도 하는데 이는 매우 미미하고 대부분 계란에 남아있는 살충제는

계란벨트에 남아있는 살충제가 닭이 새로 낳은 계란에 뭍게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최악의 경우는 계란을 걷지 않고 살충제를 살포하는 경우겠지요.

어찌됬건 이렇게 뭍은 살충제가 세척과정에서 다 세척되지 못할정도였기 때문에 계란에서 살충제가 검출된겁니다.

 
 3. 문제는 밀집사육이다?

기사나 뉴스에서도 많이 언급했었지만 케이지에서 가둬놓고 기르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들 합니다.

이것에 대해선 맞다고 하기도, 아니라고 하기도 애매하군요.

평사에서 기를 경우 닭들이 땅에 몸을 비비면서 이를 털어내다보니 닭이가 문제되지 않는 것은 맞습니다만 그렇다고 모든 케이지에서 길러진 닭이 낳은 계란을 먹어선 안되는 건 아닙니다.

농가에서는 정부에서 허가한 친환경제품만을 사용해서 닭이를 구제해야하는데 문제는 이 친환경제품들은 비쌉니다.

이번에 적발된 농가들은 십중팔구 돈을 아끼기 위해 싸고 강력한 농약류를 사용했을 것이고 이런 불법적인 행위가 발생한 것은 정부의 관리감독이 그간 미흡했다는 증거겠지요.

친환경제품들은 이번에 문제된 것 같은 독성성분들을 포함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용해도 문제가 없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허가된 약품을 쓰지 않았으며, 나아가서 최소한 계란에 덜 묻게 계란을 걷고 나서 주의깊게 살포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던 농가들에게 책임을 묻고 싶내요.


 4. 탈케이지화 할 수는 없는 것인가?


케이지 사육은 동물복지가 가장 잘된 유럽에서도 현재 가장 주요하게 사용되는 사육방법이고 전 세계 어디에서나 대부분 이 방법으로 닭을 기릅니다.

물론 유럽에서는 케이지 사육 반대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그 비율은 점차 낮아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케이지 사육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주된 사육방식일 겁니다.

우리나라 실정에서만 살펴보면 먼저 탈케이지화 할 경우 계란의 폭발적인 단가상승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당장 판 당 8~9000원만 넘어가도 소비자들은 계란값에 가격장벽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솔직히 완전방사식 사육은 우리나라 실정에는 너무나 맞지 않고 그나마 현실적인 평사에서 유정란 생산을 보면 이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평사 유정란도 평사에다가 풀어놓고 기르는데 층층이 쌓지만 않았지 상당히 밀집되어 기릅니다.

흙 목욕을 할 수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간신히죠. 

이렇게 사육해도 일반 케이지사육으로 생산된 계란값보다 3배 이상 비쌉니다.

결국 케이지 사육은 값 싼 축산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반영하기 위한 결과물입니다.

더불어서 우리나라의 극심한 님비현상이 이를 부추긴게 아닌가 싶내요.

신규 농장을 구축하거나 농장 규모를 확장하려할 때 발생하는 극심한 민원 때문에 축산업용도로 허가가 안나게 되고,

이 때문에 현재 허가가 나있는 면적 내에서 규모를 늘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케이지를 높게 높게 쌓는 것입니다.

물론 비싼 땅값도 한 몫하겠지만 돈이 있어도 양계장 하겠다거나, 규모를 늘리려고하면 주민들이 들고일어나니 할 수없이 있는 케이지를 더 높게 쌓는거죠.

이 때문에 동물복지적으로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다만, 이 부분은 올해 중순부터 개정된 법에 따라 한 케이지 안에 더 적은 수의 닭을 넣어야 합니다.

여전히 케이지 안에서 살아야 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닭 한 마리당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유럽에 준하는 수준으로 넓어집니다.


 5. 앞으로 양계산업이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

소비자들은 건강하고 안전한 축산품을 원하지만 동시에 비싸지 않기를 원합니다.

탈케이지화, 더 나아가서 완전방사형 사육은 축산현실을 너무 고려하지 않은 목소리가 아닌가 생각하고 어느정도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절충안이 필요하겠지요.

(물론 전 이번에 적발된 농가들을 옹호할 생각은 없습니다. 적발된 농가에는 벌금과 적정수준의 제재가 가해지지 않으면 양심적으로 잘 해오고 있던 농가들에게 너무 불공평하겠죠)

먼저, 불법적인 약품사용과 식별코드 제거나 변경으로 불법적으로 유통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기존에 너무 미흡했던 관리감독이 체계적이고 철저하게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더불어서 소비자들의 동물복지에 대한 목소리에 힘입어 탈케이지화까지는 무리더라도 사육밀도를 좀 더 낮추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어찌됬건 대통령께서 지시도 하셨고 앞으로 양계산업에 지각변동이 있을 것은 분명합니다.

이번 파동은 어찌보면 터질게 터진거고 이런 일이 재차 발생하지 않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내요.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을 보고 안타까운 것은 양심적이고 합법적으로 잘 해오던 농가도 상당한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서울지역 고시 난가는 이번 주에 20원이나 하락됬더군요.


그리고 동물복지와 안전성을 갖춘 계란을 원하시는 분들은 유정란을 주문해서 드시면 될 것같습니다.

다소 비싸고, 여러분이 생각하는 수준의 완전한 방사사육은 아니지만 그래도 케이지사육보다는 훨씬 준수하고 도저히 손도 못댈 가격은 아니니까요.





p.s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AI랑 '닭이'가 계란이 폭발적으로 생산되 난가가 폭락하는 것을 막는 완충제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