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브이 아빠’ 김청기 애니메이션 감독



“로봇 태권브이를 보고 자란 아이들이 40, 50대가 됐어. 어린 시절이 아득하다더군. 정작 나는 태권브이 만들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래서 태권브이를 더 멀리 보내버리기로 했지. 조선시대로.”

한국 애니메이션의 대부 김청기(74) 감독은 요즘 산수화 그리기에 몰두하고 있다. 그의 화폭엔 조선의 산수뿐만 아니라 장터나 서당 등 일상의 장면이 두루 담겨 풍속화에 가까워 보인다. 그런데 이 ‘삶의 현장’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있으니, 바로 로봇 태권브이다. 점잖은 선비들이 거대한 태권브이를 보고 놀라 자빠지려 하고, 댕기머리 꼬마들은 ‘와’ 함성을 지르며 달려든다. 김 감독은 이 새로운 ‘장르’에 ‘엉뚱 산수화’라고 이름을 붙였다. 


그는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만화가 출신 애니메이션 감독이다. 동양화는 낯설 만도 한데 “만화를 그릴 때 서양 붓보다는 동양 모필(毛筆)을 주로 썼다”고 했다. 2008년 처음으로 태권브이가 등장한 산수화를 그려봤는데, 주변에서 재밌다고들 해 2~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매달렸다. 태권브이 탄생 40년이 되는 내년에 첫 개인전을 열겠다는 목표로 50점 가까이 완성했다.

잘나가는 만화가이던 김 감독은 국산 애니메이션이 거의 없던 시절, ‘로봇 태권브이’를 크게 성공시켜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의 신호탄을 쐈다. 1976년 여름방학에 개봉한 ‘로봇 태권브이’를 보러 온 꼬마 손님들이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 앞 육교 건너편까지 줄을 서는 바람에 교통경찰관이 대거 출동한 일은 유명한 일화. 이후에도 ‘똘이장군’ ‘우뢰매’ 등 히트작을 연달아 내놨다. 

http://shindonga.donga.com/3/all/13/114003/1



일본에는 데즈카오사무가 있으면 

한국에는 김청기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