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히 해야 할 일"…5~20% 습득자 법적보상금도 거부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중요한 일에 쓰일 돈 같아요. 꼭 주인을 찾아주세요."



돈 봉투 확인하는 경찰관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제공 = 연합뉴스]

지난 10일 오후 2시 20분께 경기 부천원미경찰서 원미지구대에 길거리에서 주운 봉투 2장을 든 50대 남성이 찾아왔다.

봉투 안에는 각각 1억1천500만원 짜리 수표와 주민등록등본이 들어 있었다.

봉투를 주워 지구대를 찾은 사람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우영춘(53)씨.

우씨는 지구대를 찾기 1시간여 전, 한 아파트 단지 상가 앞을 걷다 봉투를 주워 곧장 지구대로 달려왔다고 한다.

우씨는 "큰 금액이 적힌 수표인 데다, 등본이 함께 있어 뭔가 중요한 일에 쓰일 돈 같다"며 "돈 주인이 얼마나 찾고 있을지 걱정된다. 어서 주인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경찰은 수표에 기재된 전화번호로 연결해 발행지점을 확인하는 등 돈 주인을 찾아 나섰다.

아울러 우씨에게는 분실한 돈을 찾은 사람은 습득자에게 5∼20%의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유실물법에 관해 설명하고, 보관증을 써 준 뒤 집으로 돌려보냈다.

다행히 그로부터 몇십 분이 지나 경찰은 돈 주인 A씨를 찾았다.

A씨는 부동산 잔금을 처리하려던 돈을 잃어버리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을 듣고 지구대를 다시 찾은 우씨는 A씨가 보상금을 전달하려 하자 한사코 거절했다.

되레 "고생하는 경찰관들에게 수박이라도 한 통 사다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보상금을 놓고 승강이를 벌이던 양측은 우씨가 경찰 대신 수박 한 통을 받아가는 것으로 결론 났다.

우씨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가운데 하나인 조건부 수급자다.

조건부 수급자는 수급자의 자립을 도우려는 목적으로 정부의 '자활 사업' 등에 참여하는 것을 조건으로 생계급여를 받는 사람을 일컫는다.

우씨는 아내 없이 월세 30만원짜리 다세대 주택에 살면서, 지적장애 2급인 고등학교 2학년생 딸과 초등학교 3학년 딸을 키우고 있다.

국가가 제공한 일자리를 얻어 택배 일을 하는데, 월급은 85만원 수준이다. 생계·주거 급여를 합쳐 한 달에 130만∼140만원을 손에 쥔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우씨는 언제나 정직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하고 있다.




감사장 전달한 경찰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제공 = 연합뉴스]

우씨는 "예전에 지갑을 줍거나 돈을 주웠을 때도 마찬가지로 경찰에 갖다 줬다. 누군가가 힘들게 번 돈일 텐데 함부로 가질 수가 있겠느냐"며 "보상금을 준다고 했으나,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 거절했다"고 전했다.

최근 경찰은 우씨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