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캠프가 남인순을 영입하고 적극적으로 비호해 논란이 점화된 이후

'그렇다면 메갈 안묻은 후보가 있느냐'며 소위 '물타기'를 시도하는 게시물들이 많이 보입니다.

물론 이게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닙니다.

안희정의 경우 후보 본인이 상당히 의문스러운 행보를 보인 바 있으며

이재명 역시 공동 후원회장 중 한 명이 SNS로 꼴페미 인증을 한 바 있습니다.

안철수와 최성은 지금까지 비교적 클린합니다만

적어도 이 문제에 있어 안희정과 이재명이 순백이 아님은 분명하지요.


허나 그렇다고 해서 '어차피 다 메갈묻었으니 똑같은 거 아니냐'며

꼴페미라는 요소를 아예 도식에서 배제시키고자 하는 '어떤' 사람들의 물타기가 과연 타당한가.

당연히 턱도 없는 소리입니다.

5만원 해먹은 놈과 5조원 해먹은 놈의 죄과가 다르듯,

민주당 후보들이 제각기 안고 있는 꼴페미 폭탄의 위험성에도 현저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 차이를 무시하는 것은 '새누리고 민주고간에 정치인은 다 똑같다'는 정치혐오주의자의 논리죠.



문재인이 영입한 남인순은 여성운동계의 성골이자 정점 중 한명입니다.

대한민국 여성단체의 총본산이라 할 수 있는 여성연합에서 공동대표 1번, 상임대표 2번을 지냈으며

(대표 자리에만 3번 앉은 사람은 남윤인순이 유일하고, 그만큼 영향력이 있습니다)

여성연합이 사실상 메갈리아를 키워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간접적인 책임이 존재합니다.

본인의 행적만 따지고 봐도 군가산점 폐지, 성판매자 면죄부, 무고죄 무력화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며

무엇보다 현역 국회의원, 그것도 재선 의원입니다. 법을 만드는 사람이죠.

이런 사람이 '여성정책본부장'이라는, 여성정책을 총괄하는 위치에 앉아있는 것이 현재의 문재인 캠프입니다.


그렇다면 이재명이 영입한 목수정은 뭐 하는 사람이냐?

그냥 작가입니다. 책 쓰는 사람이에요.

메갈을 옹호하는 또라이인건 사실이지만 본인은 딱히 여성운동을 하는 사람도 아니고,

당연히 업계(?) 내의 영향력도 경력도 업습니다.

게다가 이 사람의 직책이 공동 후원회장인데, 일단 후보의 정책에 직접 관여하는 위치도 아닌데다가

이재명 캠프에는 후원회장만 10명이 넘습니다. 사실 감투라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죠.


여성운동계는 넷페미-여성단체-정치인이 밀접하게 연결된 일종의 카르텔 형태로 구성되어 있고

남인순은 그 정점에 선 인물입니다. 알기 쉽게 비유하자면 이명박이나 우병우 포지션이죠.

반면 목수정은 그냥 거기에 사상적으로 동의하는 일개 창작자입니다. 잘 쳐줘봐야 윤서인이에요.

이명박이 정책본부장으로 있는 캠프와 윤서인이 후원회장(10인) 중 한명으로 있는 캠프.

그 잠재적인 위험성은 이미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될 경우 '공신' 남인순은 본인이 밀던 입법을 더욱 강력하게 밀어붙일 것입니다.

성판매자 면죄부, 무고죄 무력화, 각종 위원회 40% 할당제 등 실로 주옥같은 법안들이 있지요.

이 중 어느 하나만 통과된다 해도 남성들은 지금 이상으로 차별받는 위치에 놓이게 됩니다.

반면 이재명이 대통령이 됐을 때 목수정이 할 일은? 글쎄요. SNS로 헛소리를 더 하려나?

이재명에게 조언을 할 수는 있겠으나 그마저도 십수인의 후원회장 중 한 명의 목소리에 불과하고

단독으로 무언가를 벌일만한 능력이나 커넥션도 없습니다.


한편 이쯤에서 예상되는 반론이 하나 있습니다.

문재인은 '원칙주의자'이므로 남인순이 멋대로 굴게 방치할 리가 없다는, 아주 꿈결과 같은 낙관론이죠.

허나 생각해봅시다. 국회의원씩이나 되는 양반이 자원봉사하러 문캠프에 감투달고 들어왔을까요?

아니죠. 남인순은 본인 나름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합류한 것이며

긴 커리어를 이어오는동안 그가 원했던 것은 언제나 여성의 '이권'이었습니다.

'국가를 위해 여성이 희생하란 말이냐'며 가산점제 폐지를 밀어붙였던 사람입니다.


정치란 거래와 타협의 연속입니다. 남인순은 일개 야인이 아닌 여성운동계의 대모입니다.

그를 영입하는 것은 곧 여성운동계의 힘을 빌리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확실한 집권을 위해 썩은 고기를 먹는 것이죠.

무언가를 받았다면 무언가를 돌려주어야 한다. 그게 동서고금을 막론한 정치판의 진실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상대를 확실히 적으로 돌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당장에 영입 철회를 요구하는 네티즌들의 목소리에도 벌써 여성연합이 반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남인순을 선거에 이용만 한 뒤 헌신짝처럼 내다버린다?

이건 여성운동계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행위입니다.

여성연합 출신 국회의원은 민주당에만 5명 이상 포진하고 있으며

당내 양대 계파 중 하나인 시민사회운동계, 소위 '민평련'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있습니다.

더욱이 정의당을 비롯한 진보정당쪽으로 가면 그 영향력은 절대적이죠.


남인순을 이용하고 내칠 경우 문재인 정부는 시작부터 안팎에 적을 만들게 됩니다.

가뜩이나 적폐청산이라는 지상목적으로 수구세력과 대치할 문재인 정부는 절대 이를 감당치 못합니다.

소위 '식물정부'가 되고싶지 않으면 남인순측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할수밖에 없고,

지금까지의 행적을 보았을 때 그 요구는 분명 남성 전반의 불이익과 희생을 수반할 것입니다.

이것이 정치판의 냉혹한 점이고, 내가 급하다고 해서 아무 손이나 덥썩 잡아서는 안되는 이유입니다.


사실 썩은 고기를 먹기 전의 문재인은 굉장히 매력적인 후보였습니다.

개인의 도덕성은 지난 대선을 통해 이미 검증되었으며

국가를 소꿉놀이판으로 전락시킨 친박 세력에 대한 청산의 의지 역시 강했지요.

허나 그가 조바심에 못이겨 고기를 먹어버린 이상, 이제는 후보들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후보가 청와대에 입성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를 면밀하게 따져나가야 합니다.

페미니스트 카르텔이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공격성을 내보이고 있는 지금,

그들이 정권을 등에 업을 수 있는지의 여부는 우리의 삶에 생각하는 것 이상의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