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50대 담임 여교사가 학생들에게 학대 수준의 훈육과 언어폭력을 저질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해당 학교는 학부모들의 문제제기를 묵살해오다 서울시교육청에 민원이 정식 접수되고 국민일보 취재가 시작되자 결국 해당 교사를 교체키로 했다.


26일 은평구 A초등학교 학부모들에 따르면 이 학교 6학년 담임인 B교사는 2015년부터 최근까지 학생들에게 막말과 학대 수준의 훈육을 일삼았다. 

 

 

 


지난해 5월 경계성 지능장애 이모(11)군이 국어 시간에 책상 서랍 안에 있던 교과서를 잘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5∼10분 동안 “너 X신이냐. 이럴 거면 학교 왜 다니냐”며 아이들 앞에서 다그쳤다. 

 

한 달 전 이군 학부모가 “아이가 우울증 등 심리상태가 좋지 않고 물건을 잘 못 찾는 버릇이 있으니 이해해 달라”고 요청했던 상황이었다. 

 


지난 3월엔 미술시간 도중 쓰레기를 버리려고 움직인 홍모(12)군에게 “너 이렇게 X신 짓하는 거 부모님이 아시니”라고 했고, 5월에는 외할아버지 장례 치르고 돌아온 홍모(12)양에게 “이제 너희 엄마 고아네”라고 막말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체벌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해 음악 시간에 아이들이 서로 장난쳤다는 이유로 남학생의 뺨을 때리고 여자 아이 가슴팍을 밀쳤다는 것이다.

학대 수준의 훈육을 일삼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2년 전 2학년의 한 학생이 숫자 ‘5’ 순서를 다르게 썼다는 이유로 계속 다시 쓰라고 지시해 칠판에 빽빽하게 ‘5’만을 채우게 했다. 수학 문제를 제대로 안 풀거나 반성문에 원하는 내용을 안 썼다는 이유로 오후 5시까지 교실에 혼자 남긴 일도 수차례 있었다고 한다. 

 


반 학생들은 감정기복이 심한 선생님 때문에 늘 조마조마했다. 정모(12)양은 시교육청에 제출하기 위해 진술서를 쓰는 과정에서 과거 일이 떠올라 어지럼증과 오른팔 마비 증상을 호소했다. 한 아이도 “화장실이나 아무도 없는 교실로 데려가 혼났던 기억이 특히 무섭다”며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 선생님 때문에 항상 긴장 상태”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지난 학기 3차례 서명서를 전달하는 등 담임 교체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모(45·여)씨는 “학부모들이 항의하면 B교사가 잠잠해지는 것은 그때뿐 시간이 지나면 다시 막말을 일삼았다”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는 “교장이 ‘다른 선생님이었으면 이렇게 학부모들이 항의하면 휴직하거나 병가 냈을 텐데 오히려 멘탈이 강한 B선생님께 감사하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통상적으로 담임 교체 민원이 제기되면 학교 차원에서 교사를 교체하거나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교체 여부의 적절성을 따진다. 하지만 A학교는 그동안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지 않았다. 결국 학부모 13명은 시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B교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 시점에선 할 얘기가 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교장은 “지난 학기 일부 학부모의 문제제기가 있었으나 대화를 통해 갈등이 잘 봉합됐고 이후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A학교는 B교사를 교체한 뒤 휴직 조치키로 했다. B교사는 내년 3월 복직되며 교장의 판단에 따라 담임을 맡을지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