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이 토론에 불참하는 진짜 속내는?



▲조선일보는 민주당이 경선 후보 토론회를 탄핵 전 라디오 토론 1회 등으로 발표하자 이를 비판하는 글 때문에 홈페이지가 마비됐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캡처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가 경선 후보 토론회 때문에 마비가 됐다는 조선일보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경선 토론 일정에 대해 “탄핵 전 라디오 토론회 1회 등 전체 9회”로 발표했는데, 이에 반발한 안희정, 이재명 시장 후보 측 지지자들이 홈페이지에 접속해 홈페이지가 마비됐다고 합니다.

문재인 전 대표가 토론을 거부하거나 불참한다는 얘기는 다른 유력 대선주자 지지자 사이에서는 계속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진짜 문재인 전 대표가 토론을 잘하지 못해서 불참하거나 거부하고 있을까요? 문재인 전 대표가 토론에 불참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봤습니다.


‘KBS 대선주자 토론회 불참, 원인은 블랙리스트 때문’


▲ 문재인 전 대표는 1월 25일 KBS 특별기획 대선주자에게 듣는다에 출연할 예정이었지만, 1월 18일 황교익씨의 KBS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항의 차원에서 불참했다.

1월 25일 문재인 전 대표는 ‘KBS 특별기획 대선주자에게 듣는다’ 프로그램에 불참했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의 불참 소식이 전해지자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국민의 검증은 꼭 필요하다”라며 “(문 전 대표가) 계속 토론회에 불참하면 ‘제2의 박근혜’가 될 뿐”이라고 비난을 하기도 했습니다.

왜 문재인 전 대표는 이런 비난을 받으면서도 토론회에 불참했을까요? 이유는 황교익 맛칼럼니스트 때문입니다. 황교익씨는 1월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침마당 목요특강 섭외가 있었는데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분은 출연이 어렵다, 아침마다 출연은 없는 것으로 한다’는 작가의 전화를 받았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미 문재인 전 대표는 KBS와 토론에 참여하겠다고 사전에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문 전 대표는 KBS가 자신을 지지한다는 이유만으로 황교익씨에게 프로그램 출연 불가 통보를 하자, 이에 대한 항의로 KBS 토론에 불참한 것입니다.

KBS는 선거기간도 아니면서 ‘선거기간 내 후보 지지’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KBS는 박근혜 대선 캠프에 합류했던 최불암씨가 출연하는 ‘한국인의 밥상’은 계속 유지했으면서,  황교익씨는 공정 보도를 운운하며 거부했습니다.

‘블랙리스트’는 특검의 수사 대상이 될 만큼 법을 위반한 사안입니다. 블랙리스트를 아직도 고집하는 KBS에 대한 항의로 프로그램에 불참한 것이 ‘제2의 박근혜’라고 불릴 이유는 아니라고 봅니다.


‘문재인은 원래 토론에 약해서 불참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 토론과 안철수 무소속 후보와의 후보단일화 토론 등에 참가했었다.

문재인 전 대표가 토론에 약해서 일부러 토론회에 불참했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객관적인 기준으로 본다면 그리 신빙성은 없습니다.

2012년 민주당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경선에서 TV토론이 수차례 열렸습니다. KBS를 포함한 지상파는 물론이고, 종편, 인터넷 방송에서도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당연히 문재인 후보는 모두 참석했습니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대선 후보 단일화가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2012년 11월 21일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 후보와 함께 대선후보 단일화 토론에 출연했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는 관훈토론을 비롯한 각종 토론회에 항상 참가해 왔습니다. 유튜브에 ‘문재인 토론’이라고 검색하면, 그동안 문재인 전 대표가 출연한 각종 토론회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민주당 대선 경선보다 더 중요한 탄핵’

각종 토론회에 잘 참석했던 문재인 전 대표는 왜 유독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토론회에 참가하지 않을까요? 안희정, 이재명 시장 등 다른 민주당 후보들과 토론을 하면 불리하기 때문일까요?


▲안철수 의원의 국회 원내 교섭단체 대표 연설 직후에 민주당이 내놓은 논평 ⓒ민주당홈페이지 캡처

2월 2일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은 논평을 내놓습니다. 안철수 의원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대한 비판이었습니다.

당시 원내대표도 당 대표도 아닌 안철수 의원이 대권을 위한 유세형 연설을 했다는 지적과 함께 더불어민주당은 ‘국가기능이 사실상 마비되어 민생이 도탄에 빠진 비상한 시기’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즉 대통령 선거 운동보다 ‘탄핵 정국’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 내부적으로 적극적인 경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약 당 차원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토론회’ 등을 개최한다면 ‘헌재의 탄핵 인용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샴페인을 터트린다’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전 대표는 당에서 어떤 직책이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당에서 하라면 하는 사람입니다. 민주당 경선룰도 당에 다 일임하고 어떤 조건이든 다 받아들인 사람입니다. 굳이 그가 당에서 하라는 TV토론을 거부할 사람은 아닙니다. 그저 ‘탄핵’에 집중하겠다는 당의 정책에 따를 뿐입니다.


▲2016년 11월 15일 ‘박근혜 퇴진운동 선언’ 대국민 기자회견장에서 기자에게 “오늘 퇴진운동을 하다는 것이 국민의 한 사람인지 민주당의 대선후보인지 아니면 민주당의 전 대표인지”라며 “어떤 자격을 가지고 입장 발표를 하는것이냐”는 예상치 못한 돌발 질문을 받은 문재인 전 대표 ⓒ노컷뉴스캡처

아이엠피터는 문재인 전 대표가 정치에 입문하기도 전부터 지켜봤습니다.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훨씬 토론을 잘하는 편에 속합니다. 요새는 돌발 질문도 자주 받습니다. 하지만 다른 대선 주자보다 월등히 잘한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사안이나 상황, 준비에 따라 편차가 심한 편입니다. 한 마디로 중간은 가는데 상위권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토론을 일부러 회피하지는 않습니다.

지금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마치 탄핵이 인용됐다고 생각하고 대선에만 몰입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황교안 대행이 특검 연장을 거부했고, 헌재는 아직 탄핵심판 결정도 내리지 않았습니다. 이 상황에서 민주당 대선주자끼리 토론회를 하면서 일부러 대선 본선에 악영향을 끼칠 필요는 없습니다.

헌재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이 나오고 난 뒤에 ‘민주당 대선 경선 TV토론’은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이때에도 문재인 전 대표가 TV토론에 불참하면 저부터도 문 전 대표를 비난하겠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닙니다. 지금은 ‘탄핵’이 먼저입니다.

출처:http://theimpeter.com/392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