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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진짜로 시작.



길고도 지루한 서문이었습니다. 보다가 뒤로가기를 누른 분은 필연적이고, 잠든 분이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물론 사진을 더욱 많이 넣어 잠을 깨우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저는 라센도 없는 처량한 빈자이기에 라센을 얻는 그날까지 죄송할 것 같습니다. 그럼 이제는 진짜로 시작입니다.



페르시아, 어디까지 알고 있니?



페르시아 고양이, 페르시아 융단, 페르시아의 왕자... 우리 주변에서도 페르시아라는 이름은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역사에 아예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르시아라는 이름은 굉장히 낯설고 멀게 느껴집니다. 뭔가 중동스럽고, 신비롭고, 웅장해보이는 느낌까지는 알겠는데 어디 달려있던 나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영화 '300'을 보신 분들이라면 그 느낌을 더욱 강하게 받으실 겁니다. 이국적이고 이색적인 문화의 끝판왕. 황금으로 목욕하고 수만의 국민이 노예처럼 부르짖고, 온몸에 금딱지를 덕지덕지 붙인 빡빡이 황제가 사람들이 든 가마 위에서 전쟁을 관람하고...



(영화와 게임으로 제작된 '페르시아의 왕자'에 등장하는 페르시아의 이미지. 딱봐도 뭔가 X라 신비해보인다.)


완전히 틀렸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거의 틀렸습니다. 할리우드의 흥미와 자극 위주 영화 제작 기법이, 우리의 페르시아를 광신적인 믿음을 가진 추종자들이 황금으로 떡칠한 빡빡이 황제를 모시며 노예처럼 복종하고 신도마냥 숭배하는 무시무시한 곳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응? 아니야?"


하시는 분들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단언컨대 아닙니다. 물론 조금은 맞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만, 그렇듯 과장되게 싸이코같은 나라는 아닙니다. 오히려 그리스보다 인간적인 면들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을 위하여, 과연 극장에서 본 300을 제외하고 페르시아에 대해 어느정도까지 알고 있는지 기본적인 상식 테스트를 한번 해보겠습니다.


1. 페르시아는 한 때 지구상 인구의 70%까지 제국의 치하에 두었다. ( O / X )

2. 페르시아는 로마 제국보다 넓었다. ( O / X )

3. 페르시아는 1900년대까지 있었다. ( O / X )

4. 페르시아는 세 대륙에 걸쳐 있었다. ( O / X )

5. 페르세우스는 페르시아의 시조이다. ( O / X )


정답은





































1-X 2-O 3-O 4-O 5-O입니다.


충격을 받으셨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 받으셨겠지요. 여기서 정답률이 60%만 넘어도 역사에 대해 굉장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겁니다. 머릿속에서 잘 그려지지도 않는 애매한 제국의 놀라운 사실들. 한번 설명해보겠습니다.


1. 페르시아는 한 떄 지구상 인구의 70%까지 제국의 치하에 두었다.


"70%는 아니지 ㅋㅋ"


맞습니다.


그런데 70%는 아니고 44%입니다. 


전성기의 아케메네스조 페르시아의 인구수 비례가 전 세계의 절반에 육박한다고 추정됩니다. 말도 안되는 수치죠. 전 세계 사람 중 절반은 페르시아 황제의 통치를 받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대기록입니다. 전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 중 절반이 페르시아에 속해서, 황제에게 복종했던 역사라니요. 인구수가 그렇게 많다는 중국조차 그 대기록엔 털끝조차 미칠 수 없습니다. 


더 나아가, 페르시아가 중앙아시아와 인더스 밀림지대로 인해 중국과 인도와 단절되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당시 알려진 세계 모두를 정복하고, 살아있는 모든 인간이 제국의 국민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해가 뜨는 곳부터 해가 지는 곳까지 해와 달 밑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이 제국의 통치를 받았던 겁니다. 그 어느 제국도, 왕국도, 공화국도 이러한 역사를 재현해낼 수는 없었습니다. 그만큼 거대했던 국가가 바로 페르시아 제국입니다. 우리가 잘 모를 뿐이지요.


2. 페르시아는 로마 제국보다 넓었다.


"페르시아가 로마 제국보다 넓다고?"


맞습니다.


'제국' 이라는 단어 그 자체가 되어버릴 정도로 강력한 존재감을 내뿜은 로마 제국. 지중해를 내해라고 부르고 유럽과 아프리카, 아시아를 아우르며 그 위세를 세계 만방에 떨쳐내던 로마보다, 페르시아가 넓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굉장히 힘듭니다. 이것은 로마 제국이 그만큼 강력한 존재감을 내뿜는다는 사실의 근거가 됨과 동시에, 페르시아가 역사의 주류에서 완전히 밀려나 있다는 것을 반증하기도 합니다. 


실은, 로마 제국의 영토가 5,000,000㎢인 것에 반해, 페르시아 제국의 영토는 8,000,000㎢로, 어림잡아 60%정도나 더 넓습니다. 지상 최강의 제국이라 칭해졌던 로마와는 비견도 안 되는 광대한 지역을 통치하고 있었던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은 이러한 사실을 잘 알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서구 편향적인 사관과 할리우드 선전의 결과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왼쪽. 로마와 오른쪽. 페르시아의 강역 비교. 잘 안 보이면 확대해서 보면 된다.)


3. 페르시아는 1900년대까지 있었다.


"엥? 멸망한지 오래된 나라잖아!"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물론, 우리가 다루고자 하는 페르시아는 저 고대에 알렉산드로스 대왕에 의해 멸망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또다른 페르시아들이 역사 속에서 꾸준히 제 역할을 해 왔었고, 현재도 페르시아가 존재합니다. 이 무슨 해괴한 소리인가 싶으실 겁니다. 


사실, 페르시아는 이란 남서부의 페르시아 만 북부 해안지대를 가리키는 지명입니다. 한 국가의 이름이 아니고 말입니다. 따라서, 그 지방에서 일어난 국가들은 페르시아라는 국명을 사용했습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아케메네스조의 페르시아, 즉 300의 페르시아일 뿐입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에 의해 아케메네스 페르시아가 멸망한 뒤에도, 혼란스러운 서남아시아의 상황속에서, 아케메네스의 계승자임을 자처하는 국가들이 페르시아라는 국명을 채택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로마와 용쟁호투를 벌였던 사산조 페르시아가 있습니다. 사산조 페르시아는 아케메네스 페르시아가 몰락하고 약 500년이나 지난 다음에야 건국되지만, 그 정통성을 주장하고 옛 페르시아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다시금 페르시아라는 이름을 부활시킵니다. 또한 이런 이유들에서, 근대에 등장하는 이란의 팔라비 왕조도 국명으로 페르시아를 채택합니다. 


너무나도 거대했던 영광의 그림자는, 레반트 동부지역부터 인디아 서부지역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대지에 페르시아라는 이름을 각인시켜버렸던 것입니다. 


이렇듯 죽은 페르시아의 잔상은 얼마 되지 않은 1900년대까지 남아있었습니다. 페르시아의 국호가 이란으로 변경된 것은 1935년이었으니까 대략 2500년의 세월 동안 페르시아의 망령이 광활한 이란 고원을 맴돌았던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무수히 많은 제국들이 나고 사라졌지만, 이렇듯 그 이름을 역사에 아로새긴 국가는 거의 없습니다. 있다고 한다면 로마제국 정도일까 싶습니다.


4. 페르시아는 세 대륙에 걸쳐 있었다.


"구대륙이 총 셋인데, 세 대륙은 좀 너무하지 않나...? 아닌가?"


세 대륙의 패자. 정말 위엄넘치는 타이틀입니다. 알려진 모든 대륙을 제어하는 제국이라고 생각되니까요. 물론 중국과 인디아라는 두 거인이 저 멀리 동방의 오리엔트에서 구라파와 서역의 움직임을 관망하고는 있었겠지만, 세 대륙의 길목인 아라비아 근방을 지배했다는 것은 실제로도 굉장히 강력했음을 뜻합니다. 그 이유인 즉슨, 


첫째로 상업의 요충지인 아라비아를 지배함으로써 세 대륙의 상권을 장악하는 것이 쉬워집니다. 그렇게 장악한 상권으로는 대륙간의 독점무역을 추진할 수 있고, 그 무역은 막대한 부를 선사해주죠. 예나 지금이나 막대한 부는 강력한 제국의 필수 요소였구요. 둘째로는, 앞서 말했듯 상업의 요충지인데다가, 세 대륙의 제국들이 접경하는 중간지대를 점거하고 제국을 유지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써 세 대륙의 거인에 동시에 맞설 힘을 가졌던 강자라는 사실을 말해준다는 것입니다. 서방의 힘과 동방의 힘, 그리고 아프리카의 힘이 직격으로 충돌하는 중동의 갈림길을 통치하려면, 그 모든 힘을 압도할 수 있는 거대한 힘이 필요했지요. 부와 힘. 이 두 가지를 갖춘 제국만이 중동의 광활한 대지를 통치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논할 페르시아는, 이 조건에 부합했기에 영광을 이룩할 수 있었습니다.



(확대해서 본다면, 에티오피아와 아라비아가 보일 것이다. 또, 마케도니아 남부의 땅이, 그리스와 에피루스가 있던 곳이었다. 한 마디로 사람 사는 곳 모두를 지배한 제국이었던 것이다.)


제국의 영토 대부분은 아시아의 중동에서 인디아와 중국 서부에까지 이르는 광활한 지대에 걸쳐있었지만 페르시아 서방 변경의 트라키아 속주는 유럽의 발칸 반도 동부에, 이집트 속주는 아프리카 북부 지대에 있었습니다. 또 그리스 - 페르시아 전쟁이나 아바사니아(에티오피아)원정등을 통해 더 나아간 지점까지 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이렇게만 놓고 보시면 '대륙 귀퉁이만 먹어놓고선 무슨 세 대륙의 패자냐? 과장도 심하다!' 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습니다. 허나, 그 당시의 유럽은 에게 해 동부의 이오니아(페르시아 영토) + 크레타 섬 + 그리스, 마케도니아, 에피루스 정도였습니다. 더 나아간 서방의 카르타고나 로마 공화국의 존재감은 대단히 미미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당시 로마는 이탈리아 반도조차도 완벽히 제어하지 못해 낑낑대고 있는 약소국이었고, 카르타고 또한 아프리카의 무인지대 몇 곳을 점령하여 항구를 건설한 정도의 소국이었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페르시아는 당시까지 알려졌던 유럽 대륙의 절반을 지배한 셈이나 다름없는 것입니다. 


또, 아프리카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수천년 문명의 강대한 제국인 이집트가 페르시아의 군대에 무릎을 꿇음으로써, 알려진 모든 아프리카는 점령된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나마 있다고 친다면, 이집트 남부의 아바사니아(에티오피아)정도가 있는데, 이를 포함해도 당시까지 알려진 아프리카의 절반 이상은 페르시아의 손아귀에 들어간 셈이었던 것입니다. 


심지어, 아쉽게도 캄비세스와 다리우스의 아바사니아, 그리스 원정이 실패하면서 얻지 못한 영토가 그 정도이지, 만일 그 두 원정까지 성공했다면, 그것은 이제 정말 문자 그대로 인간에게 알려진 모든 세계의 패자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페르시아는 다른 '세 대륙의 지배자' 들과는 또 다릅니다. 로마 또한 그 칭호를 선사받았지만, 파르티아 - 사산조 페르시아라는 강력한 적에 밀려 아시아의 완벽한 지배권을 장악하지 못했었고, 사라센 제국과 오스만 투르크 제국도 유럽 국가들에 밀려 유럽 대륙의 지배권을 얻지 못했었습니다. 그러나 페르시아는 실질적으로 세 대륙에 억겁의 위엄을 (물론 그리스 원정 뒤에는 유럽에 대한 지배권을 크게 상실합니다만) 뿜어낸 괴물이었습니다.


5. 페르세우스는 페르시아의 시조이다.


"페르세우스는 그리스 사람인데 페르시아는 저 멀리 동쪽에 있잖아. 심지어 서로 싸우기까지 했는데? 이건 좀 아닌거 같아..."


아 근데 아닌게 아닌게 아닌게 아닙니다.


물론 저도 처음엔 깜짝 놀랐습니다. 메두사를 때려잡은 그리스 신화 최고의 영웅이 엉뚱하게도 동방 제국의 시조라니 말입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용사님 나가신다! 왼쪽에 있는 너는 강아지니?)


(설마... 무인도로 가야하나요?) 


사건은, 페르세우스가 메두사를 때려잡고 난 뒤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메두사의 머리를 주머니에 고이 모셔 그리스로 돌아오던 페르세우스는, 에티오피아의 앞바다에서 쇠사슬에 묶여 죽음을 기다리는 비운의 공주 안드로메다를 만나게 됩니다. (돌아오는 길에 에티오피아라니, 아마 메두사는 콩고나 남아공 부근에 서식하고 있었나봅니다. 대륙을 횡단하는 글로벌한 스케일의 그리스 로마신화. 아테네가 전용기라도 선물해줬나보죠?) 정의의 사도(실은 눈이 홱 돌아가서) 페르세우스는 가녀린 공주를 구하고 사악한 괴물을 무찌르는데 성공하죠. 그리곤 그 공주와 결혼을 하여 페르세스라는 아들을 낳습니다. 그런데 영웅으로써는 만점이지만 가장으로써는 빵점인 이 남자는, 아버지를 찾으러 그리스에 돌아가는 길을 아들내미를 에티오피아에 놓아두고 갑니다. 


이후 여러 일들을 겪고서 미케네에 왕국을 세우고 잘 먹고 잘 살게 된 페르세우스의 (무정히도 페르세스를 만나러 오지는 않습니다. 전용기를 두 번씩이나 대여하는 것은 무리였을까요?)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하지만 그의 장남인 페르세스는 여전히 에티오피아에 남아있었죠. 자신을 돌봐주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도 돌아가신 채로 말입니다. (생각해보니 이들은 페르세우스가 들이민 메두사의 머리를 보고 돌이 되어 죽고 맙니다. 이런, 심지어 패륜아이기까지 하군요.) 


어찌 되었건 비운의 사나이 페르세스는 커서 에티오피아의 왕위를 승계합니다. 그리고 그의 후손들 가운데는 페르시아의 파사르가다에 부족의 부족장인 아케메네스가 있었다고 하는데...


바로 이 아케메네스가 곧 아케메네스조 페르시아의 시조입니다. 


시조인 아케메네스가 페르세우스의 직계 후손이었기에, 그리스인들은 그의 국가를 페르세우스의 땅이라는 뜻의 페르시아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이것이 페르시아의 유래입니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입니다. 그 옛날의 그리스가 자기네 영웅이 에티오피아에 씨를 뿌리고 그 수확을 이란 남부에서 했다고 하는 사실 같은 것은 말입니다. 재미로 웃어넘길수도, 진지하게 믿을 수도(?) 있지요. 여러분의 자유입니다.


아쉬우시겠지만, (제 속단일수도 있습니다만) 오늘은 이 정도 선에서 분량을 마쳐야 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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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페르시아 전쟁의 두 주역중 하나인 페르시아에 대한 관심을 끌기 위해서 흥미 위주의 질문과 답을 해보는 글을 썼습니다. 아마 지금 생각으로는 1. 페르시아란? 2. 전쟁 전의 페르시아와 그리스 3. 전쟁! 4. 전쟁의 여파 5. etc (6). Q&A? 정도로 6부작 만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저는 단점을 적극적으로 고치길 원하기 때문에, 지루하다던가, 재미없다던가 하는 컴플레인을 댓글로 달아주신다면 언제든지 시정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것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은, 



(전쟁!! 이전이다...)
 

전쟁 이전의 페르시아 - 그리스 정세를 서술해보겠습니다.



-목차-


서문 - 전쟁이란 무엇인가

http://www.inven.co.kr/board/powerbbs.php?come_idx=2097&query=view&p=1&my=opi&category=&sort=PID&orderby=&where=&name=&subject=&content=&keyword=&sterm=&iskin=lol&mskin=&l=370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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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naver.com/kimcs4675862 <- 난 시간이 넘쳐서 고민이야! 하시는 분 ㄱ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