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전에는 퍼블릭겸 PT을 하고 오후에는 전담 PT를 하는 트레이너입니다.

 

 

 직업이 직업이니 만큼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고 대화할 기회가 상당한 편이죠.

 

 

 

 사단은 그제 새벽부터 일어났습니다.

 

 

 아버님 어머님 회원들께서 주로 새벽 시간대에 오시는데, 오시면 사실 운동 보다는

 

 티비 앞에 둘러 앉아 커피와 담소를 자주 나누시는 편입니다.

 

 

 그제도 여느때처럼 티비 앞에서 세월호 뉴스와 속보를 시청하시면서

 

 담소를 나누시고 계시더군요.

 

 저도 자연스럽게 옆에 가서 섰습니다.

 

 

 그중 한 어머님께서 실종자 가족들의 무례함을 꼬집으시더군요.

 

 그때 뉴스는 실종자 가족의 청와대 진격을 보도하고 있었습니다.

 

 

 좌익 선동꾼이 있다더니 선동 당했다

 

 지들이 청와대 가서 뭘 한다고 저 지#을 하느냐.

 

 호랑이 한테 물려가도 정신을 차려야지 쯧쯧쯧

 

 

 

 전 저도 모르게 한마디가 튀어 나왔습니다.

 

 

 어머님. 어머님 따님도 우리 체육관 다니시는데 그 분이 저기 갇혀 있다고 생각해 보시죠.

 

 이성 찾고 뭐 찾고 하실 정신 있으실까요?

 

 

 

 전 그 순간 다른 남자 어르신들한테 밟힐뻔 했습니다.

 

 얼굴 붉어지셔서 다가오시는게 잊을 수가 없네요.

 

 

 재수 없는 소리

 

 건방진 놈

 

 

 저도 여기서 멈췄어야 하는데 그당시는 저 역시 상을 당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도저히 실종자 가족들을 욕하는게 이해가 가지 않아 화나는 마음에 한마디를 더 했습니다.

 

 

 

 아니, 정작 아들 딸이 저기 있으면 어떻겠냐는 말 한마디에 이성을 잃으시는 분들이

 

 저 상황이라면 참 이성을 찾고 계시겠습니다.

 

 

 사상이 불순한 새끼부터 요즘 젊은 놈들이 정부 탓만 한다는 말

 

 

 

 시간이 좀 흐른후에 다른 어르신들과도 친하게 지내는 편이었지만

 

 게중에 제가 아빠 아빠 부르면서 살갑게 지내던 분이 오셔서 타이르시더군요.

 

 

 

 글자 그대로 옮기지는 못 하겠지만 내용은

 

 

 " 윗사람들이 뛰어다닐 정도면 그건 이미 망한거야.

 

   위에서는 시키고 아랫사람들이 열심히 해야지.

 

   윗사람들이 뛰어다니면 그것도 꼴사나운거야

 

   니가 아직 어려서 몰라"

 

 

 제 나이 내년이면 마흔입니다만..ㅡㅡ

 

 

 밥을 먹고 있었는데, 솔직히 도시락 통 집어 던지고 싶었습니다.

 

 어차피 또 싸우게 될거 주둥이 닫고 밥알이나 씹었는데 체할거 같았습니다.

 

 

 

 

 

 하이라이트는 오늘 아침입니다.

 

 

 제가 출근하니 어르신들 모여서 기다린듯이 한마디씩 하시더군요.

 

 

 너 실종자 가족중에 선동꾼 있었던건 아느냐.

 

 한놈은 민주당 끄나풀이라더라

 

 

 

 제가 반박 기사 바로 찾아 보여드렸습니다.

 

 이분들은 가족으로 밝혀졌고, 새누리 의원이 경찰 조사까지 받았습니다.

 

 한분은 목사기도 하고 여러 봉사 단체 활동도 하시는 분입니다.

 

 정치적인 목적이 있는지 없는지는 확실히 알수 없지만

 

 청와대에서도 이미 알고 있었고, 문제없이 정부와 실종자 가족간 조율을 맡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인터넷만 믿는다.

 

 이게 가짜가 아닌지 어떻게 믿느냐.

 

 뉴스에서 말하는걸 믿어라.

 

 

 

 실종자 가족 선동꾼 조작에 대해서는 뉴스에 나온적이 없습니까??

 

 아니면 나왔어도 비중없이 다룬건가요?

 

 

 

 전 더 이상 설명하고 싸울힘이 없군요.

 

 

 그냥 돌아서서 목까지 차오르는 욕지기만 참았습니다.

 

 

 

 이게 ... 바로 조작된 자료들의 무서움이 군요.

 

 

 사실이 새로이 밝혀져도

 

 비중있게 다루지 않는다면

 

 결국 애초의 정보를 그대로 믿는 정보에 취약한 계층의 사람들...

 

 

 네 전 저것을 저렇게 퍼트린 사람들의 목적을 섣불리 짐작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도 이번 사태의 정치적 이용을 경계하던 사람들이

 

 그 정치적 이득을 얻게 되었군요....

 

 

 

 

 

 아침부터 소름이 끼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