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주선한 '아빠 친구'가 용의자
황급히 달아난 후 숨진 채 발견
여고생과 이동한 시간·동선 유사
경찰, 인근 저수지 수중수색 실시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러 간다”며 집을 나선 여고생이 실종된 지 엿새째로 접어들면서 각종 의문점이 증폭되고 있다. 경찰은 실종된 A양(16·고1)이 만나러 간 것으로 알려진 A양 아빠의 친구인 B씨(51)를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하고 있다. 전남 강진군에 사는 A양은 지난 16일 오후 4시30분쯤 ‘아빠 친구가 아르바이트를 소개해 준다고 했다’는 문자메시지를 친구에게 보낸 후 행방불명 됐다.

의문점은 크게 다섯 가지다.



첫째는 B씨가 A양에게 아르바이트 사실을 감추도록 한 점이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실종 일주일 전 A양의 학교 근처에서 A양을 우연히 만나 “아르바이트를 시켜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도 B씨는 “알바하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B씨는 A양 아버지의 친구이자 평소 가족끼리도 잘 아는 사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뜻 이해되지 않는 행동이다. 경찰은 A양이 실종 하루 전에 ‘무슨 일이 생기면 신고해달라’고 친구에게 문자메시지로 부탁한 점에 대해서도 수사를 하고 있다.

둘째는 B씨가 실종 당일 A양의 가족이 찾아오자 황급히 달아난 점이다. B씨는 지난 16일 오후 11시30분쯤 집 초인종이 울리자 가족들에게 “불을 켜지 마라”고 한 뒤 뒷문으로 향했다. 당시 B씨가 집에서 나온 뒤 골목길을 내달리는 모습은 지난 19일 전남경찰이 공개한 폐쇄회로TV(CCTV) 영상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셋째는 황급히 몸을 피한 B씨의 사망이다. B씨는 실종 다음 날인 17일 오전 6시17분쯤 집 근처 철도 공사 현장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앞서 A양 어머니는 이날 오전 0시57분에 112종합상황실에 신고했다. 경찰은 B씨가 자신에 대한 수사망이 좁혀오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아닌가 보고 사실 여부를 확인 중이다.

네번째 의문은 실종 당일 B씨와 A양이 이동한 동선이나 시간대가 비슷하다는 점이다. 경찰은 실종 초기부터 B씨 차량의 이동 경로와 A양의 휴대전화 신호가 잡힌 지점들이 유사한 점을 의심쩍게 봐왔다. 지난 16일 오후 2시쯤 A양이 집을 나선 직후 B씨의 승용차는 A양 집과 600여 m 떨어진 곳 CCTV에 찍혔다. B씨는 자신이 스무살까지 살았던 고향인 이 마을에 오후 2시16분쯤 도착한 뒤 마을 인근 야산에 주차를 했다.

외출 당시 A양은 오후 2시1분쯤 ‘아르바이트를 소개 받으러 간다’ ‘만나서 해남 방면으로 이동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친구에게 보낸 뒤 오후 4시30분쯤 연락이 끊겼다. A양은 친구가 오후 3시쯤 보낸 메시지를 읽지 않은 상태에서 휴대전화 전원이 꺼진 것으로 확인됐다. CCTV 분석 결과 B씨의 승용차는 이날 오후 5시35분쯤 강진읍 자신의 집에 도착했다.

실종 당일 집에 돌아온 B씨가 흔적을 없애려 한 점들도 의혹을 사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A양이 사라진 직후 귀가해 오후 5시50분쯤 세차를 했다. 또 집에 도착한 B씨가 옷가지로 추정되는 물건을 태우는 모습도 인근 CCTV에 찍혀 있었다.

B씨가 사건 당일 자신의 휴대전화를 가게에 두고 외출한 점이나 차량 블랙박스를 끈 점 등도 의심쩍은 대목이다. 경찰은 B씨의 차량에서 확보한 머리카락과 지문, 집에서 확보한 소각 흔적물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 의뢰했다. 현재까지 조사에서는 B씨의 차량에서 혈흔이나 A양의 물건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