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메갈과 일베가 사실 같은 집단 아니냐는 주장이 간간이 보입니다.

원인은 뭐, 아마 이거겠죠.



가뜩이나 '미러링'이라는 되도 않는 명분 하에 일베 말투를 따라하다보니 유사성이 있는데,

문재인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까지 나오니 반사적으로 일베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베와 메갈은 가장 원론적인 진영 레벨에서 상극입니다.

같은 존재는 고사하고 같은 편조차도 될 수가 없는 입장이죠.

여기서는 그 이유에 대해 두 집단의 역사와 배경을 통해 설명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일베의 역사를 봅시다. 일베의 기원은 소위 '전여옥 쇼크'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때는 2000년대 후반, 당시 극렬 진보성향이었던 디씨 정사갤은 한나라당의 전여옥에게 막고라를 신청합니다.

이에 응한 전여옥은 좌담회에 나타나 정사갤러들을 싸그리 털어버렸습니다.


여러가지로 주류 정치인의 위엄을 보여준 일대 사건이었죠.

이 사건을 계기로 정사갤러들은 자신들의 성향에 의구심을 품고,

아이러니하게도 1~2년만에 완전히 반대 극단으로 치닫아 극우 커뮤니티가 됩니다.


이렇게 극우화한 정사갤러들은 당연한 얘기지만 디씨의 보편적인 정서와 맞지 않았습니다.

'정사충'이라며 멸시받던 이들은 디씨 개념글을 수집하는 외부사이트인 '일간베스트'로 대거 이주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이 연루됩니다.

당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집회를 비판하던 커뮤니티 '노노데모'가 일베에 합류한 것입니다.

노노데모에는 한나라당 당원(의원급까지는 아니었던걸로 기억합니다)들이 포함되어있었고,

이들은 일베의 주장에 (날조된) 근거와 데이터를 제공하는 역할로 한동한 활약했습니다.

실제로 초창기 일베가 뿌려댄 자료들은 거의가 이쪽 출처였지요.

그리고 이 커넥션을 통해 일베는 한동안 한나라당의 암묵적인 동조 하에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본격적으로 범죄에 손대기 시작해 당으로부터 손절당하기 전까지 말이죠.


메갈의 경우도 대략적인 스토리는 비슷합니다.

남연갤, 해연갤의 남혐종자들이 메르스 갤러리를 점거했고, 이후 정치권의 도움을 받아 성장했죠.

다만 이 경우는 개입한 세력이 완전히 반대쪽 사람들입니다.

바로 운동권. 특히나 정의당을 위시한 소위 PD정파와 민주당과 연계된 여성단체연합이었습니다.

정의당의 여성주의자들은 당내 반대여론을 숙청해가면서까지 친메갈 스탠스를 고수했습니다.

당대표 심상정 또한 '약자의 위악'이라며 그들을 대놓고 두둔했죠.

여성단체연합은 중심단체인 여성민우회가 극초기부터 메갈과 도움을 주고받았고,

'우리는 메갈이다' 선언을 통해 그들을 주류 페미니즘의 일원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결국 일베도, 메갈도 자신들을 이용하는 세력에게 복역하는 일종의 전위대에 불과합니다.

그들이 지금의 형태를 이룰 수 있었던 것 또한 막후에서 힘이 작용했기 때문이지요.

괜히 전우용이 워마드보다 워마드를 전위대로 쓰는 지식인들에게 분노하는게 아닙니다.


일베의 뒤에 있'던' 세력과 메갈의 뒤에 있는 세력은 완전히 상극입니다.

우파 정치권과 좌파 운동권. 서로 협력할만한 종자들이 아니지요.

일베가 메갈을 만들었다느니, 메갈의 본체니 하는 주장은 자한당이 운동권의 어머니라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이해만 있어도 불가능함을 단박에 알 수 있지요.

'정권을 공격했다'는 공통점 하나로 그리 간단히 엮을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한편 이즈음에서 다음과 같은 의문을 품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메갈이 민주당쪽 세력과 연관되어있다면 어째서 문재인을 공격하는가?'

여기에 대한 답은 의외로 간단한데 과거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의 관계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정당은 본디 운명공동체와는 거리가 멉니다. 각자가 각자의 목적을 위해 한솥밥을 먹을 뿐이지요.

당장에 '문재인 재기해'를 외친 집회에 지지의 메시지를 보낸 '장관'이 둘이나 된다는 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민주당 전체가 문재인을 사랑하는게 아닙니다. 오히려 그를 이용해 자기 목적을 추진하려는 자들이 더 많아요.


여성주의자들에게 있어서 문재인의 집권은 정부를 압박해 요구사항을 얻어낼 절호의 찬스입니다.

보수정권에게 뭐라 해봐야 씨알도 먹히지 않지만 진보는 일단 같은 진영이라 상대적으로 말을 들어주니까요.

운동권의 큰손 중 하나인 민주노총도 이명박근혜에겐 별 말 안했습니다. 어차피 안들어줄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는건 '진영'이라는 테두리 내에 있는 이상 정부는 자신들을 대놓고 적대하지 않는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기 때문입니다. 누울 자리 보고 다리 뻗는거죠.


똑같이 정부를 욕하더라도 일베와 메갈은 의도하는 바가 다릅니다.

일베는 자신들과 방향성이 정반대인 정부가 그냥 '싫은' 것이고,

메갈은 정부가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해 '압박'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정부측에서 혜화역 시위 주최측과 대화를 시도하자 바로 '발표에 우리를 포함시켜주면 생각해보겠다'고 나온 점만 봐도 이들의 노림수는 명확합니다.

단순히 '패륜'이라는 점에만 주목하기보다는 맥락을 짚어가야 두 집단의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