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에, 그러니까, 이번 주 토요일에 결혼식 하러 갑니다.
그런 결과로 인하여 국제 결혼 과정을 말하는 마지막 글이 되겠네요, 앞으로는 국제결혼 후 한국에서 살아가는 편이 이어지겠습니다.

1. 주변반응: 부모님과 가까운 친구들 외에는 딱히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가 결혼 다가와서 오픈 했더니, 반응이 몇가지로 나뉘더군요.
1-1. 젊은데 왜 굳이: 어떻게 들으면 젊게 봐줘서 감사하긴 한데, 젊으나 늙으나 제가 내국인에게 어필할만한 매력이 없는걸 어떻게 하겠습니까, 허허허.
1-2. 굳이 결혼을 왜: ...꼭 결혼한 사람들이 이래요, 꼭.
1-3. 축하해: 그래도 대부분은 여기에 속하는 편.
1-4. 신부는 몇살인데?: 그리고 이어지는 도둑놈 비난(...)아니 내가 뭐...


2. 첫만남으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시간: 그러니까 시작은 작년 7월 초입에 시작해서, 식은 3월말경에 하게 되었으니 진짜 8개월 정도 걸렸네요. 중간중간 이래저래 절차상의 문제도 있고 해서 1~2개월은 더 걸린듯 합니다. 보통은 6달정도면 신부 입국까지 되는거 같은데, 어째 뭔가 시작부에 좀 삐걱거린 절차의 문제로 더 걸린듯 싶네요.
그래도 뭐, 어떻게든 여기까지 왔다는 점에서 한시름 놨고, 이제 진짜 시작이란 점에서 기대반 걱정반입니다.


3. 결혼식 준비 과정: 저는 할게 거의 없습니다. 일단 처음 만나서 했던 결혼식은 소위 말하는 약혼식에 가까운 느낌이고 이번에 하는 결혼식이 찐인거 같은 느낌? 예전 국제결혼은 처음 결혼식을 하고, 보통 한국에서 하는 추세였다는데, 요즘은 입국 하기 전에 베트남 현지에서 한번 더 하는 분위기인듯 하더군요.
국내에서 과연 결혼식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론 굳이...
양가 부모님 모시고 이번 기회에 베트남에서 하게 되서 다행이라 생각하기도 하고, 결혼식을 3번씩이나는 굳이;;;
준비는 대부분 현지에서 와이프가 하고 있습니다.
식과 이후의 잔치는 와이프 집에서 하는 분위기라, 저는 일단 제 옷이랑 몸뚱아리 치장 준비만 하고 있는 중.
턱시도에 나비 넥타이에 커머밴드까지, 평생 할일 없을 줄 알았던 물건들을 사고 나니, 결혼을 하긴 하는구나 싶기도 하고;


4. 만족하나? 만족합니다.
솔직히, 결혼이란걸, 굳이 해야 하는 제도인가에 대해서 고민했던 나날도 있었는데, 인생 절반을 손해본 기분이에요오오오♡
물론, 이제 본편으로 들어가서 결혼생활 현실편에 육아편이란 시점점으로 진입을 하게 되면, 이 말을 언젠가 후회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마는;;;
사실 말이 좋아 결혼이지, 아직 연애 하는 느낌이라;모태솔로인 입장에서는 기분이 영 남다릅니다.
매일 전화를 걸때, 상대가 부담스러워할거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전화 상대가 있다는 것도 좋고, 날 보고 웃어주고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좋네요. 음음.
염장같아 보이긴 하는데, 뭐 다들 솔로인척 하지 다들 연애 열두번도 더 해본 기만자들이실테니 37여년을 솔로로 살아온 자의 치태를 너그러이 봐주시리라 믿습니다.
어찌나 만족하는지, 평생 찍어발라본 적 없던 스킨 로션을 사 찍어바르고, 톤업 크림에 비비 크림에 색들어간 립글로스를 발라보질 않나, 귀찮다고 차지도 않던 시계를 다 사고, 팔찌나 옷같은 패션에도 관심을 갖고 살 뺀다고 18킬로씩 체중 감량도 했으니, 만족하기야 많이 만족했죠.


5. 국제결혼의 단점을 꼽자면?
역시 첫번째는, 만나는 과정의 문제가 가장 크겠네요.
사람을 보고 그 자리에서, 혹은 한번 정도 더 얼굴만 보고 이 사람과 결혼을 해야하는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점은, 지금에 와서 생각해봐도, 참 모골이 송연한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
고작 일이십여분 이야기를 나눠보고 결혼할 사람을 결정하고, 그 사람과 8개월만에 이젠 진짜 결혼까지 한다니, 어떻게 생각해보면 판타지도 이런 판타지가 없는 셈이죠.
근데 또 너무 대단하고 멋진 누군가, 나의 분에 넘치는 사람을 만나겠다고 욕심을 부릴 요량이 아니라면야, 사람은 다 거기서 거기인데, 내가 사람 노릇을 하고, 상대도 사람 노릇을 하기만 하면, 그 외의 것은 기호의 차이지 않은가 생각해보면, 그 과정에서 지금의 과정으로 넘어오기까지의 시간과 일들이 이해가 되기도 하구요.
오이갤에도 곧잘 올라왔었는데, 만나자마자 주둥이 박치기부터 하자 서로 사이가 끈적해졌던(...) 일본의 어느 프로그램을 보면, 뭐 서로 어느 정도의 호기심과 끌림이 있고, 상대를 실망시킬만한 결격 사유가 없다면, 사람 인생이란게 거기서 거기 아닌가 싶기도 하고(...)그래서 다들 정분 나는건가 싶기도 하고;
여튼, 단점이라면 단점이겠지만, 이런 등떠미는듯한, 멍석을 깔아야지만 뭔가 일이 되는 타입들에겐 나쁘지 않은 기회로 다가갈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합니다.

또 다른 단점을 꼽자면 그리움의 시간이 생각보다 길다는 것.
매일같이 화상통화를 2시간씩 하지만, 그래도 떨어져있는 그리움의 시간이 6~8개월쯤 되고 보면, 그립지 않을수가 없습니다.
중간에 한번씩 들어가다보니 어느새 8개월 동안 3번을 다녀왔지만, 그래도 그 시간이 아무래도 짧게만 느껴질 수 밖에 없죠.
그래서 느껴지는 불안감도 있고, 불만도 있고, 걱정도 되고, 그리움이 눈처럼 쌓여만 간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시간을 줄이려 해도 줄일 수 는 없는게 또 문제이다 보니;

번외로,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던 부분: 말이 안통한다는 것. 구글은 위대합니다. 갓구글 찬양해. 그리고 기본적인 영어 작문 실력이 있으면 더 좋습니다. 구글은 위대하지만, 아직 부족하니까요.


마치며.
국제결혼을 고려해보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꽤 있는 듯 해서, 처음 오이갤에 글을 올렸을 때는 꽤 놀랐습니다.
근데 돌아보면, 저야말로 국제결혼을 했으니, 그런 생각을 한번쯤 해보는 사람들이 많은 건 당연한 일이더라구요.
개인적으로도 돌이켜보면, 국제결혼이란걸, 정말로 제가 시도를 하고, 결국 결혼식까지 이르게 되리란 생각을 몇년 전까지만 해도 생각지도 못한 일인데, 이걸 하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해보고 나니 별거 아닌 거 같지만, 또 생각해보면 별거 아닌건 아니에요;
떨리는 마음도 분명 있고, 사기나 파혼같은 것에 대한 걱정도 있고, 그런 걱정들은 아직도 여전히 마음 한켠에는 불안감으로 자리잡고 있는게 사실이지만, 한편으론, 그러니까 잘살아야한다는 생각과, 즐겁고 행복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함께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쨌든, 한번 국제결혼을 고민하는 분들이 있다면, 어느곳이든, 자기 성격에 맞게 상담을 받아보시는걸 추천해요.
실제 하든, 하지 않든 간에, 돈들어가는 것도 아니고;이야기 한번쯤 들어보는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러다 덜컥 어느새 비행기 타고 가버렸지만;

그리고, 진짜로 관심이 있으신 분이 있으시다면, "신랑이 떼로 가서 떼로 맞선 보는 곳은 피하시길", "2차 맞선까지 하는 곳을 왠만하면 가시길" 추천드립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신랑이 여럿 가면, 여자들도 그 안에서 서로 되지도 않는 비교를 하게 되고, 1차 맞선만으론 그래도 왠지 불안할 수 있으니까, 서로 호감을 갖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곳에서 맞선을 보는게 아무래도 조금은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마지막에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베트남 국제결혼은, 돈이 있다고 다 결혼하는 것도 아니고, 내 의사만으로 여자를 골라 오는 것도 아니게 된지 오래되었습니다.
저 또한, 제 아내를, 제 반평생을 함께할 가족으로 존중하고, 존중받기 위해 노력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간지러운 개소리 들어주시느라 고생 많으셨고, 하지 말라고 해도 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