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국의 악습 장유유서

한국은 예로부터 유교의 영향으로 장유유서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는 나이에 따른 수직적 관계로서 아랫사람 즉 어린 사람은 늙은 사람을 공경해야 한다는 개념입니다. 농경 시대에는 그 말이 어느 정도 맞습니다. 그당시의 농경은 체계화된 문서와 이론이 아니라 경험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농경 생산력에 노인의 경험은 큰 도움이 되었고 노인이란 존경받는 위치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산업 사회, 현대 사회에 오면서 이는 그냥 악습으로 발전합니다. 외국 회사에 가면 60대 신입 사원도 찾을 수 있습니다. 물론 20대 보다 경쟁력이 떨어져서 기피하긴 하지만 없는 게 아닌게 중요합니다. 그걸로 영화도 한편 찍기도 했죠. 고민하는 사장과 노련한 노인 직원인데 제목이 기억이 안 나는군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왜냐하면 장유유서 때문에 하위 직급이 상위 직급보다 나이가 많으면 직급상으로는 부하인데 나이상으로는 상위이니 다루기 어렵다는 이유로 절대 기피합니다. 즉 나이가 되면 그에 걸맞는 상위 직급으로 올라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높은 자리는 수가 적죠. 과장이 사원보다 많을 수는 없습니다. 인구가 피라미드형일때는 괜찮았습니다. 인구구조가 변화하면서 필연적으로 탈락자가 생기게 됩니다. 명예퇴직이라는 이름으로요. 이들은 다시 시작할 수 없습니다. 악습이 되어버린 한국 문화 장유유서 때문에 신입으로 들어갈 수도 없고 나이를 돌릴 수도 없죠. 돈 쓸 데는 많아졌는데 말이죠. 즉 외국이라면 고용 시장으로 되돌아가 재고용 될 수 있는 이들이 한국의 악습과 조화를 이루어 탈락자로만 기능합니다. 이들은 돈이 필요하고, 다행히 퇴직할때 퇴직금이라는 이름으로 약간의 자본을 보유하게 되었죠. 집에서 돌면 이 돈이 바닥나는건 필연이나 채용받을 희망이 없으므로, 이들은 자영업의 영원한 굴레에 빠지게 됩니다. 노동 유연성이라는게 서양은 잘 돌아가는데 한국만 삐그덕거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짤리면 다른데 가면 되는게 아니거든요.

이들은 불쌍한 사람들입니다. 자영업하다 패가망신하는 사람이 있다는건 이들도 알아요. 근데 취업시장에선 능력이 되도 나이 많다고 안 받아주는데 백수로 살란 말입니까? 프로그래머에서 잘 안풀리면 근처 치킨집 사장에게 물어보라는 농담이 있습니다. 기승전치킨집 노래를 부른 이유죠. 백수로 살 순 없으니 입에 풀칠이라도 하는 사람인 자영업의 길에 크게 성공하지 못하는걸 알면서도 뛰어들 수 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이들의 죄라면 장유유서가 있는 한국에서 태어났다는 거죠. 이 고통에서 벗어날라면 한 가지 수밖에 없습니다. 안짤리는 직장인 공무원으로 가야죠. 공무원 시험에서 사람들이 미어터지는 이유입니다.

2. 자영업의 완전시장화

결국 세대를 거듭하며 모든 탈락자가 자영업으로 귀결되면서 자영업은 미친듯하 포화상태가 됩니다. 거의 완전시장이 될 정도로요. 

자영업자들에겐 매우 슬픈 소식이지만 냉정하게 봤을 때 그렇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새 자영업자가 되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다른 선택지가 있어야 고민을 안하죠. 당신이 당신만의 특출난 재주와 능력을 가지지 않는 이상,당신은 절대로 돈을 벌 수 없습니다. 완전시장이니까요. 당신이 조금이라도 돈 벌 방법을 찾는다면 그 파이를 나눠먹을라고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뛰어들 것이며, 당신이 고통스러운건 맞는데 고통이 조금이라도 덜어질 방법을 찾는다면 새 자영업자들이 뛰어들어서 그 고통을 가중시킬 것입니다. 

예를 들어 기준 수익이 100이라고 합시다. 근데 120을 벌수 있는 일이 생겨요. 그러나 결국 그 사업은 경쟁자가 많아지고 결국 수익을 깍아서 서로 경쟁하게 됩니다. 결국 그 일은 90짜리로 줄어듭니다. 물론 옆에는 100 짜리 사업이 있지만,이미 권리금에 상가 인테리어까지 새로 들이기엔 아깝죠. 결국 90으로 버팁니다. 그리고 결국 버티지 못한 사람들이 망하고 경쟁이 완화되면서 100 짜리 사업으로 도로 회귀합니다(수치는 신경쓰지 마세요. 결론은 원래 금액으로 돌아온다는 것이 요지입니다.)

우리는 이 사례를 끝없이 발굴할 수 있습니다. 편의점 장사가 잘되면 그옆에 새 편의점이 들어섭니다. 그 편의점 주인도 자영업자입니다. 결국 둘다 사이좋게 나쁘게 되면 망하는거고 버티면 평범한 가게로 돌아갑니다. 조금 잘팔린다고 인기를 끌어서 우후죽순으로 생긴후 다같이 폭망한 자영업자들이 수두룩하죠. 대만카스테라,핫도그,팥빙수,과일쥬스...아마 안 해본 품목 찾기도 이제 힘들 겁니다.


3. 최저임금

즉 이 상태에서는 정부의 백약이 무효입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자영업자 경제를 완벽히 통제하고 있어요. 정부는 이걸 거스를 수 없습니다. 애초에, 1번 못 고치면 자영업은 미래도 없고 정부가 뭔 정책을 굴려도 안 됩니다. 근데 1번 해결 못하면 선택지 자체가 자영업밖에 없으니 난감한 노릇이죠. 정부도 알아요. 답 없다는거. 근데 공식화는 못 합니다 자영업자 표가 아까우니까. 최저임금 만원되면 자영업자가 망한다고요? 아니요. 안 망합니다. 십만원 되도 안 망합니다. 당신이 망할지는 모르겠는데, 자영업자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미 선택지가 자영업자 밖에 없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이들이 당신이 망한 자리에 끼어들겠죠. 수요는 공급을 창출합니다. 수요가 어디 가진 않아요.

결국 자영업자들이 고통받을 건 알지만 어차피 구하지도 못할꺼 그냥 최저임금 올리는 편에 좋습니다. 최저임금을 낮춘다고 자영업자들이 안 망할건 아니니까요. 최저임금을 아무리 낮춰도 로봇과 경쟁이 가능한건 아니니까요. 다만 자영업자 표를 의식해서 그런 소리를 못 할 뿐입니다. 자영업자를 구하기 위해 다 같이 저임금에 쳐박아라 할 수는 없는 겁니다. 그나마 임금인상으로 소비력이 늘어나면 국가 전체로 볼때 이득이니까 하는 겁니다. 그나마 소비력이 늘면 자영업자들 수익이 늘어날려나?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이 임대료가 문제다 하는데 젠트리피케이션 같이 자멸하는 케이스 말고는 회의적으로 봅니다. 보이지 않는 손이 그토록 무섭거든요. 임대료가 오르는 이유는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선택지가 그것뿐인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냉정한 경제학이죠. 수도권 지역이라면 임대료가 월급을 상회하고 젠트리피케이션을 일으켰지만 전국 레벨로 봐선 안 그런 지역도 많습니다. 해결책이 안 되요.

정부에서 어떤 정책을 내놓더라도 실질적 효과는 없을 것입니다. 2번 문단 참고하세요. 정부 지원으로 120 되봣자 100으로 도돌이표고 최저임금 깍아서 120 되봣자 도돌이표로 다시 100 입니다. 무한 반복 사이클이라고요. 그럼에도하는건 심리적 효과밖에 없습니다. 자영업자 표가 아깝기도 하고요. 경제가 어려워서요? 자영업자들이 경제호황이면 탈락자가 줄긴 하는데 없는건 아니므로 탈출 불가능입니다.

기승전 헬조선 엔딩이라 찜찜하긴 한데, 정말로 답이 없습니다. 해결책은 없습니다. 1번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는 않을 테니 1번 있는 상태로 해결해야 하는데, 이걸 해결하면 노벨 경제학상은 따놓은 당상입니다. 제가 보기에 이걸 해결하면 경제학의 모든 이론을 뒤집을 발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