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우선 육군 수색대 출신입니다. 을지부대로 널리 알려진 12사단 소속으로, 강원도 인제-양구 섹터의 DMZ에서 GP병으로 근무했었죠. 제 근무지는 북괴군 GP랑 불과 800미터 떨어진 곳이었는데, 그 저주받은 구원받지 못한 땅에서 GP 실작전 기간만 399일을 채웠습니다... 훈련소땐 휴가 많이 준대서 솔깃하고 지원했는데 그게 불지옥 티켓일줄은 몰랐죠 ㅠㅠㅠ


근무와 훈련 강도는 상상 이상으로 빡쎘지만, 그래도 남들은 평생 경험 못해볼 일을 한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했습니다 ㅋㅋ 군생활의 최대의 자랑거리라면, 18년도 12월 즈음 진행된 남북평화협정으로 양 진영측 GP 일부를 파괴하고 상호검증단을 보내서 채증하기로 했었는데, 그때 그 곳에서 모든걸 보고 경험했었습니다. 실제로 오른쪽 사진에 있는게 저희 GP 바로 앞에있던 폭파 직전의 북괴군 GP입니다. 제가 찍었어요 ㅋㅋㅋㅋ


이런 글을 작성하는 이유는,, 나름 육군의 최전방에서 작전하는 준정예 부대랍시고 일반 후방부대에서는 보기 힘든 최신식 장구류와 무기들을 운용했었는데, 저마다 좋은점, 나쁜점, 개선할점에 대해서 써보려고 해봤습니다. 요즘 한국군 보병의 장비체계는 어떤식인가 궁금한 분들도 있을거 같아서요.

이 글에선 보병의 주무장인 개인화기들에 대해서 써보려 합니다.

모두 제가 충분히 다뤄보고 쏴보고 굴려본 경험을 토대로 적는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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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1A

흔히 케이원으로 많이들 알려졌죠, 케이투보다 짧고 가벼워서 포병 FDC나, 장갑차 조종수들이 주로 들고다니는걸 봤었는데... 케이투보다 상대적으로 작고 가벼운 편이긴 합니다, 케이원 케이투를 혼용하는 최전방에선 짬의 상징이기도 하고요. 문제는 수색대에서 운용하는 K1A는 위 움짤처럼 스톡상태의 쌩케이원이 아니라 레일과 감시장비 등으로 덕지덕지 벌크업을 한 녀석이란 겁니다.



실제로 위와 동일한 모델의 레일에다 PVS-11K (레드닷) 주간감시장비, PAQ-04K (레이저) 야간표적지시기, PVS-04K 단안형 야간감시장비, 그리고 수직손잡이 까지... 전부다 부착하고나면 앵간한 K2C1보다 무거워집니다.

그리고 무게중심이 심하게 앞으로 쏠리는데다가 저 빈약한 철사식 개머리판은 전투사격때 포상을 노리기 힘들게 합니다... 11K 조준경이 달렸으니 표적 맞추기 쉽지 않는냐 하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수십년된 케이원에 일체형이 아닌 레일을 부착하다 보니까 이게 조금씩 유격이 생겨서 영점이 자주 흐트려집니다.

총기수입할때 레일까지 분해한 경우에는 다음 전투사격때 영점사격장을 한번 더 가야했어요.


심지어 분대 내에서 K1A 운용병은 선임수색병인 경우가 허다해서 분대 통신병을 맡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러면 저 쇳덩어리에 999K까지 메야 하는 극악의 조합이 생겨나요 ㅠㅠ

여러모로 케이원이 짬의 상징인지라 군생활을 하면서 K201 -> K2C1 -> K1A로 개인화기가 바뀌긴 하는데 크게 메리트는 없었습니다.

실사격때 하단총몸을 K2C1의 것과 교체해서 사격해본적이 있었는데, 고정 개머리판으로 견착이 훨씬 확실하게 되니까 만발을 맞춘적도 있었네요. 무게가 조금 더 늘어나더라도 철사 개머리판 보다는 고정 개머리판으로 바꾸는게 훨 낫지 않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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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C1

제가 있던 부대는 이미 케이투 전량이 씨원으로 교체된 터라, 쌩케이투는 GP 파견온 TOD병이나 관측반 친구들 것을 제외하면 보기 드물었습니다.

K2C1... 뉴스에서는 발열 문제가 심하다는 둥 말이 많은 녀석이었지만, 국산치고 일개 보병 개인화기 돌격소총으로써는 월드클라스라고 자부할 수 있는 물건입니다. 우선 레일이 일체형으로 바뀌어서 11K를 달고 사격했을때 영점 흐트러짐 문제가 일절 없고, 길이 조절이 가능한 신형 개머리판은 사격할때 더더욱 도움이 됩니다.

무엇보다 케이투의 최고 장점인 분해조립이 간편하다는 점이 타국 소총과 비교해봤을때 큰 이점인것 같아요. 노리쇠를 포함한 모든 내부부품은 쌩케이투와 완전 호환이 되고, 하단 총몸은 여전히 케이원과 상호 호환이 가능합니다.

위 사진에 나와있는 짧은 수직손잡이는 18년 초반에 보급되기 시작했습니다. 원판도 충분히 좋은 소총이지만, 손잡이 하나 더 주면 손해볼건 없죠. 가늠쇠가 아직도 일체형이라 11K나 04K를 달았을때 시야가 조금 가리기는 하지만, 아직 주간감시장비를 전군 보급하기 힘든 국군 사정상 차라리 영점 흐트러질 염려 없는 짱짱한 가늠쇠는 문제 없는 선택지라고 생각합니다. 미군의 M4나 M16만 봐도 비슷한 케이스죠


수색대에선 이런식으로 사제 바이폿그립과 배율조준경을 달아서 소대 지정사수를 운용하기도 합니다. 근데 결국 지정사수들이 저격반 집체교육을 가게되서 저격병으로로 진화해버렸죠.

씨원 참 잘 맞아요 ㅋㅋ.. 씨원 사수일땐 한번도 만발을 놓친적이 없었네요.

여담으로 K2C1의 개머리판을 최대한 줄였을땐 930mm, 최대로 늘렸을땐 1014mm입니다.
어떻게 기억하냐구요? 김병장이 부조리 존나 쳤거든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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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01

케이쓰리와 더불어 모든 보병이 기피하고 싶은 개인화기죠. 유탄발사기 입니다..

그래도 원판은 케이투라서 전투사격때는 여전히 잘 맞습니다. 오히려 무게가 더 늘어나서 반동제어도 용이하구요. 다만 이런 장점들은 사격할때 빼곤 전부 필요없다는거죠.

무겁습니다.. 존나게 무거워요,, 쌩케이투 무게가 3키로 정도 되는데 얘는 5키로 가까이 나갑니다.

행군할때 무거운것도 짜증나는데 저 조절 불가능한 투박한 개머리판이 참 불편합니다. 훗날 K2C1 버전의 유탄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하지만 어림도 없지 K11 받아라


유탄의 조준은 총열덮개 위에 달려있는 '사다리형 가늠자'와, 상부총몸에 부착된 '호형 가늠자'로 하게 됩니다.

사다리형 가늠자는 100, 150, 200미터만 조준이 가능한 지역표적 및 속사에 용이한 녀석이고, 호형 가늠자는 더 정밀하게 장거리를 조준할때 사용합니다.

유탄 실사격을 나갔을때 잘못됐더라면 정말 목숨을 잃을수도 있었던 사고가 난 적이 있었는데. 제가 받은 201이 공이돌출 불량품이었던지라, 총열에 고폭탄을 장전하고 총열을 확 당겨 폐쇄할때 돌출된 공이가 유탄을 격발시킨 거죠...

방아쇠울에 손가락을 걸지도 않았는데, 총열을 닫자마자 유탄이 발사됐고 그대로 고폭탄 하나발이 입사호에 박혀버렸습니다.

다행히도 이런 불상사를 막고자 모든 유탄에는 16m의 신관작동 안전거리가 있습니다. 16m 이상 비행하지 않으면 신관이 비활성화 상태로 터지지 않는거죠.



소대원 모두가 폭사할뻔한 사고였지만 다행히 유탄이 제 역할을 한 덕분에 모두 다치지 않았습니다.

그날부로 한화의 기술력에 믿음을 가지게 됐죠. 근데 여전히 야구는 못믿습니다

K201은 애초에 총열부착 분대 유탄발사기로 만들어진 놈이라.. 딱히 개선점을 찾지는 못하겟습니다. K2C1에 부착 가능한 개량형이 나온다면 더 좋겠네요. 결국 그 유탄수도 행군 내내 유탄 욕을 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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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14

국내 독자기술로 제자한 첫 볼트액션식 저격소총입니다. 존나 멋져요, 집체교육을 받기 전까지는요...

당시에 군단이었는지 사단이었는지 아무튼 상부 직할령으로 수색대 내 지정사수들을 저격수 집체교육반에 모조리 보내서 저격병으로 양성하던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그때 가서 처음으로 만져보게된 저격총이 바로 요놈이었죠.

저격교에서 훈련받으면서 느낀바로는, 확실히 저격총은 일반 개인화기보다 취급하기 훨씬 까다롭다는 겁니다. 케이원 케이투 마냥 침대에 던지면 바로 반장님한테 뚝배기를 맞았고, 총기수입을 거의 매일같이 했습니다. 하지만 총열은 강선이 상한다고 건드리지 말라 했습니다.

K14에 달리는 조준경이 기본 8배율경인데, 조절 다이얼이 무려 4개나 됩니다. 상하크리크, 좌우크리크, 망선선명도, 배율가변 이렇게요. 가격도 저격총 못지않게 비싼놈이라고해서 기관총 05K 다룰때랑은 전혀 다른 태도로 신경써서 관리했습니다.


실사격때는 간부분이 옆에서 탄도계산기와 측풍계를 들고 크리크 조정을 도와주십니다. 그리고 대망의 첫 사격을 해봤는데,, 일단 반동의 묵직함이 케이투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그리고 정확합니다. 정말 정확해요

저격총이니까 정확한게 당연하겠지만, 맨날 케이원 들고 못맞추던 250사로는 커녕, 맨눈으로 보기도 힘든 500사로도 정확하게 꽃힙니다. 전장에서 저격병 하나가 대규모 부대의 발을 묶을 수 있다는게 괜히 나온 말이 아니더라구요.

하지만 실사격의 기쁨은 그렇게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집체교육때 병행한 다른 저격 훈련이 너무 빡쎄가지고...

맨날 PRI, 산악행군, 험지주파행군, 위장술 훈련 등등 강도높은 뻘짓을 막 시켜요. 전문 저격병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참고로 저격수들이 입는 길리슈트는 완제품으로 구매하는게 아닙니다.
저도 저격교 가서 처음 알았어요.

케미넷에 폐전투복을 찢어서 엮고, 위장그물에 락카칠하고 엮어서 100% 가내수공업으로 만드는거였어요. 이것도 쌩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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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고나서 보니까 진짜 수색대는 징집되서 온 일개 병사 개개인을 슈퍼솔져마냥 키워놓는 부대였네요...

이 외에 개인 감시장비라던지, 장구류라던지 궁금한게 있으면 물어보세요

다음엔 공용화기편으로 올리겠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