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오이갤이나 네이버 블로그 등지에서, 

국민은 황국신민의 줄임말로, 일제의 잔재이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라는 주장을 가끔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오이갤에서도 그렇게 주장하는 분이 나타났죠.

그렇다면 정말 국민이라는 말 자체가 일제때 보급된 말일까?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온라인 조선왕조실록.





제 1장이라고 할 수 있는 태조실록에서부터 국민이라는 말이 나오며, 그 후에도 주구장창 쓰이는 것으로 보아 조선시대는 물론이고 조선시대 이전에도 썼으리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의역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는데 위 짤에서 번호 5번을 보면 '나라 국'자가 명확하게 보입니다.




물론 일제가 국민이라는 말을 황국 신민의 약자라고 주장하며 국민 학교라고 명명한 것에 대해서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 학교라는 명칭을 변경한 것은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원래 쓰던 말을 일본이 "응 이건 이런 뜻이야~"라고 했다고 해서 국민이라는 단어 자체를 일제 잔재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황국 신민의 축약어인 국민과, 원래 있었던 국민은 사실상 동음이의어라고 봐야 맞지요.

이런 자료를 보여주더라도 몇몇 사람들은 여전히 "일제 잔재가 아니라 하더라도 군주제 국가에서 쓰던 말이고 독재 정권에서도 파시즘을 내세우며 애국심과 국가를 위한 희생을 강조할 때 쓰던 말이니 좋지 않다."고 하십니다만.

글쎄요. 그때 그런 의미로 썼고 여전히 복종을 강조하는 그런 의미로 쓴다면 모르지만,

요즘 세상에서 국민이라는 말을 충성의 대상, 복종의 대상으로 쓰는지도 의문이고, 애초에 '나라 국'이라는 문자 하나에 집착하여 충성과 복종이라는 억압적인 의미가 담겨있다고 말한다면, 국가라는 명칭부터가 문제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라 국은 나라 국일 뿐이지 지금까지 인류 역사에서 국가가 충성과 복종을 요구해왔다고 해서 현대와 미래의 국가에서도 그래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과거에는 전 세계 거의 모든 정치 체제가 왕정이었지만 그렇다고 정치 체제라는 어휘가 곧 왕정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듯이 말입니다. 

국민이라는 말을 써서 국가에 복종하게 되는 거라면 시민이라는 말은 뭐 크게 다른가? 라는 생각도 좀 듭니다. 

결국 어휘라는 것은 받아들이는 마음 먹기에 달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불편하면 바꾸고 안 불편하면 안 바꾸는 거죠.

제 생각에 국민이라는 말은 국적자 비국적자를 구분할 때 매우 편리하고 요긴하다고 봅니다. 



이 글은 제가 작성한 것이며 마음껏 퍼가셔도 상관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