겜좋아해서 lck도 보고 롤인벤하고 오이갤 눈팅만 하는 30대 아재입니다.

그리고 외과의사입니다.

이번 파업에 대해서 밥그릇 챙기기다 국민 볼모로 뭐하는 짓이냐 말이 많습니다.
그런데 갈등이 생기면 양측 입장을 한번씩은 들어봐야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다른 건 차치하고 다만 한가지만 말씀드리고 싶어 긴글 남깁니다.
여러분들의 인식을 바꾸긴 어려겠지만 이런 부분이 있겠구나 들어주심 감사하겠습니다. 건전한 비판 환영입니다!

의사 수를 많이 늘려서 돈되는 성형 피부의료가 포화되면 기피과(중증외상외과)로 발돌리는 의사 수가 많아진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어... 제 생각을 남깁니다.

1. 돈되는 과 = 피부미용 성형??

돈되는 과의 대표적 예로 통증도 있습니다.
특히 허리통증 무릎통증 등 근골격계 통증은 적게는 어린 10대부터 많게는 70~80대 노인까지 전국민의 거의 모든 연령대를 아울러 발생하죠. 수요가 끊이질 않아 피부미용 못지 않게 통증 병원이 정말 주변에 눈에 찰 정도로 많습니다. 피부미용 성형도 마찬가지구요 통증도 결국 시술을 해야하는데 중증의료하라고 뽑아놓은 의사들도 배우자고 맘먹으면 왠만한 술기 할 수 있습니다. 당장 이번 의료정책으로 늘린 필수 기피과 의사들도 의무복무 10년 채우면 합법적으로 가능한 시술들입니다.

2. 통증도 포화되면 외과 등 기피과로 갈 것 아니냐?

한 가지 알아두셔야 할 게... 의사요인수요(PID; physician induced demand)라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정보격차로 인해 생기는 것으로 의료진료행위의 수요자인 환자의 수요를 바로 공급자인 의사가 유인해낼수 있다는... 비유하자면 창조경제(?) 같은 개념입니다.
예를 들면 허리가 아파서 주사시술을 받는다고 칩니다. 일반적 치료로 1~2번에 걸쳐서 낫는 통증인 환자라고 가정해볼게요. 그런데 약 효과를 줄여 5~7번에 걸쳐서 낫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 법적으로 잘못된 거 아냐? 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악화시키는게 아닙니다. 천천히 좋아지게할 뿐입니다. 왜 약을 효과있게 더 안쓰냐하고 하면 부작용이 우려되어 천천히 치료해야 한다고 볼 수도 있는 부분이죠
. 물론 그 중에는 1~2번 만에 낫게하는 의사들도 있겠지만...위의 주장대로 통증개원가가 포화가 된다면? 무한 시장경제체제로 들어선 통증 개원가는 앞다투어 자신의 환자를 늘리기 위해 5~7번 할껄 10~12번에 걸쳐 낫게 할 수도 있습니다. 빨리 치료를 시켜줄 동기 없어지게 되고 의료의 질이 악화가 됩니다.

3. 통증가도 그렇게 포화가 되면 기피과(중증외상외과 등) 할 꺼 아냐??

백번양보해서 돈되는 과 모두가 포화가 되어 외과 등 소위 기피과를 전공할 수 밖에 없다 가정해봅시다...

이번 정책은 정부가 지방의 필수의료의사를 늘리기 위함이라 했습니다. 그러나....

중증외과의사 늘려났는데 취직자리가 없을 것입니다. 왜냐면? 중증외과의사는 치료하면 할수록 적자입니다. 수가가 낮아서 치료하면 오히려 병원이 손해를 봅니다. 이 부분은 이국종교수님 인터뷰 찾아보시면 아실 겁니다. 다시 태어나면 외과의사 안하신다고 하셨죠. 저도 같은 General surgery로서 존경하는 이국종 교수님.... 만성적인 저수가와 글로벌 기준과 논문 최신지견에 맞는 치료를 해도 삭감을 때려버리는 심평원...(직접 쓰신 칼럼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https://www.google.com/amp/s/m.yna.co.kr/amp/view/AKR20171123082800017) 그로 인한 외상외과 적자...병원장한테는 그저 적자만드는 기계...정부지원금이나 따오게 시키는...작금의 현실이 안타깝죠 ㅜㅜ

이처럼 중증외상외과가 기피과인 근본적 이유는? 힘들어서입니다. 언제 어떻게 창의적(?)으로 인체가 박살나서 올지 알 수도 없습니다. 똑같은 케이스가 드물죠. 배에 찔려서 오면 똑같은 데만 찔려서 오는 거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 힘든 수술하는데 의사만 늘려놓으면 될까요? 스크럽 간호사도 있어야 돼...수술하는 동안 콜받아줄 의사 있어야 돼...중환자실 간호사...심장박살나면 필요한 체외순환기 관리사...중환자 투석 때 필요한 투석 전문간호사 등등등 고용해야 되고 이것을 해줄 병원 의료시설이 필요하죠. 근데 운영할수록 적자가 나는데 그런 병원은 누가 세워줄까요? 나라가 세워준다고요? 결국 그래서 진주의료원 문 닫은거 아닌가요? 적자만 나고 애물단지라서... 결국 병원이 기피과 의사들을 고용할 동기가 없어지는 거죠....적어도 수가라도 올려줘서 인력을 충분히 고용할수 있게, 자생이 가능하게는 만들어줘야 하는거 아닌가...그래서 병원이 의사를 고용할 동기를 만들어 주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럼 굳이 의사수 안 늘려도 저같이 할까말까 고민하는 주변 외과 의사들도 기펴고 지원할테니까요...

예를 들어 100명이 있어야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일이면 현재 고질적인 의료저수가로는 고작 절반인 50명만 가지고 굴려가며 일해야 하는 겁니다. 인건비를 감당 못하니까...50명은 그마저도 이국종교수님과 이번 코로나 대구의료원 중환자 간호사들과 같은 삶을 강요받아야 합니다.
이게 옳은 일일까요?

의료인들은 숭고한 자세로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히포크라테스 나이팅게일 선서하고 왔으니 의사 월 300씩 조금만 받아가면서 고용하고 100명 뽑자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죠....

그럼 그러느니 이미 포화가 된 피부미용, 통증 등 소위 돈되는 과를 더 하려고 하지 않을까요? 설령 포화로 인해 버는 돈이 같더라도 내 몸과 마음은 돈되는 과가 훨씬 더 편하니까... 아 그보다 더 못벌려나요?? 그 정도면 간호사처럼 반은 장롱면허하고 차라리 딴 일 하지 않을까요?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한들 의무복무 10년만 존버하면 결국 다들 제 살길 찾아갈 겁니다. 4000명이 다 이국종 교수님 같길 바란다면 욕심이겠죠... 헌신하는 의사 좋습니다만 4000명을 뽑을 때 그 헌신이라는 가치를 측정할 방법은 없습니다. 더군다나 20대 초에서 나이가 들면서 현실적으로 변한다면...두말할 것 없겠죠.

처우를 개선시켜서 저도 이국종교수님 밑에서 가르침 받고 외상외과 하고 싶습니다만 멘탈이 약해서..... 적자만드는 기계라고 욕먹을거 생각하면 주저하게 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재주가 없어 장황히 늘어놨는데 가독성이 떨어져서 읽기 힘드시다면 죄송합니다.
https://youtu.be/Gtx9Koc39Wo
영상으로 저보다 말 더 잘하시는 분이 올려놓기도 했으니 한 번 봐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