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코믹스의 매력이라면 역시 다채롭고 강력한 악역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고 봅니다.

네임드급 악당이 나오는 시리즈는 그것 자체만으로도 꽤나 볼 맛이 나지요.

그런 의미에서 강려크함으로 따지면 가히 최강급인 악역 아마츠 미카보시(카오스 킹)을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일단 외형은 대충 이렇습니다. 아, 물론 뒤에 있는 가면 쓴 시커먼 녀석을 얘기하는 겁니다.

처음에는 일본의 신족인 '카미' 중 하나로 저승인 '요미'를 다스리는 존재로 나옵니다.

(마블 세계관에는 이런저런 현실 신화의 만신전이 다수 구현되어 있습니다. 그리스, 북구, 일본 등등)

데뷔는 그리스 전쟁의 신 아레스를 주인공으로 하는 'Ares: God of War' 에피소드인데,

시작부터 올림포스를 공격해서 정복하는 패기 넘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실 이 시점에서 미카보시는 능력 자체가(신급 존재 치고) 무지막지하게 강력한 존재로 나오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환영을 다루는 힘과 정신조작 능력, 그리고 교묘한 지략으로 상황을 만들어나가는 쪽이었죠.

일단 올림포스쪽에서 병크를 저지릅니다. 이전에 홀대받은 끝에 삐진 아레스를 포섭하기 위해 아레스의 아들

알렉산더를 올림포스로 납치해오죠. 그런데 미카보시가 타이밍을 잡아서 이 꼬맹이를 다시(...) 납치해갑니다.


알렉산더를 손에 넣은 미카보시는 공을 들여 그를 정신지배합니다. 전쟁의 신의 아들이라 자질은 출중했죠.

그리고 그를 앞세워 올림포스를 침공한 미카보시는 무려 제우스를 살해하는 위업(?)을 달성합니다.

허나 아레스가 참전하고, 제우스가 마지막 힘으로 알렉산더에게 걸린 정배를 푸는 바람에 전세는 역전됩니다.

알렉산더는 그래스커터 소드(죽 '쿠사나기의 검')으로 미카보시를 그어버리고, 큰 데미지를 입은 미카보시는

결국 패퇴하고 다시 요미로 찌그러집니다.


그렇게 한동안 짱박혀있던 미카보시가 다시 등장하게 된 계기는 스크럴이라 불리는 외계인의 침공이었습니다.

변신종족 스크럴의 신들을 쓰러뜨리기 위해 신들의 연합인 '갓 스쿼드'가 결성되는데, 이 갓 스쿼드에 참가하죠.

윗선(...)에서는 나가서 그동안 망나니짓한걸 만회하고 오라 지시하고 미키보시도 '일단은' 꽤나 진지하게 임합니다.

스크럴에게 정복된 만신전들을 뒤엎으면서 진격한 갓 스쿼드는 결국 스크럴의 신들과 조우하게 되고,

여기서 미카보시는 스크럴의 여신인 Sl'gur't(이건 대체 어떻게 읽는거야?)와 일기토를 벌입니다.

(이상한 놈이 하나 끼어있습니다)


변신종족의 신 vs 환영과 어둠의 신이라는 상황이라 현란한 일전이 벌어지는데,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던 두 신은

결국 서로가 서로의 모습으로 변신하게 됩니다. 이 상태에서 미카보시는 Sl'gur't를 쓰러뜨리는데,

헤라클레스를 비롯한 갓 스쿼드의 일원들은 미카보시 역시 사망한 것으로 착각하고 자리를 뜹니다.

그리고 홀로 남은 미카보시는 스크럴에게 함락당했던 외계 만신전들을 차례차레 자신의 손에 넣습니다.


수많은 외계 신들의 힘을 흡수한 미카보시는 이윽고 혼돈의 군단을 이끌고 지구로 돌아옵니다. 카오스 워의 시작이죠.

이 시점부터 스스로를 혼돈의 왕(카오스 킹)이라 칭하는 미카보시의 행보는 그야말로 패기 그 자체입니다.

일단 꿈의 차원으로 들어가 지배자인 나이트메어를 도륙내고, 그를 막으려 들어온 영웅들을 싹 다 털어버립니다.

그리고 망자의 영역으로 들어가는데, 후달리기 시작한 망자의 신 플루토(하데스)는 제우스를 비롯한 신들과

다수의 인간 영웅 및 악당들을 해방시킵니다. 허나 카오스 킹은 간단히 이들을 싸그리 밀어버린 뒤,

다시 한번 제우스를 죽이고 그 심장을 뽑아버립니다(제우스 지못미).

 
(카오스 킹의 위엄)


이쯤에서 미카보시의 진정한 정체와 목적이 밝혀지는데, 그 정체는 지금의 우주와 그 이전의 우주조차 만들어지기 전,

태고의 공허에 속한 존재이며 목적은 모든 것을 다시 태초의 무(無)로 되돌리는 것입니다.

(실제로 일본 신화의 아마츠 미카보시는 3대 주신 이전에 존재하던 일종의 고대신이자 악신이죠. 역시 설정덕후 마블)


뭔가 답이 안나온다고 느끼기 시작한 헤라클래스는 전지전능한 우주와 시간의 지배자이자 우주 그 자체인,

먼치킨 많기로 유명한 마블 세계관에서도 순위권 안에 드는 존재인 '이터니티'를 소환해서 도움을 요청합니다만,

이터니티는 자신과 완전히 상극되는 존재인 카오스 킹과 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를 거절합니다.

오히려 지옥의 존재들이 위협을 느끼고 연합을 형성하여 대항하는데, 이에 카오스 킹은 사탄을 죽여버립니다.

이에 죽음 그 자체이자 이터니티와 같은 우주적 존재인 데스가 도망치고(...) 명계는 미카보시의 손에 떨어집니다


결국 헤라클레스는 또 다른 우주적 존재(본격 우주적 존재 대바겐세일)인 플래닛 이터 갤럭투스를 소환합니다.

갤럭투스는 '약간의 갈등' 끝에 헤라클레스에게 협력하지만, 카오스 킹의 지배하에 놓인 제우스(진짜 지못미....)의

벼락을 맞고 떡실신해버립니다. 방해물이 사라지자 카오스 킹은 천계로 진격하여 천계를 개발살내는데,

이 와중에 일본의 주신이자 미카보시의 상급자라 할 수 있는 아마테라스마저 살해당합니다.

(그야말로 답이 없는 상황)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 주의>>>>>>>>>>







결국 카오스 킹은 창조의 원천이자 신들으 근원인 가이아를 침식하며 다중우주 그 자체를 소멸의 위기로 몰고가는데,

이 때 평범한(?) 천재소년 아마데우스 조가 아이디어를 냅니다.

'카오스 킹이 이길 수 없는 존재라면 그가 이기게 해주자'.

미카보시의 목적은 모든 것을 공허로 돌리는 것. 그렇다면 '공허만이 있는 세계'를 만들어주면 된다는 것이죠.

이에 (여러가지로 체면 많이 구긴) 갤럭투스가 새로 만들어진(고로 비어있는) 차원을 생성해내고,

신들과 영웅들이 아마데우스 조의 계략에 따라 카오스 킹을 그곳으로 끌어들입니다.

이에 카오스 킹은 우주가 무로 돌아갔다고 착각하고, 그 안에서 나름 만족하면서 지내게 됩니다.


이렇게 수많은 신들을 죽음으로 몰고 전지전능한 절대자들마저 두려움에 떨게 한 카오스 워는 막을 내립니다.

그 스케일에 비하면 상당히 싱겁게 끝나버리긴 했지만, 뭐 힘으로 꺾는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거겠죠.

다만 카오스 킹이 자신이 낚였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면 즉시 차원을 깨부수고 나올 것이 뻔하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열린 결말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실제로 마블은 죽거나 리타이어한 악당 혹은 영웅들이

모종의 사연으로 재등장하는 경우가 매우 많으니까요. 뭐 앞으로 어찌 될지는 두고 봐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