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아픔 공감하는 모습 실종



이재오 “동냥 못줄망정 쪽박 깨”


전문가들 “정치적 리더십 모른다

 

타협’과 ‘포용’이 없는 박근혜 대통령 특유의 국정운영 스타일이 교착 상태에 빠진 정국을 벼랑 끝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주춤했던 박 대통령 ‘나홀로 국정’이 재연되는 형국이다.

박 대통령이 16일 “세월호 특별법 타협 불가”와 “외부 세력의 정치적 이용” 등 날 선 발언을 쏟아내며 ‘유가족과 야당의 항복 선언’을 요구한 게 그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일부에선 지난 1년 반 동안 비판받았던 박 대통령의 ‘불통’과 ‘독선’의 문제가, 내용과 형식 면에서 오히려 증폭된 형태로 나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대통령은 우선 야당 내분 등 유리한 정치지형을 활용해 의회 정치에 부여된 타협의 공간을 아예 틀어막는 ‘포용력 없는 통치’를 또 한번 여실히 보여줬다. 일단 방침을 정하면 “이게 원칙”이라고 주장하며, 상대방의 일방 양보만을 압박하며 조정 여지를 없애고 꿈쩍도 않는, 야당 시절부터 보여온 박 대통령 특유의 정치 스타일이 이번에도 반복된 것이다. 이런저런 의혹 제기를 ‘유언비어’로 단정하고 곧바로 검찰의 철저한 단속을 지시하는 부분에선 공안통치에 대한 미련마저 느껴진다.

박 대통령은 16일 유족들의 수사·기소권 요구를 “삼권분립과 사법체계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못박으며 유족들을 반헌법적 집단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이런 형식논리 외에 박 대통령은 자식 잃은 유족들의 요구에 대한 이해나, 인간적 설득, 고뇌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17일 박 대통령을 겨냥해 “동냥은 못 줄망정 쪽박은 깨지 말아야 한다”고 쏘아붙인 것도 박 대통령의 이런 ‘인간미 없는 정치’를 비판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복잡하고 예민한 현안을 다룰 때마다 제대로 된 사과나 설명 없이 태도를 바꾸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두 달 가까이 “세월호 특별법은 국회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침묵하던 박 대통령은 왜 갑자기 “협상 불가” 선언과 함께 여당 수뇌부를 청와대로 불러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하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은 내놓지 않았다. 국회가 일을 안 한다며 “세비 반납”까지 언급했지만, 박 대통령은 과거 야당 대표 시절 사학법 반대 투쟁을 이끌며 53일 장외투쟁을 주도한 바 있다.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었다”고 야권을 겨냥했지만, 과거 자신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막말과 욕이 난무하는 연극 <환생경제>를 보며 웃었을 때에 대한 언급은 없다.

제대로 된 내부 소통 없이 회의 석상에서 자신의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하는 방식도 세월호 이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박 대통령의 작심 발언은 발언이 공개된 뒤 주요 참모들도 놀랄 정도로 제대로 공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월 유족들을 만난 자리에서 “진상규명에 있어 유족들의 여한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협상 불가 선언 전 참모를 통해서라도 이들에게 설명을 하거나 설득하는 과정도 없었다.

전문가들은 세월호 특별법 강경 돌파를 선언한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민주주의에서 정치적 리더십이 뭔지 모르는 것”이라는 혹평을 내놓고 있다. 내용의 적절성을 떠나 문제를 해결하는 리더로서 부적절한 발언들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