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등산화를 사면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냥 대충 사자. 설마 내가 히말라야 가겠어???ㅋㅋㅋㅋㅋ"

그런데 그게 현실이 되었습니다!!!!!

저는 전에 다른 곳에 한복을 입고 여행했을때에도 마찬가지였지만
한복을 굳이 알린다거나 홍보한다거나 하는 마음보다는
그냥 예뻐서 입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전통한복이나 생활한복, 직접 면이나 린넨천을 떼다가 바느질방에 맡기는 등 다양한 형태의 한복을 입고 있어요.

여전히, 한복이 불편하다는 시선이 많지만,

작년부터 저는 궁금했습니다.

"대체 한복을 입고,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그 시작은 국내여행에서 시작해 국외여행까지 이어졌습니다.

한복을 입고 등산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했고, 불가능하다 말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분들께 알려주고 싶었어요. 한복은 의외로 일반 옷과 똑같다는 걸요.

네팔 가는 여행은 10월~11월이 가장 좋다고 합니다.
운좋게 제가 여행가는 시기가 여기에 딱 들어맞았지요. 첫 시작이 좋아서인지, 여행 내내 행운이 따랐습니다!

여행장소: 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트레킹
여행일정: 2014년 10월 11일~19일(트레킹 일정만 6박 7일)

네팔의 수도인 카드만두에 도착해서 국내선을 타고 포카라로 이동합니다.
국내선 공항입니다.  이곳의 국내선 공항은 우리나라 고속버스 터미널과 비슷해요. 사실 규모는 더욱 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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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라에서, 저는 가이드겸 포터를 고용했고, 함께 6박 7일의 트레킹을 시작했습니다.
이 사진에서는 매우 상태가 좋아보이네요 ㅎㅎㅎㅎㅎ

제가 계획한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 트레킹은 줄여서 ABC 트레킹이라 부릅니다.
포카라(아랫쪽)에서 택시나 지프를 타고 2시간 정도 산을 올라, 고도 1400M 지점 부터 본격적인 트레킹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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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던 중, 처음으로 먹게 된 점심입니다.
혹시 가시는 분들은 이 사진을 잘 보아두세요. 롯지(네팔 산중의 숙소를 롯지라고 합니다)에서 가장 먹을만한 음식이었습니다.
이름하여 채소 달걀 볶음밥입니다!

350루피 정도로, 한화로 계산하면 3500원 정도입니다. 맛은 나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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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멀쩡해 보이지요?
말로만 듣고 글로만 보던 히말라야 트레킹 3시간도 채 안되어 집어치우고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지만 쉬면 또 괜찮고. 다시 걸으면 또 힘들고. 무한 반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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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묵게 된 뉴브릿지 숙소입니다.
안쪽에도 방이 있지만 이곳에서 머물기로 했지요.

이곳에서의 트레킹은 매일매일이 지리산 종주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ㅎㅎㅎㅎ
오늘은 첫날이라 가볍게 4시간 정도만 산을 타고 일정을 마무리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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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는 이렇게 생겼어요. 저기 침대에 제 한복 보따리들이 보이네요

낮에는 여름옷을 입었지만, 밤이 되자 급속도로 기온이 떨어집니다. 따뜻하게 겨울옷을 입어줍니다.
누비 저고리를 주섬주섬..

밤이 되어 밖에 나가보자 하늘에는 은하수가 보이고, 난생처음 보는 별들이 번쩍번쩍합니다!!!!!!!!!  
정말 그 광경은 사진으로는 담아올 수 없었고 제 눈에만 있습니다...하아.. 그 장면 다들 꼭 보셨으면 합니다.
별똥별도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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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 2일차입니다.
면저고리에, 등산바지,
그리고 위에는 포 형식의 린넨한복입니다.
나름 멀쩡해보이지만
쉴때만 그렇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
멋진 포즈 잡으려고 저렇게 서 있는게 아니라...
원래 얼굴 표정은 활짝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 웃고 있는 것이 아니라
너무 힘들다 보니 얼굴 근육이 풀어져서 그렇게 보이는 거였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날은 무지막지한 계단을 올라(죽음의 촘롱 계단....ㄷㄷㄷㄷ) 제 한계를 시험했습니다.
네..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으신 분들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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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점심시간!!!!!
다른 영어는 못해도 이젠 "Let's take a rest!!!라는 표현은 정확히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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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째 트레킹은 6~7시간 정도 진행되었습니다.
뉴브릿지숙소에서 촘롱을 지나 시누와 지역까지 올랐지요.
정말 극악이었어요. 계단은 정말 많고, 돌들과 개울과 자갈밭을 넘고 넘어...
드디어 오늘의 숙소인 어퍼 시누와입니다.

이렇게 앉아 있으니 아까 사투를 벌였던 시간들이 꿈같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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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보았던 멋진 노을!! 함께 감상하시죠!+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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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째 트레킹입니다.
이 날은 시누와 지역에서 데우랄리까지가 목표입니다.
면저고리에 면치마를 입었어요.

모자가 눈에 띄시지요? 무조건 챙 넓은 모자를 쓰라고, 사람들이 그러기에 인터넷을 뒤져서 찾아낸 모자입니다.
나름 유럽풍 느낌이 나는군요 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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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많이 험하다 보니, 등산화 끈이 자꾸 헐거워집니다.
끈이 헐거워지면 발목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자주자주 조여매 주어야 해요.

혹 가시는 분들은 스틱을 꼬옥 챙기세요. 스틱이 정말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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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우랄리 롯지에 도착했지요.
새로운 장소를 느낄 새도 없이,
저 산 너머 엄청난 안개가 다가옵니다. 비구름이었어요!!

이윽고 비가 엄청나게 쏟아졌지요.
다음날까지 비가 오면 어떡하나.... 걱정 걱정을 했지만,
함께 갔던 가이드와 롯지의 다른 포터분들이 걱정말라고 얘기를 해줍니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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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4일째) 출발을 못했어요!!!!!  비가 엄청나게 와서!!!!!!!
비가 너무 내려서 신발이고 뭐고 다 젖을 것 같던데, 출발을 할 수가 없었지요.
오가는 트레커들이 있었지만 정말 머리에서 발끝까지 다 젖으셨더라구요. 엄두가 안나서.. 하루는 그냥 이곳에서 머물기로 합니다.

그래서 뭐했냐구요?
그냥 다른 트레커들과 놀았습니다 ㅎㅎㅎㅎ
제 아얌 씌워주기~~~~  모자 바꿔쓰기 놀이하면서요!

참, 가시는 분들 포카를 할 수 있는 카드를 꼭 챙겨가세요!!!!  다른 트레커들과 친해질수도 있고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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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박7일로 예정되었던 일정이,
비때문에 하루를 지체하게 되면서 5박 6일로 확 줄어버렸습니다.
그래서 무지 서둘러야 했지요...

나중에 알고 보니 아래쪽에는 엄청난 비가 내렸고, 윗쪽에서는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고 하더군요.
그때문에 다른 라운딩 코스에서는 산사태가 일어나 많은 분들이 목숨을 잃으시고 실종되셨습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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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 5일차,
데우랄리에서 마차푸차레 캠프(mbc)를 지나 안나푸르나까지 가는 길은,
별로 험하지는 않았지만 고도가 한꺼번에 높아지면서 매우 힘들었어요.

고산병은 실제로 산을 올라봐야, 오는지 안오는지 알수 있다는데, 저는 정통까지는 아니고 살짝 비껴서 온 정도!!
확실히 산소가 희박해지는 것을 몸으로 느끼면서 한걸음 한걸음 어렵게 어렵게 이동했습니다.
머리가 아프고 속이 안좋아지고, 가슴이 두근두근 뜁니다!!!!!!!

이제까지 힘들었던 것보다, 몇배가 더 힘들었고, 이대로 있다간 죽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정말로 죽을 정도는 아니었으므로 힘들지만 발걸음을 떼어 봅니다.
이제 고지가 바로 앞이었거든요 ㅠㅠ

그래도 거의 기다시피 해서 목표한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abc)까지 오르는데 성공합니다!!!!!!(고도 4130미터)

정말, 사진에서는 멀쩡해 보이죠??
저 이 롯지에 도착하고 난 직후에, 눈물을 펑펑 흘렸습니다. 제가 해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서 말이지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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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의 뷰는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아래에서 하루를 허비했지만, 그때문에 맑게 개어서, 모든 산의 모습을 다 볼 수 있었고
구름마저 최고였어요.
어떻게 사진을 찍어도 그야말로 그림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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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지로 다시 내려오니 다른 숙소에서 만났던 트레커들을 다시 만났습니다.
오르는 속도가 비슷하다 보니 계속 만났던 사람 또 만나고 또 만나지요.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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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고산병 예방약이라는 다이아막스도 먹고 했는데,
몸상태는 썩 좋지 않았어요. 그래도 애써 참아봅니다. 만약 정말 참아볼 정도가 아니었다면 하산을 했어야 했겠지요.

이곳에서 한국인: 네팔인이 오목(비슷한 게임이에요) 대전을 했습니다!!!!!
공정하게 시합하자는 의미에서 함께 사진을 찍었어요.

누가 이겼을까요???
제가 이겼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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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날 아침 일찍 일출을 보러 abc 윗쪽의 언덕을 올랐습니다.
이곳에서 영면하고 계신 한국인 산악인 분의 추모비를 보고 잠시 애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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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하산길입니다.
어디서 봤던 한복이라구요? 네 앞서 입었던 한복입니다.
이곳은 그렇게 습하지 않아서 땀이 마르면 또 입고 또입고 할 수 있었어요.
더럽다구요??  이곳은 더러움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곳이에요...ㅋㅋㅋㅋㅋㅋㅋㅋ

올라갈때는 스틱을 탁탁 짚고 올라가니 어깨죽지가 아팠지요.
내려갈때는 무릎에 통증이 상당합니다. 그래서 무릎 보호대까지...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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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 하산 후, 포카라의 한 공원에서 운좋게도!!!  결혼식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곳 분들은 참 다정하고, 따뜻하십니다.

제 이마에 티카도 올려주시고(빨간 점) 행운을 빌어줍니다. 정말 좋은 분들이세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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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네팔 한복여행도 끝이 났습니다.
한복을 입고 산까지 오를줄은 몰랐다는 주변 분들의 반응이 참 재밌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이 여행기를 보시니까, 어떠신가요?
꽤 편해보이지 않나요? 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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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옷, 우리가 입어야지요!!!!

한복이 가지는 깃, 고름, 동정...  이러한 틀 안에서 저는 나름대로 여러 옷감의 한복을 만들어 입어보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오늘부터 여러분께 딱 어울리는 우리의 옷을 한벌 지어 입어보심은 어떨까요?

긴 글, 보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출처) http://todayhumor.com/?bestofbest_1867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