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주기 추모 기간인 요즘 경찰의 최대 임무 중 하나인 ‘청와대행 틀어막기’로 인한 피해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16일 광화문 광장으로 추모행진을 하려던 유가족들이 광장 주변 통제로 인해 돌아가려다 광화문 누각 아래에서 고립된 이후부터 2박3일 동안 경복궁역 인근을 비롯한 청와대로 가는 길목들은 철통 경비 속에서 통제됐다.
배화여고 3학년 이모(19)양은 유가족들의 광화문 누각 농성 이틀째인 지난 17일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경찰에 가로막혀 무려 두 시간 넘게 거리를 헤맸다. 방패를 들이밀며 통행을 저지하는 경찰의 행동에는 위협감을 느꼈다고 했다.

17일은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이 시청광장에서 촛불로 초대형 ‘세월호’ 형상을 만든 날이었다. 당시 행사는 밤 10시께 아무런 충돌 없이 평화롭게 끝난 상황이었다.이날 밤 11시께 야자를 마친 이양은 2호선을 타는 친구를 데려다주기 위해 시청역으로 갔으나 길을 막고 있는 경찰들로 인해 세차례나 통행을 저지당했다. 우여곡절 끝에 친구를 데려다준 이양은 경찰 버스들로 주요 도로가 통제돼 있어 자신의 집이 있는 경복궁역 인근까지 걸어서 이동해야 했다.

자정쯤 시청역을 출발한 이양은 덕수궁 골목을 통해 곧바로 올라가려고 했으나 “그쪽으로 가면 막혀 있다”는 경찰의 말에 ‘경향신문’사와 서울역사박물관을 지나 한참을 돌아갔다. 그렇게 새벽 1시쯤 경복궁역 인근에 도착했지만 경찰이 또다시 길을 가로막았다. 이양은 “경찰은 아무 말도 없이 ‘협조를 해달라’며 방패를 들이밀었다”면서 “‘집 주소를 확인해야 보내준다’고 했지만, 신분증을 갖고 있지 않았다. 당시 나를 포함해 5명 정도가 20여명 넘는 경찰에 둘러싸여 지나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20여분 간의 실랑이 끝에 이양은 겨우 ‘경찰벽’을 뚫을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1시 30분. 그는 야자를 마치고 무려 2시간 30여분 간의 사투 끝에 가족의 품에 안길 수 있었다. 이양은 “집에 가려는 길을 왜 그렇게 막는지 솔직히 이해하기 어려웠고, 방패를 들이밀 때는 무섭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는 “막고 있는 경찰들이 문제라기보다는 방패를 들고 막으라고 지시하는 분들이 더 문제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지난 18일 세월호 1주기 범국민대회에 참석한 이후 광화문 광장으로 이동하려던 구모(38)씨는 경복궁역 6번 출구로 나가려다가 경찰에 고립됐다. 길을 가로막은 경찰은 처음 그가 들고 있던 낚싯대를 가리키며 “위험한 물건”이라며 빼앗으려 했고, 구씨는 “왜 남의 물건에 손을 대느냐”고 항의했다. 구씨는 “단순한 이동조차 못 하게 막길래 ‘무슨 근거로 길을 막느냐’, ‘소속과 이름이 어떻게 되느냐’, ‘이렇게 막는 규정을 이야기해보라’고 따졌지만 그 이후로 경찰은 아무런 말 없이 길을 막고만 서 있었다. 결국 힘으로는 당해낼 수 없어 종로 3가로 이동해 5호선으로 갈아타고 광화문 광장으로 갔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가는 길이 막혀서 화가 나는 것보다는 시민으로서 자유롭게 이동할 당연한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생각하니 모욕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노란리본’을 달았다는 이유로 검문검색을 당한 사례도 있다. 지난 18일 밤 고등학생 임모군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오늘 내 셔츠에 있었던 노란리본 배지 하나 때문에 안국역에 있던 경찰들한테 신분증 검사에 소지품 검사를 받고, 오늘 내 일정까지 전부 설명해줬다”고 밝혔다.

임군은 “처음에 뒤에서 붙잡길래 ‘왜 그러냐’고 하니 옷에 노란리본 때문에 잡았다고 하더라. 그리고는 자기 상관을 부르더니 3~4명이 더 와서는 나를 둘러싸고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그거(노란리본) 떼고 다니는 게 어떻겠냐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나 혼자 조용히 추모하겠다고 내 옷에 내가 단 배지에 왜 참견하고 못하게 하는지 이해도 안 되고, 이런 지시를 내린 윗사람들도 이해가 안 된다”며 “노란리본 달고 있으면 잠재적 범죄자라도 되는 것인지. 자꾸 생각나고 짜증이 난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러니 견찰 소리를 듣지"..
경찰, '노란리본 배지 달았다'고 자습가던 고교생 불심 검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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