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률 사실상 23%… 취직자 32%는 비정규직… 인턴, 정규직 전환은 63%뿐"저는 스물아홉살 비정규직입니다."청년실업 해결하겠다는 정책이 저같은 비정규직만 만들었네요.

올해 스물아홉이 됩니다. 대학교 4학년, 9~10학기(졸업유예), 취업 재수라는 오늘날 청년들의 코스를 거쳐 올해 초 드디어 취업을 했습니다.요즘 대학생들은 누구나 취업에 목을 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부모님이 부자가 아닌 이상 대학 4년간의 학자금과 서울 지역의 높은 월세를 감당하다 보면 빚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고, 이 빚을 스스로 갚기 위해서는 취업이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그래서 취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비정규직입니다. 비정규직 취직은 어찌 보면 당연할 겁니다. 청년실업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정부에서 내놓은 정책은 청년인턴제입니다.

그런데 중소기업 대상 청년인턴제를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62.9%에 그치고 정규직 전환 후 고용유지율도 59.4%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10명 중 4명은 인턴으로 채용된 이후 파견, 그리고 계약직으로 총 4년을 근무하고도 정규직이 되지 못한 채 그만두고 있다는 겁니다.아시다시피 정부가 발표한 지난 3월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공식적으로 10.7%입니다. 이는 3월 실업률로만 치면 관련 통계가 정비된 2000년 이후 가장 높다고 합니다.


이 실업률의 의미는 지난해 하반기 공채를 통해 청년들의 취업이 최대한으로 이뤄졌음에도 청년 10명 중 1명은 여전히 직장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그러나 공식 실업률이 아닌 청년들이 실제 피부로 느끼는 실업률은 더 심각합니다. 40만명이 넘는 구직단념자 등을 포함한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은 지난 2월 기준 22.9%라고 합니다.


우선 공식실업률과 체감실업률의 격차가 2배가 넘는 셈입니다. 10명 중 온전한 취업을 한 청년이 8명이 되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8명 안에 들어 취업 문턱을 넘었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이들 8명 가운데 32%(2014년 8월 기준)는 고용의 질이 낮은 비정규직으로 취업됩니다.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취업을 했으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그럼 비정규직으로 입사를 했다가 최근 고생 끝에 정규직으로 직장을 옮기게 된 제 친구와 비정규직인 저를 비교해보겠습니다.일자리에서 중요한 것은 임금입니다. 저의 월급은 108만2000원(2013년 고용노동부 조사 20~29세 월평균 급여)인 반면 정규직 친구의 첫 월급은 저의 두 배에 가까운 192만4000원입니다. 높은 인사고과를 받아서 매년 5%씩 제 연봉이 인상되고, 친구 연봉은 늘지 않는다고 가정할 경우에도 12년이 지나야 연봉이 비슷해진다는 계산이 나옵니다.여기에다 직장을 오래 다니는 것은 별개 문제입니다. 비정규직인 제가 정규직 친구들처럼 지금의 직장에서 오래 일하는 것이 녹록지 않습니다.

고용부의 지난 8월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규직의 경우 평균 근속기간은 7년1개월 정도인 데 비해 비정규직은 2년6개월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실상을 이야기 하면 비정규직법(지난 2007년 시행된 기간제근로자보호법)으로 소수를 제외하면 비정규직이 2년을 넘게 한 회사에서 일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54.8%의 비정규직, 즉 절반 이상은 1년도 일하지 못하고 직장을 그만두고 있습니다.청년 인구 가운데 절반인 정규직과 나머지 절반인 비정규직 간의 격차는 미래가 되면 더 심각해질 것입니다.이번에도 제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저는 100만원 정도의 월급 가운데 매달 30만원을 학자금대출 상환에 쓰고 있습니다.

또 지방 출신이다 보니 원룸 월세가 40만원씩 나가고 있습니다. 매달 고정적으로 70만원이 나가다 보니 적금이나 펀드 등 돈을 모을 궁리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정규직 친구의 경우 저와 비슷한 수준으로 학자금을 상환하고 월세를 내고 있지만 매달 100만원에 가까운 돈을 저금할 수 있겠죠.학자금을 상환하는 3년 동안 한 푼도 모으지 못하는 비정규직인 저와 3년 동안 3600만원의 종잣돈을 마련한 정규직 친구의 미래 자산 격차는 상상이 안될 정도로 클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학 졸업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이미 정규직 친구를 만나면 관심거리가 서로 달라 대화가 단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불리는 청년 가운데 절반은 사회에 진출하자마자 사실상 미래가 없는 거 아닌가요. 그냥 하루하루 버티기에만 바쁜 오늘만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까지 취업하지 못한 친구들보다는 제가 나은 건가요.

판단이 안 서네요.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