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업 게임 기획자입니다. 예전부터 나돌아다니던 그림이였는데 요즘 다시 올라오네요 ㅋ

저 그림을 보면서 공감도 가고 한편으로 씁쓸하기도 합니다. 
텍스트량이 많더라도 게임이 관심이 있으시다면 시간 나실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개발자는 코딩만한다.
- 네 맞습니다. 10년 가까이 일하면서 개발자는 의견을 내지 않습니다. 어차피 의견 내봤자 안먹히거든요
누구한테? 기획자한테요

2. 기획자는 왜 의견을 무시할까
- 게임 종사자가 아닌 경우 대부분 게임은 기획자가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아니에요...
기획자는 단순히 위에서 시키는 게임을 기획서로 작성해주는 서기 일뿐입니다.
개발자가 의견 내도 서기가 뭘 하겠어요? 위에서 시키는대로 해야지. 기획자도 단순히 월급쟁이에요

3. 왜 이런 거지같은 별모으기 게임만 나올까
- 사업팀과 대표이사, 그리고 각 부서간의 정치질로 인해서 나옵니다.
첫번째는 개발팀에서 우리 이런 게임 만들거야 라고 나오지 않습니다.
보통 사업팀과 대표 이사 간의 의견 조율을 통해 게임 장르와 컨셉이 결정됩니다.

사업팀 - '요즘 이게 돈 잘벌린데'
대표 - '오 그거 좋다 그거 만들자'

요즘 인기 있는 별모으기 + RPG를 만들자고 결론을 내리고 개발팀으로 전달합니다.

자 그럼 개발팀은 ㅅㅂ 또 별모으기 라고하면서 제안서를 작성합니다.
제안서를 작성하는 이유는 2가지인데 회사가 돈이 없어서 투자를 받아야하거나 또는 퍼블리셔를 구하기 위해 작성합니다.

여기서 개발팀이 가장 많이 쓰는 단어가 있어요
익숙함, 검증된 이라는 단어입니다. 
'검증된 컨텐츠와 익숙한 시스템을 가지고 새로움을 맛보게 하겠다'

개소리죠

검증된 컨텐츠 = 별모으기
익숙한 시스템 = 가챠 시스템
새로움 = 잘 나가는 게임 말고 다른 게임에서 1개 더 배껴오기

한 예로.. 요즘 별모으기 RPG가 잘 나가니 여기에 시스템 1개 더 붙이자 뭘로할까 커스터마이징 붙이자
아 근데 너무 흔해 그럼 우린 네일 아트까지 하는거야
이런 식이에요


자 이제 개발팀이 제안서를 작성했으니 사업팀으로 넘어갑니다.
사업팀은 제안서를 보고 질문을 합니다.
이 게임의 '엣지'는 뭔가요?

이런 시부랄 그놈의 엣지
지들이 이거 하자고 해놓고서 엣지 타령

사업팀도 이해는 가요
엣지가 없으면 다른 회사 또는 제안을 할때 다른 게임과 차별성이 없으니 내세우기가 힘들고
두번째는 엣지를 우리가 넣어서 사업팀도 이 게임에 일조를 했다 라고 정치질을 하기 위해서죠

말도 안되는 엣지 시스템 (네일 아트)를 넣고 개발을 합니다.

여기서부터 정치질의 시작입니다.
사업팀은 계속 유료화 유료화 유료화 유료화 BM을 얘기하면서 이상한 시스템을 넣자고 합니다.
개발팀은 가뜩이나 게임 개판인데 안된다고 합니다.

이 상태를 지속하다가 개발팀은 어쩔 수 없이 사업팀의 의견 일부만 수용합니다.
개발팀보다는 사업팀이 대표 이사랑 친하거든요 ㅋ
이제 게임을 오픈하고 망했습니다.

사업팀 : 거봐 내 말 안들어서 이런거임
개발팀 : 뭔 개소리임 니네가 말한거 해줬잖아
사업팀 : 뭔 소리야 100개 말했는데 99개 해주더라도 100개 다 안해주니 시스템이 엉망이지


이런 식이에요

기획자는요...위에서 이상한 시스템을 가지고 오면 그걸 최대한 말이 되게끔 기획서를 작성하는거고
개발자는 그 이상한 기획서를 들고 개발을 합니다... 최적화는 당연히 포함이구요..
원화가는 그냥 그림만 그려요. 게임이고 뭐고 별로 상관 안하고 본인 일 끝나면 바로 퇴근합니다..



여기서 제일 웃긴 상황은 대표 이사에요
오늘 꿈을 꾸었는데 뭔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있어요
이 아이디어를 게임에 넣으면 게임이 대박날것 같아요
개발팀에 빡빡 우겨서 넣습니다.

성공하면 대표 이사의 능력
실패하면 개발팀의 무능력

근데 어느 회사이든 대표 이사는 다 똑같아요 ㅋ
게임으로 안보고 사업 아이템으로만 봅니다 ㅋ
근데 그게 나쁜건 아니에요.. 종특이에요..

또 하나의 종특은 본인은 게임에 관여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제일 커요..


우리나라는 각 부서간의 정치질로 인해서 제대로 된 게임 만들기 어려워요

왜 우리나라는 해외처럼 성공하고 뭔가 획기적인 게임이 없을까? 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단적인 예로 하나만 드리고 마무리하겠습니다.

트럭을 몰고 배달하는 게임이에요. 과금은 딱히 없고 배달해서 번 돈으로 트럭 업그레이드해요
일반 레이싱 게임처럼 스피드감이 있지는 않아요. 현실과 비슷하게 만들거에요!

여러분이 대표라면 이 게임에 투자를 하실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