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와 경향이 문재인을 혐오하는 이유

정확히는 친노다. 친노로 대표되는 비주류 민주화 진영이다. 김영삼이 3당 합당으로 군부독재세력에 투항하면서 갈 곳을 잃은 나머지들이다.

한국 민주화의 가장 중요한 두 기둥은 당연히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제도권 야당과 주로 서울에서 활동하던 대학생들의 학생운동이었었다. 거의 대부분의 민주화 인사들은 따라서 이 둘 중 어느 한 곳에는 속하거나 혹은 닿아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이 가운데 전자인 제도권 정치인들로는 김대중과 김영삼이 있었다. 3당 합당으로 김영삼이 투항해 버렸으니 남은 것은 김대중의 동교동계 뿐이었다. 지금 상도동계 인사들이 어디에 있는가를 보라.


‘친노’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다

언론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한겨레나 경향이나 오마이나 결국 그 주류는 대학 시절 학생운동을 했거나 그쪽 진영과 크든 작든 연관을 맺어온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았다. 특히 오랫동안 언론인으로 행세해 오면서 자연스럽게 제도권과도 교류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면 그들이 누구이겠는가. 차라리 아예 아무 계파도 만들지 않았으면 모를까, 엄연히 과거 제1야당에는 김대중의 직계인 동교동계와 학생운동과 재야 출신이 모인 민평련이라는 계파가 존재하고 있었다. 당연히 친노는 이 가운데 어디도 속하지 않았다.

실제 열린우리당 시절에도 친노는 소수였다.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정치권으로 발을 딛는 경우 오히려 친노보다는 동교동이나 정동영이거나 아니면 김근태였다. 특히 재야에서 지분이 컸던 김근태 주위로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들은 항상 친노들과 긴장 관계를 이루고 있었다. 친노가 득세하면 이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과연 과거 민주화 진영과 크고 작은 관계를 맺어온 진보언론에서 이에 대해 어떻게 여기게 되었을까.

국민의당이 민주당, 그중에서도 특히 문재인을 싫어하는 이유와 같다. 원래 동교동계의 것이었다. 원래 민평련이 그 자리를 차지했어야 했다. 친노에게는 배후가 없다. 배경이 될만한 지역 기반도 인적기반도 없다. 운동권이면 민평련이고 호남이면 동교동이다. 그러면 당연하게 제1야당도 둘 중 하나가 차지해야 하는 것이다. 대통령도 둘 중 하나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김민석이 그래서 ‘김민새’가 되었다. 굴러들어온 돌인 노무현에게 대통령 자리를 넘겨주지 않겠다.

아직까지도 한겨레와 경향 등이 ‘문재인 끌어내리기’에 골몰하는 이유다. 그 속내를 뻔히 알면서도 국민의당과 박지원의 편을 드는 이유다. 박지원의 뒤에는 호남과 김대중이 있다. 김근태 사후 민평련계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지며 학생운동진영은 손학규를 중심으로 흩어지고 말았다.

누가 우리의 편이며, 누구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하는가? 같은 야권이 아니다. 같은 민주화 진영이 아니다. 지극히 정파적인 당위이며 선택이다.


그들의 엘리트의식과 학벌주의

잠깐 진보 쪽 사람들과 어울렸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들의 엘리트 의식과 학벌주의는 오히려 보수 기득권보다 더 완고하고 정파적이며, 파벌적인 인식과 행위를 지극히 당연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자기와 인연이 닿아 있으면 옳다. 똑똑해서 그마저도 합리화할 수 있다는 점이 무서울 정도다. 내가 진보지식인들을 그다지 인정하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 진보 쪽 인사들이 친노를 얼마나 극렬히 혐오했던가. 새누리당보다 더 혐오하고 증오했다. 학생운동진영인 민평련 역시 다르지 않았다. 동교동계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래서 문재인도 기존의 인재풀을 벗어나 새로운 인재풀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의외라 할 수 있는 문재인의 영입인사들은 그런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요직에 있지 않았다면 친노로 분류할 만한 인재풀이 문재인에게는 없었다. 그나마 야권이 두드려 볼 수 있는 인사들은 하나같이 기존의 다른 계파들과 관계가 있었다. 덕분에 민주당이 지금처럼 강해졌으니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랄까.

한겨레나 경향의 일부 기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야당이 승리하는 것이 아니다. 군부독재세력을 상대해 승리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계파들이 야권의 주도권을 잡고서 이끌어가는 것이다. 나머지는 그다음이다. 정의당의 목표가 집권이 아닌 것과 같다.

정파적인 것이다. 자신의 정파의 이해에 충실한 것이다. 탄핵보다 반문과 반민주가 먼저다. 씁쓸한 실상이다.




생각해보면 10년 전 장도리는 이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