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8/read/30608874

이게 제 첫번째 촛불집회 참가 정리글이고

 

http://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8/read/30645428

이게 제 두번째 촛불집회 참가 정리글입니다.

그 후 한 번 더 참가했었는데, 따로 글은 올리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삼일절 휴일...

남자들은 일본 야동 같은거나 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도 '아, 오늘은 좀 그렇지...' 싶은 날이겠죠.

 

휴일에 이래저래 딩굴다가 문득 드는 생각이

'가만, 그럼 이제 탄핵 판결 전에 촛불 집회 참가할 수 있는 기회도 이젠 거의 없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다음 생각해 봅니다.

'그럼, 내 생애에 이런 일에 참가할 기회가 또 올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거기 자답을 한 결과, 저는 귀찮은 몸을 들어 올려서 주섬주섬 챙기게 되었습니다.

광화문까지는 출발해서 최소한 2시간, 보통은 3시간도 잡아야 하는 경기도 구석에

사는 몸이다만, 더 귀찮게 한게 바로... 오늘 내린 비였습니다.

추룩추룩 내리는 비를 맞으며 더 우중충한 기분이 들더군요.

 

6시 30분 경에야 광화문에 도착하니, 거의 분위기가 파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하긴 5시에 시작했다는군요. 광화문 역에서 이동할 때는 글쎄...

소위 '태극기 집회참가 한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더군요.

그 사람들은 시청역을 주로 이용해서 그런가 싶었습니다.

 








(지도는 과거 집회 사진을 이용했습니다.)

 

가 보니까 경찰들과 차벽에 막혀서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알기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마침 안에 있는 집회 참가자들이 행진을 하기 시작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그 행진하는 대오에 참가하기 위해서 죽 앞으로 가면서 행진하는 사람들과 합류해 들어갈 길을 찾았습니다.









와우... 좀처럼 막혀서 안으로 진입할 수가 없었습니다.

경찰버스 저렇게 세우는데 무슨 생활의 달인 - 주차편

의 명인이라도 데려왔나 싶을 정도로 기가 막히게 주차해 놨더군요.







버스장벽은 여기서 끝이었는데, 문제는 그 빈자리는 의경들(딱 봐도 20대 초반)로 채워넣고

통행을 막고 있더군요.  그래서 물어봤습니다.

"저기.. 이 길 막혔나요? 경복궁 쪽 반대편으로 가고 싶은데 길 없나요?"

그러니 안에 골목으로 들어가라고 하더군요. (이 장면은 동영상으로 찍어 놨습니다)

그래서 골목으로 들어가서 시위대 쪽에 합류하려고 했습니다.












안 쪽에 골목길을 들어가는데... 골목길도 길목마다 의경들이 막아서 진입을 못하게 하더군요.

그리고 시위대도 밖으로 못나오게 막고요.

골목을 통해서 갈 수 있긴... 개뿔이.

할 수 없이 돌아갔습니다.

촛불 시위 하시는 분들과 같이 어울려서 구호도 외치고 머릿수 하나 채워 주고 싶었는데,

그 마저도 어렵더군요.

혹시나 해서 경복궁역 5번 출구(이곳만 따로 출구입니다.)를 통해서 차벽 내부로 진입하려고 했더니...



에휴... 이런건 진짜 철두철미하군요.

건물벽 + 경찰차벽 + 경찰사람벽 으로 시위대 동선을 모두 꽁꽁묶고, 그 외의 사람 드나들 수 있는 곳은 미리 다 막아놨더군요.








차벽사이로만 볼 수 있는 민주주의라니...








어라? 시간이 꾀 흐르니 차벽 사이에 사람들이 드나드는게 보이더군요.

사람 한 명 지나갈 간격이었습니다.

그래도 여기 왔는데, 시위대에 어울리고 가야죠.

 









행진 대열은 거의 다 이동하고, 남은 자리에는 아직 시민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저기서 볼 수있는 사람들 중에서 중장년의 비중이 컸습니다.

단순히 오늘 서울 도심에서 태극기 들고 있는 노인이라고 해서

'그들'이라고 섯불리 판단해서는 안될 겁니다. 

현장에서 직접 본 박근혜 탄핵 촛불 집회는 

과거 다른 그 어떤 정부 비판적인 촛불 집회들보다 노인비율이 높았습니다.

백발이 성성하신 분들이 삼삼오오 어울려 다니면서 '박근혜는 물러가라' '황교안도 물러가라'

외치시는데... 그런 분들 비율이 세 명 중에 하나는 되어 보일 정도였습니다.

넷상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어르신'들은 많았습니다.




가다가 광장 옆에 웬 트럭앞에 사람들이 모여있어서 가 봤더니, 헐?

아니, 저 분은 깔대기 봉도사님 아니신가?

어라? 그 옆에 청문회의 우병우 물먹이던 우째쓰까 김경진 의원님까지 있더군요.

ㅎㅎ 감옥가서 나오시고 오히려 더 정력적으로 일하네여.

나꼼수 멤버들 재결합해도 괜찮을 거 같은데 말입니다.




경찰산성 때문에 매우 짧은 시간 밖에 참가하지 못했지만

어쩌면 제 평생 마지막 탄핵 촉구 촛불집회가 될 지도 모르는 집회를 참가하고 왔습니다.

다음 촛불 집회 참가할 일이 생긴다면 그건 탄핵 경축 집회가 되어야겠죠.

 

2016년 겨울과 2017년 봄 사이의 광장에 저는 네 번의 족적을 남기게 됩니다.

먼 훗날 이 사건이 우리나라 역사의 가장 다이나믹한 순간 중 하나로 회자 될 때 즈음 되면 

저는 다음 세대들에게 어떤 증언을 할 지 곰곰히 정리해 보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