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간잽이'로 알려진 국민의당 전 대표 안철수의 정치 인생 4년은

그 드높은(?) 위명에 걸맞게 신중한 성향이 강했습니다.

아주 명백한 사안(ex. 최순실 게이트, 개헌)이 아니라면 적극적으로 치고나가지 않는 타입으로

딱히 눈에 띄는 업적도 없고, 동시에 이렇다할 흠이나 실책도 남기지 않았죠.


허나 이런 안철수에게도 중요 흠결로 지목되는 부분이 있으니 바로 노조에 대한 발언입니다.

'노조가 생긴다면 회사를 접겠다.'

안랩의 CEO로 재직 당시 남겼다는 이 발언은 친서민적 행보를 이어가던 그의 진정성에 큰 타격을 주었고,

진보진영에 있어 이단의 낙인이나 다름없는 '반노동'이라는 뗄 수 없는 딱지를 안겨줬습니다.


여기에 경영자 출신이라는 경력까지 작용해 2015년 이후 안철수의 이미지는 '친기득권'으로 굳어졌으며

조기 대선을 앞두고 있는 지금도 '노조를 부정하는 자가 재벌적폐를 청산할 수 있겠느냐'며

아예 선택지에도 올려두지 않는 유권자가 결코 적지 않습니다.


허나 이 사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안 전 대표의 해당 발언에 대한 명확한 소스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안철수의 노조 발언을 최초로 기사화해 보도한 것은 미디어오늘입니다.

미디어오늘은 2014년 3월 다음과 같은 기사를 통해 해당 사연을 소개했습니다.



보시다시피 출처가 무려 블로그입니다.

사실 이 안건은 지금도 정치 블로거로 활동중인 딴지일보 정치부장 '물뚝심송'이 제기한 의혹으로

물뚝심송 -> 딴지일보 -> 미디어오늘 테크를 통해 언론에 노출되었습니다.

일개 블로거 1인의 증언이 엄청난 파란을 몰고 온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 물뚝심송이 남다른 신뢰성을 지닌 인물인가 하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딴지 최대의 흑역사라 할 수 있는 2010년 삼성 휴대폰 폭발 조작사건 당시

(휴대폰을 전자레인지에 돌린 뒤 폭발했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한 사건)

자칭 '피해자'의 글을 대필해주고 끝까지 두둔했던 인물이 바로 물뚝심송입니다.


아울러 제작년에는



이런 논평을 작성해 조그마한 파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이게 인지도가 없어서 작은 해프닝으로 끝났지

이름 좀 알려진 사람이었으면 진중권처럼 족히 1년은 자숙해야했을 수준의 망언이었습니다.

우리 편(?)이다 싶으면 일단 무조건 두둔하고 실드를 전개하는,

우리가 지난 2년간 아주 질리도록 보아온 구좌파의 전형이라 할 수 있지요.


뭐 애초에 이런 사람입니다만 안철수의 노조발언은 물뚝심송치고도 정도가 지나치다 싶었는지

같은 딴지일보 집필진인 '무천'이 그의 주장에 대해 장문의 비판을 가했습니다.



보시다시피 딴지일보도, 물뚝심송 본인도 팩트체크에 대해 노코멘트로 일관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원문은 http://www.ddanzi.com/mucheon/79019764 에서 확인 가능)

결국 본인들에게 해당 발언이 실제로 있었다는 근거가 없음을 사실상 입증해보인 셈입니다.

그야말로 교과서적인 선.날.승의 사례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한편 미디어오늘 또한 이런 근거도 근본도 없는 내용을 버젓이 기사로 작성한 주제에

'안철수가 힘없는 진보언론사를 짓밟으려 든다'며 전형적인 피해자 코스프레 행태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일찍이 한경오프의 메갈리아 보도를 통해 진보언론의 타락의 깊이를 체감한 바 있습니다.

이념으로 심판하고 단죄하려 드는 그들의 오만은 안철수 사건에서도 유감없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대선까지 앞으로 약 6주.

나 자신에게 있어 합당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이곳저곳에 자리잡고 있는 진영론자들의 사기 및 선동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