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짜리 애니메이션이 쥐도 새도 모르게 개봉되는 이유

위와 같은 류의 특집 뉴스들을 보고 있으면 참 답답한 생각이 드는 것은
기획은 한국 애니메이션의 현황을 진단해 보겠다는 것이지만,


결국엔 하나의 '단면' 만을 잠시 건드려보다 끝난다는 것인데..

더 큰 문제는..

그 단면 조차도 번지수를 잘못 찾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집의 테마를 '할리우드'로 잡았다면,
현재 한국에서 할리우드를 따라갈려고 만드는 작품들을 예로 들어야지


극단적으로 사이즈가 다른 작품만 예를 들어서 이야기를 풀어가시니..


한국 애니메이션이라는 '전체 집합' 안에서..

지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짚어내지를 못하고 있기 때문 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안타까운 마음에 언론에서 전혀 찾아내지를 못하시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또 다른 '단면'들을 어쩔 수 없이 제 입으로 말씀 드릴까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인, 2003년 여름 <원더풀 데이즈>가 개봉되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한국 애니메이션의 '재앙'이라고 불렀습니다.


실제로 이 작품은..


당시 기준으로 순제작비 81억원이 투입되었고
P&A 비용 19억원이 집행되어..


한국 극장용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로 총제작비 100억원을 찍어주신
국내 기준에서(아니 이웃 일본의 기준에서도) 분명한 초대작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그런데 100억씩 들여서 만든 작품의 관객동원수가 겨우 22만명 이었으니..
분명히 폭망한 애니이고, 재앙이었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적어도 <원더풀 데이즈>는 저 처참한 스코어를 많은 사람들이 상기(!)했고
그것은 일종의 경각심으로 업계에 전파 되어 재기의 전기를 만들게 됩니다.



실제로 오성윤 감독님이 허리 띠를 바짝 졸라매고
제작비 31억원에 <마당을 나온 암탉>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원더풀 재앙 1년 후인 2004년 부터 였으니까요.




다시는 그런 '시장의 궤멸'을 가져오는 핵폭탄을 만들지 말자며..
많은 선후배 감독, PD들이 헝그리 정신으로 황폐해진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을 다시 개간하는데..

거의 10년여의 세월이 소요된 것입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이 분들의 일구워낸 콘텐츠들이..
현재 한국 애니메이션의 한 '단면'을 채워주고 계십니다.



네, 그렇습니다. '단면' 입니다. 단면에 불과 합니다.


그렇다면 어쩌면 수적으로 더 우세한 또 다른 '단면'에 대해서도..

지금부터 말씀을 드려볼까 합니다.






지난 해 개봉한 한국 애니메이션 중에 <다이노 타임>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 투입된 제작비가 얼마인줄 아십니까?


무려 163억원 입니다.



서두에 링크 걸어 놓은 기사에 따르면,
한국 애니메이션 투자 받기가 그렇게 어렵다고들 아우성인데;;


대체 이 작품은 무슨 재주를 부렸는지..

리딩 인베스트먼트(現 우리 인베스트먼트) 한 곳에서만 무려 49억원을 투자 받았고


나머지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거의 대부분 국내 재무적 투자자(FI)들로 부터 펀딩 받았습니다.


물론 이것은 제작사 토이온의 업력과 비즈니스 네트웍의 힘으로 볼 수 있겠으나

그럼에도 애초에 너무 무모한 기획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성공 사례가 아직 없는 제작사에 저런 거금이 투자되는 것은..

만일 이게 한국 영화의 기준이었으면, 투자 성립 자체가 안되는 구조이기 때문이죠.



결과는?

그럼에도 이 작품은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기는 합니다.


애초부터 제작비 사이즈를 100억원 이상 잡은 의도 자체가 '글로벌 배급'이었고 


당시 기준 심형래 이외엔 뚫은 인물이 없는(뭐 이것도 거의 사기 수준이었지만;;)

북미 메이저 배급 계약(3,000만 달러 규모)을 성사 시키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만,


영화 개봉을 앞두고 배급사(클라리우스)의 대표가 갑자기 돌연사(?)하는 사건이 터지면서..

북미 배급이 무산되었기 때문이죠.



만일 그런 악재가 일어나지 않고 예정대로 진행이 되었다면,
<넛잡> 보다 먼저 북미 박스오피스에 깃발 꽂을 수도 있었을 텐데..


제작사 입장에서 매우 안타까운 일이었을 것이라 생각은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변명이 될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북미 개봉이 무산 되면서 결국 지난해 국내에서 먼저 개봉을 하게 되었는데,
흥행성적이 겨우 28만명 이었습니다.


무려 163억원을 들여 만든 작품이
10년 전에 재앙으로 불리웠던 <원더풀 데이즈> 수준의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친 것입니다.






자, 그런데 제가 문제 재기하고 싶은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다이노 타임>이라는 한국 애니메이션이 있었다는 자체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이유 때문 입니다;;


그래도 <원더풀 데이즈>는 여기저기 까이면서 회자도 되고
국내 애니 업계가 정신 차리도록 역설적으로 기여(?)한 측면이라도 있는데;;


<다이노 타임>은 그런 한국 애니메이션이 있었다는 자체를 아는 이가 거의 없다는 것이..

더 심각한 재앙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북미 배급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불운(?)은 분명 참작의 여지가 있으나 


결과적으로 국내에서 30만 명도 동원하지 못하는 영화적 재미와 완성도로
과연 북미에서 승부를 할 수 있었을까요?





그래도 이 작품은 불굴의 의지로 지난해 6월,
뒤늦게 북미 개봉을 실현 시킵니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된 영화 <쥬라기 월드>에 편승(?)해 흥행성을 올리려고
제목까지 <BACK TO THE JURASSIC>으로 변경해 개봉 했는데..


박스오피스 최종 성적은 흥행수입 4,351 달러 (우리돈 480만원;;)






저는 지금 저 숫자를 비웃기 위해 공개하는 것이 아닙니다.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흥행에는 너무나 많은 변수들이 작용하기에..
모든 작품들은 흥행에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정말 최선을 다했는데도 실패했다면 어쩔 수 없기 때문이죠.



다만 중요한 것은 <원더풀 데이즈>의 경우 처럼

그것이 경각심을 일으켜 업계를 자극시키는 계기라도 되어 준다면

나름의 가치가 생겨나는 것인데..


지금 한번 <다이노 타임>으로 기사를 검색해 보시기 바랍니다.







공적 자금 포함 163억원을 들여 만들어서..

국내에서 관객 28만명 동원하고, 북미에서 흥행수입 480만원을 번..

이 애니메이션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국내 언론 매체를 찾아 볼 수가 없는 것입니다;;


저런 역대급 핵폭탄이 터졌는데 말이죠.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저런 사태를 쉬쉬~하고 넘어가는 가운데..


그로인한 폐해가.. 어쩌면 더 큰 강도로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조짐들이 지금 연달아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8월 10일에 개봉한(그러나 역시 개봉한지도 잘 모르는;;)
대작 한국 애니메이션이 또 있습니다.



디지아트가 순제작비 120억원을 들여서 제작한 <슈퍼 프렌즈>라는 작품입니다.






본래 제목은 <올 모스트 히어로즈>라는 작품으로..

이 애니메이션 역시 투자 유치 당시의 언플들을 읽어보면..

거의 할리우드를 씹어먹을 태세죠;;




http://www.etnews.com/201402120511



하지만 해외 배급이 그렇게 만만할리 없고..
처음엔 글로벌을 외쳤지만.. 완성 후 거의 1년을 기다리다..


결국엔 <다이노 타임>의 사례와 거의 똑같이..
120억원 짜리 내수용 애니메이션이 되어버려;; 제목 바꾸고 국내 개봉한 것인데..



결과는?


관객동원 8만명 입니다;;





120억원에 8만명이라... ㅡㅡ;

이쯤되면 핵폭탄이 아니라, 거의 수소폭탄 수준이 아닐까 싶은데요;;




개인적으로 디지아트의 초기 작품들의 기획 의도는..
나름의 전략이 있었기 때문에 수긍하는 입장 입니다.


디지아트의 첫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었던 <파이 스토리, 2006>는

본래 할리우드에서 B급 시장만을 전문적으로 공략해 영화를 제작해 온 프로듀서
애쉬 R.샤(Ash R. Shah)가 한국에 들어와 진행했던 프로젝트였죠.




마치 픽사의 유명한 두 작품을 섞어 놓은 듯한 제목과 비주얼의 <파이 스토리>.


실제로 북미에선 스스로 기획 컨셉을 '아류작'에 맞추어 제작되는 저예산(?) 애니 시장이 존재한다.


     



B급 시장 이라고는 하지만 북미 기준에서의 B급 시장 규모는 우리나라 시장의 몇 배에 달하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 보면 디즈니나 드림웍스 계열의 메이저 타이틀과의 대결을 피해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로 실속을 취할 수 있는 시장이기도 합니다.


<파이 스토리>는 정확히 그러한 의도에 부합되는 결과물이었고,

제작비도 35억원 수준이었기 때문에 국내 흥행 성적(27만명)이 폭탄 급은 아니었죠.



그런데 이 회사를 대형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가 인수하면서..
폭탄(?) 제조에 들어가시는데..


<파이 스토리>의 2배인 순제작비 70억원을 투입한 <코알라 키드, 2012>가
<파이 스토리> 보다도 저조한 2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실패에도..





또 다시 흥행 참패를 불사하며 120억원 짜리 <슈퍼 프렌즈>를 만들어 주신 것은..

그 용기에 박수를 쳐드려야 할지, 아니면 말렸어야 했을지.. 솔직이 잘 모르겠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다보니..
주변에서 제게 물어 보시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저렇게 연속적인 흥행 참패(100억 이상 넣었는데, 흥행수입 10억도 거두지 못하는;;)를 하는데..
어떻게 회사가 망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것이냐고요?



자, 이 미스테리를 풀기 위해서는..

한국 애니메이션이라는 '전체 집합' 내에 병존하는.. 단면들의 유형을 자세히 살펴 보아야 합니다.





[유형 1한국 시장의 현실을 인지하고 제작되는 애니메이션



 작품명

개봉연도 

순제작비 

 마법천자문 - 대마왕의 부활을 막아라

2010 

20억 원 

 마당을 나온 암탉

2011 

31억 원 

 소중한 날의 꿈

2011 

18억 원 

 파닥파닥

2012 

10억 원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2014 

 7억 원 

 고녀석 맛나겠다 2 - 함께라서 행복해

2015 

30억 원 

 타이밍

2015 

25억 원 

 서울역

2016 

 6억 원 

 카이 - 거울 호수의 전설

2016 

 7억 원 

 달빛궁궐

2016 

18억 원 

 언더독

2017 (예정) 

30억 원 



각양각색의 작품들로 보여지지만, 잘 보시면 가이드라인이 있습니다.

순제작비 30억원이 넘는 작품이 없다는 것입니다.



대개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투심위 자료에 '예상 흥행 스코어'를 적도록 되어 있습니다.


뭐.. 원하는대로 적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ㅋ


그랬다가는 서류 심사에서 탈락하기 때문에
최대한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는 범위의 숫자를 써야 하는데..


그 기준이 대략 100만명 선 입니다.



과거에는 저 숫자도 터무니 없게들 쳐다봤는데..
적어도 현재 기준에서는 도달 사례(마당을 나온 암탉, 점박이 - 한반도의 공룡)가 있기 때문에


잘만 만들면 가능할 수 있겠다고 보는 것이죠.


자, 그럼 관객 100만명을 모았을 때 실제로 얼마를 벌 수 있는지 계산을 한번 해보죠.


극장 흥행수입에서..

세금과 영화진흥기금, 극장비, 배급대행 수수료 등을 공제하고 나면


관객 1인당 평균 3,500원 정도의 객단가가 나옵니다.


여기에 100만 명을 곱하게 되면 약 35억 원 정도가 나오게 되는데..

P&A 비용(배급 및 홍보비)을 약 10억 원 정도 집행했다고 가정하면

최종 수익은 25억원 정도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부가판권(VOD 등) 및 부가사업으로 약 5억원 정도는 보전할 수 있다는 목표치를 대입해


결과적으로 '제작비 30억원 = 관객 100만명'의 등식이 만들어 지는 것이죠.



때문에 제작비를 30억원 이상으로 초과 책정한 작품들의 경우,
관객동원 100만명 이상을 자신 한다는 것인데, 그게 과연 쉬운 일일까요?





[유형 2글로벌 대박의 꿈을 쫒으면서, 수익 모델은 다른 곳(?)에 있는 애니메이션


유형의 제목이 좀 이상해 보일 수도 있는데;;


결국 국내에서 관객 100만명 모으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에.. 유형 2에 속하는 제작사들은 

'좁은 한국 시장이 아니라 넓은 해외 시장이 목표'라는 명분을 내세우게 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아무리 적어도 100억원 이상은 필요하다고 투자자를 설득하게 됩니다.


(게다가 '넛잡'이라는 성공 사례가 실제로 만들어 지면서..
가능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기대치가 만들어지기도 했고요)






하지만 그건 정말 레드로버 처럼 북미 개봉을 성사 시키기 위해서
정말 오랜기간 기획하고 준비한 성과로서 나타나는 것이지..


작품만 잘 만들면 능력있는 해외 배급자께서 친히 작품을 사다가
뿌려주실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환상'이죠.


자, 그럼 '글로벌 공약'을 내걸으셨던 유형 2​의 국내 프로젝트들이..

글로벌 진출이 뜻대로 잘 되지 않는 과정에서

대개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되는지(물론 전부다 그런 것은 절대 아닙니다!!)


한번 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해외 배급을 호언하며 100억원을 일단 투자 받았다는 전제 입니다!



2) 투자 받은 돈으로 초기엔 작품 열심히 만들며,
   제작 기간 동안 해외 견본시에 빠짐없이 참여해 해외 배급업자를 찾으러 다닙니다.



3) 찾아지면 다행인데, 찾아지지가 않고;;
   찾아졌다고 해도 믿을 수 없는 사기꾼 브러커들이 많아;; 결국 포기하고 귀국합니다.



4) 그리고 이때부터 나오는 드립이.. 위에 방송에도 나온 디즈니, 픽사 1,000억 드립 입니다;;

   꼴랑 100억으로 디즈니 1,000억을 어떻게 상대하느냐?
   100억짜리 저예산(?) 애니는 해외에선 쳐다보지도 않더라;;



5) 저런 핑계를 만들어 두고.. 제작사 내부에서는.. 직후 부터 엄청난 긴축에 들어 갑니다.
   (어차피 해외 판로가 없는 상황에서 작품을 고퀄로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내부 인력 감원하고 다 외주로 돌리고;;)


6) 결과적으로 100억 투자 받아서 80억 이하의 돈에 작품이 완성 되어 버립니다;;
   작품이 완성되는 순간, 그 즉시 20억원 이상의 수익이 발생하는 겁니다;;

   (물론 이건 하나의 추정이고.. 끝까지 100억 다써서 만드는 제작사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7) 다만, 그돈 가지고 튈 계획이 아니라면;; 해외 배급은 어렵더라도..
   국내 개봉이라도 추진해야.. 투자자들의 원성을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ㅡ> 지금부터가 정말 중요한 대목 입니다.



8) 극장에 개봉을 해서 흥행을 시키기 위해서는..
   배급 및 홍보에 들어가는 P&A 비용을 써야 하는데..


   현재 국내 극장 시장에서.. "이런 작품이 지금 상영중이니까..
   엄마, 아빠 손잡고 빨리 극장으로 오세요!" 정도를 알리기 위한 최소 홍보 비용이 10억원 정도이고


   흥행에 대한 욕심이 있다면.. 15억원 이상은 써야 합니다.



 역대 한국 애니메이션 흥행 1,2,3위 P&A 비용 구성표


 순위

작품명 

순제작비 

P&A 비용 

관객동원 

 1

 마당을 나온 암탉

 31억 원

 18억 원

 220만

 2

 점박이 - 한반도의 공룡 3D

 55억 원

 15억 원

 105만

 3

 뽀로로 - 슈퍼썰매 대모험

 73억 원

 13억

 93만


*작품도 분명 잘 만들어야 하지만, P&A 비용을 15억 전후로 써야만 기본적인 흥행 요건이 갖춰짐




9
) 이 대목에서 제작사 대표님은 잠시 고민에 빠지시죠.


   지금 이상태 그대로 홍보비 쓰지 않고 형식적인 개봉만 하게 되면

   20억원의 제작 마진이 그대로 떨어지는데..

   이 돈을 작품을 위한 홍보비로 굳이 지출해 버리려고 할까요?



10) 한번쯤 계산은 해보겠죠.


    객단가 3,500원으로 대입해 보면.. 대략 45만명의 관객이 들어야
    홍보비 15억원을 회수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45만명도 결코 만만한 숫자가 아닌데;;

    문제는 45만명을 동원했다고 하더라도 수익이 발생하는게 아니라..
    그냥 원래 상황으로 돌아갈 뿐이라는 것.


    결국 홍보비를 쓰지 않는게 남는 장사라는 결론에 도달해..

    형식적인 개봉 절차에 들어가고..


    그와중에 흥행이 되면 좋고, 안되도 그만이고.



이것이 바로 한국에서


'100억 짜리 애니메이션이 쥐도 새도 모르게 개봉되는 이유'인 것입니다;;



한마디로 매우 비정상적인 투자, 수익 구조가 돌아가고 있는 것인데..

투자자들이 가만히 있냐고요? 분명 가만히 안계시죠;;


하지만 뿔난 투자자분들을 돌려보낼 변명성 레퍼토리는 매우 풍부 합니다.



" 우리는 정말로 흥행 시키려고 모든 노력을 다했는데..


배급사의 횡포, 애니메이션 산업에 대한 저변 취약, 정부 지원 미비...

한국 애니메이션은 무조건 까고 보는 네티즌들..."



정작 앞에 1번 유형의 제작사, 감독님들께서 당하고 계신 불합리를

왜 2번 유형의 제작사들이 더 큰소리로 부르짖고 계시는지..


저는 대체로 이해 불가 입니다;;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의 육성 및 진흥을 위한 공청회들에서..

1번 유형의 제작사, 감독님들의 논리는 명확 합니다.

지금 우리가 1년에 쓸 수 있는 돈이 100억원이 있다고 가정하면,


100억 짜리 애니메이션 한편을 투자, 지원할 것이 아니라..

30억 짜리 3편의 애니메이션이 나올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그렇게 최소한 1년에 3편씩.. 몇년간 시장이 돌아갈 수 있다면..
확률적으로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는 비율도 그에 비례해 상승할 수 있고..


그중에서 성공작을 만들어낸 제작사, 감독에게.. 투자 규모를 조금씩 늘려갈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한국 애니메션의 미래를 밝게하는 것이라고.



저역시 이 의견들에 100% 동감하는 바인데요.



하지만 그런 문제 재기와는 별개로..



앞으로도 한동안 국내에서 100억원대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누군가 말리든; 말리지 않든;; 유행처럼 계속해서 만들어질 듯 싶습니다. 




 현재 제작중인 100억대 한국 극장용 애니메이션들


 작품명

개봉 시기

제작비 

 스파크

2017

120억 원

 넛잡 2

2017

400억 원

 레이디버그

2017

120억 원

 빨간구두와 일곱난쟁이

2017

160억 원

 코드네임 : 아줌마

2018

370억 원

 개미왕국

예정

290억 원

 메가레이서

예정

120억 원



이밖에도 아직 제작 규모가 외부에 공개 되지는 않았지만..


<원더풀 데이즈>의 김문생 감독님이 기획 하고 계시는 또 다른 작품 <쿵푸 로봇 더킹>이나
<다이노 타임>의 토이온과 최윤석 감독님이 다시 준비중인 <드래곤 갓>.

그리고 <슈퍼 프렌즈>의 이경호 감독님이 준비중인 <트렁크맨> 등도..


아마도 모두 100억원대 사이즈의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참고 링크] 앞으로 나올 한국 극장용 애니메이션들




물론 이들중에서 글로벌 흥행 대작이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분명 있다고 보고,


특히 <빨간구두와 일곱난쟁이> 같은 경우는 기획 초기부터 관심을 가졌던 프로젝트라
개인적으로 기대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지금 이렇게 100억대 애니메이션들을

저렇게나 많이 만들고 있을 형편이 되느냐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이 남습니다.

(정말로 한국에서 애니로 투자 받기 힘든것 맞나요??)



뭐.. 성공만 해주신다면야 좋겠지만..


만일 제2의 <다이노 타임>이나, 제2의 <슈퍼 프렌즈>가 나온다면,,

대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



이런 일들을 감시하고, 비판해야 하는 국내 언론 기관들 조차..

전혀 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죠.




 



끝으로..


더 하고 싶은 말들이 많지만.. 다 썼다가 지우고;; 이거 하나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민간 기업이 스스로의 능력으로 민간 자본들을 끌어 모아서 벌이는 사업이라면..


100억이 들던, 1,000억이 들던.. 참견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국내에서 추진되는 100억대 애니메이션들의 '투자 구조'를 분석해 보면,


전략적 투자자(SI)를 찾아보기 힘들고, 제작사 자체 투자(현물 포함)를 빼고 나면..

재무적 투자자(FI)로 상당 부분이 채워져 있습니다. 




> 전략적 투자자



전략적 투자자는 쉽게 말해서 투자금 이외의 가치를 보고 콘텐츠에 투자하는 투자자 입니다.


일본의 극장용 애니메이션들 크레딧 보시면 쉽게 확인하실 수 있는데..
보시면 대개 아래와 같습니다.



배급사 (해당 작품의 극장 배급권 확보를 위해 투자)

방송사 (해당 작품의 TV 방영권 확보를 위해 투자)

출판사 (해당 작품의 출판 사업권 확보를 위해 투자)

게임사 (해당 작품의 게임 사업권 확보를 위해 투자)

캐릭터 사업자 (해당 작품의 캐릭터 라이센싱 사업권 확보를 위해 투자)



한눈에 아실 수 있듯이 대부분 사업별로 특정한 목적성을 둔 투자자들 입니다.


이런 사업자로들로 부터 투자 구조가 형성 되기 때문에..

작품이 완성되어 극장에 걸리는 순간, 동시 다발적이 사업 전개가 자동으로 일어 납니다.


투자자들이 곧 사업자이기 때문에 전력을 다해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물론 일본의 경우도 재무적 투자자들이 투자를 합니다만,

그 비율이 30% 이상을 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 재무적 투자자



재무적 투자는 말 그대로 투자금에 대한 배당과 원리금 수익만을

최우선으로 하는 투자금 입니다. (한마디로 돈 놓고 돈 먹기)


때문에 2차적인 부가사업을 일으켜 수익 창출할 때까지 기다려줄 여지가 적고
빨리 극장 개봉해서 흥행수입 발생하면 우선 리쿱하는게 목적이죠.


<넛잡 1>의 투자 구조를 분석해 보면 바로 알 수 있는데..



순제작비 약 210억 中 /


공적/금융 자금(KOCCA, 한국수출입은행, 기업은행) 86억 원

재무적 투자자(보광창투, 이수창투, CJ창투, 한화금융, 컴퍼니 K, 우리 인베스트먼트) / 85억원

전략적 투자자(KT 캐피탈-싸이더스) / 20억원

제작사(레드로버, 툰박스 자체 현물) 20억원 + @



200억원이 넘는 투자 구조 안에 전략적 투자자는 당시 극장 배급사업을 하던 싸이더스 뿐이고

(하지만 그 조차도 모체는 KT 캐피탈)


제작사 자체 현물 투자분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이 공적 자금과 재무적 투자금 입니다.


투자 구조 안에 뭔가 <넛잡>으로 사업을 벌일 회사가 들어와 있으면 좋은데..

그런 회사가 없기 때문에..


북미 박스오피스 2위까지 먹으신 작품의 부가 상품을 우리는 시중에서 볼 수가 없는 것입니다;;


(찾아보니 스티커북하고 필름북 나온게 전부네요.. ㅜ)




그렇다면 한국에서 이들 재무적 투자자들의 정체는 무엇이냐?



일부 특수관계사를 빼고나면..

거의 대부분이 정부에서 조성한 관련 펀드를 운용하는 창투사(VC)들이죠.


다시말해서.. '나라 돈'이라는 이야기 입니다.



그렇다면 이 돈들은 공공성을 담보해 두루두루 공평하게 쓰여져야 하는데..


어떤 제작사는 제작비 10억에 2억이 모자라서 완성을 못하고 있는데;;
어떤 제작사는 제작비 100억에 글로벌 간다고 하니까, 20억씩 나라 돈을 쏴주고 있는 현실.


제발 이런걸 좀 취재해서 보도 하시라는 이야기 입니다.











이번에 <부산행>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연상호 감독이

예전에 정부지원사업 관련 공청회 때, 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 왜 애니메이션 지원사업에는 하나 같이 '글로벌'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이윤 추구가 목적인 민간기업이 아니라, 정부가 지원 해서 만드는 애니메이션이라면,

1차적으로 우리 나라 어린이들을 위한 작품을 만들어야지..

국민들 세금으로 남의 나라 어린이들 동심 채워주는 일에 돈을 쓰는게 말이 되는가?! "
 





 송락현 / 100억 짜리 애니메이션이 쥐도 새도 모르게 개봉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