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다섯살이 되던 해 할아버지 생신 날, 저는 할아버지께 선물로 100원짜리 동전을 드렸습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슈퍼에 갔는데 100원이 모자랄 수도 있잖아?

 

그러면 그 때 이걸로 계산해!!’ 하고 드렸던 기억이 저에게도 어렴풋이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20년이 지나 며칠 전 오랜만에 할아버지 댁에 놀러갔습니다.

 

할아버지는 맛있는 빙수집을 알아놓으셨다며 저희 가족을 데리고 할아버지의 단골집으로 가셨습니다.

 할아버지가 계산하시려고 지갑을 꺼내는 순간 바닥으로 100원짜리 동전이 떨어졌습니다.

 

저희 어머니께서는 “아버님 백 원 떨어졌어요~ 불우이웃 저금통에 넣어 버릴까요?”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께서는 “나 줘라. 내가 죽을 때 건네줄 뱃값이야.” 라며 다시 당신의 지갑에 넣으셨습니다.

 

 “그런 얘기 들어본 것 같기도 하네요. 아버님은 100원 내시려구요?”

 

하며 어머니께서 얘기하자 할아버지는

 

“얼마가 중요한 게 아니지. 제일 맑은 물건을 주는거야.

인생 다 살고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때묻은 늙은이가 어린아이의 순수함으로 값을 치루는 거지.

뱃사공도 좋아할걸세. 조금 더 편안한 여행이 되지 않겠나? 조금 덜 외로울 것 같기도 하여”

 

 라며 허허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잊고 살았던 어린 날들을 아직도 할아버지는 간직하고 계시나 봅니다.


대숲을 보시는 분들도 바닥보다 할아버지의 무릎이 더 편하던 때가 있었을 겁니다.

오늘은 어릴 때 당신의 가장 좋은 것을 내어 주시던 할아버지, 할머니께 전화한통 드려보는 건 어떤가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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