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펨코리아 라는 사이트에서 쓴 글을 옮기는 것이라 반말로 쓰여 있는데, 이해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1편 링크: http://www.fmkorea.com/811629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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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거창하게 시작한 수학사 연재 두 번째는 그리스 수학의 역사 편이야.

 

저번 시간에는 고대 사회에서 수학이 어떻게 쓰였는지 간단하게 설명했는데, 이번 편부터는 기록이 많이 남은 만큼 좀 더 전문적인 내용을 다뤄볼까 해.

 

그리스 시대에 대한 설명을 먼저 할게. 그리스 시대는 현대 유럽 사회를 이루고 있는 모든 뿌리가 만들어진 시기라고 볼 수 있어. 철학, 수사학, 음악, 예술 등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지.

 

그리스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쓸모없는 지식에 대한 갈망이라고 생각해. 많은 노예를 농경, 토목공사 등에 이용하여 자유민들이 굉장히 먹고 살 만 했기 때문에, 실용적인 지식만을 추구하였던 고대 사회에서 벗어나 더 높은 차원의 학문을 추구하기 시작하지.

 


(그리스 자유민들은 아고라라고 불리는 광장에서 남들과 토론하기를 즐겼어. 지식인이라면 문화, 철학, 예술 등 모든 분야에 전문가급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게 그리스 사람들의 생각이었어. 투머치토커들의 전성기가 바로 이 때라고 할 수 있지.)

 

이러한 그리스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을 한 명만 꼽으라면 바로 플라톤이야. 이 사람을 어떤 말로 수식할 수 있을까. 철학, 예술, , 정치학 등에서 수많은 저서를 남겼고, 많은 제자를 양성한 사람이지.

 


(이탈리아 화가 라파엘로가 그린 유명한 그림이야. 가운데에 플라톤과 그의 제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있지. 여기 유명한 수학자들도 곳곳에 있는데, 시간 많은 사람들은 한번 찾아보길 바래.)

 

왜 뜬금없이 플라톤 이야기를 하냐 하면 이 사람의 사상이 수학 발전에도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야. 필요에 의한 수학이 아닌, 논리적 사고력을 키우기 위한 수학의 발전이 시작되었지. 그가 세운 유명한 학교인 아카데미아의 입구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붙어있었다고 전해져.

 

기하학을 모르는 자, 이 문을 들어서지 말라.’

 

이 말은 문자 그대로의 뜻이 아니라, 기하학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의 논리적 사고력만을 가진 자는 가르치지 않겠다는 상징적인 의미겠지. 그만큼 그리스 시대에서 수학은 현실 사회에서 사용되는 것만이 아니라 사고력 증진을 위한 중요한 과목 중에 하나로 다루어지게 되지.

 

그리스 시대에는 수많은 수학자들이 이름을 남겼지만, 대중에게 가장 유명한 사람은 바로 피타고라스 일거야.

 


 

피타고라스는 위에 그려진 피타고라스 정리를 비롯하여 유리수 연구를 비롯한 많은 연구를 진행했다고 알려져 있지. 하지만 이는 안타깝게도 사실이 아냐.

 

피타고라스 학파가 많은 수학적 연구를 진행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대표적 업적 중 하나인 피타고라스의 정리 증명 자체도 그가 태어나기 수백 년 전부터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등지에서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다고 해. 피타고라스의 업적에 대한 기록도 대부분 유실되어 현재는 그가 어떠한 업적을 남겼는지조차 알 수 없는 것이 사실이지.

 

피타고라스보다 더 중요한, 어쩌면 수학사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람 중의 한 명이 바로 이 시대 사람이야. 그의 이름은 바로 에우클리데스’, 혹은 유클리드’.

 


 

들어본 사람들도 많을거고, 어쩌면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도 있을 거야. 유클리드가 수학에 끼친 영향은 굉장히 커.

 

현대에 이르러 수학을 정의하자면 정의와 공리에서부터 시작하여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진리를 증명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는데, 유클리드는 처음으로 정의공리를 그의 저서에 밝힌 사람이야.

 

정의란 어떠한 개념을 수학적으로 규정한 것이야. 예를 들면,

 

원은 한 점으로부터 같은 거리에 있는 점들의 모임이다

 

머리 속에 한 점을 정하고, 일정한 거리가 떨어진 점들을 생각해봐. 그 점을 다 모으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원의 모양이 되겠지? 처음 정했던 점은 원의 중심, 정했던 거리는 원의 반지름이 될거야.

 

수학은 굉장히 예민한 학문이기 때문에, 어떠한 개념을 정확하게 정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 조금이라도 빈틈이 생긴 정의는 올바른 정의로 볼 수 없지.

 

공리란 우리가 당연히 맞다고 가정한 개념이야. 예를 들면,

 

‘A=B이고 B=C이면 A=C이다

 

모두가 보기에 당연한 말이지만, 안타깝게도 이를 수학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어. 때문에 이런 당연한 말들을 맞다고 가정하고 다른 정리들에 이를 이용하는 거지.

 

이렇게 정의와 공리들을 서술하고, 이로부터 그 당시 알려진 거의 모든 기하학적 정리를 증명한 책이 바로 기하학원론이야.

 

이 책은 수학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책인데, 현대 수학의 증명 방법이 이 책에 나와 있는 것과 정확히 같기 때문이지.

 

설명이 어려운 사람들은, ‘기하학원론이라는 책이 수학자들이 어떻게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길잡이를 제시한 책이라고 생각하면 돼.

 

이렇게 중요하기 때문에, 기하학원론이 성경 다음으로 서양 사람들에게 많이 읽힌 책이라는 말이 있어.

 

유클리드의 증명 방법이 궁금하면, 가장 쉬운 예시인 삼각형의 내각의 합은 180도이다를 어떻게 증명하는지 간단하게나마 보여줄게.

 


 

1. a와 각 e는 동위각이므로 그 크기가 같다.

 

2. b와 각 d는 엇각이므로 그 크기가 같다.

 

3. c와 각 d, e를 합한 각은 직선을 나타내는 각으로, 그 크기는 180도이다.

 

4. 따라서 각 a, b, c의 합은 180도이다.

 

물론 이전에 동위각, 엇각의 크기가 같다는 사실도 증명해야겠지. 이처럼 수학의 증명은 공리와 정의라는 벽돌을 가지고 집을 아래에서부터 차근차근 지어나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어. 이 벽돌들을 가지고 새로운 층을 만들고, 그 층 위에 증명된 정리들을 가지고 새로운 층을 쌓는거지.

 

유클리드가 그 당시의 모든 수학적 지식을 집대성하기는 했지만, 유클리드 말고도 수학을 발전시킨 수학자들은 수없이 많아.

 

그 외에 가장 유명한 수학자로는 시라큐스(지금의 시칠리아 섬)에서 나고 자란 아르키메데스가 있지.

 

유클리드가 기하학의 아버지라면, 아르키메데스는 공학의 아버지야. ‘유레카로 가장 널리 알려진 아르키메데스는 수학적 연구를 한 것뿐만 아니라, 이를 실생활에 응용하는데 굉장한 재능이 있었어.

 


(이 지렛대의 원리 덕분에 우리가 편하게 일을 하고 있지. 병따개, 지게차, 도르래 등은 모두 아르키메데스의 아이디어에서 파생된 것들이야.)

 

아르키메데스는 비참한 최후로도 유명한데, 로마의 침략을 받은 시라큐사의 모래밭에서 기하학 연구를 하고 있던 아르키메데스를 몰라본 로마군 병사에게 아르키메데스는 내 그림을 밟지 말라고 했고, 이에 화가 난 병사는 그를 죽이고 말았다고 해.


 


이들 외에도 디오판토스라는 수학자는 정수론 연구를 진행한 것으로 유명해.

 

고대 수학은 곧 기하학이었다고 얘기했었는데, 이 뿐만 아니라 정수론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연구 대상이 되었지.

 

정수론은 정수에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수학이야. 풀이가 아름다운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많은 수학자들에게 흥미를 유발하는 과목이지.

 

가장 간단한 정수론 문제로는 디오판토스의 묘비에 새겨진 것이 있어.

 

신의 축복으로 태어난 그는 인생의 1/6을 소년으로 보냈다. 그리고 다시 인생의 1/12이 지난 뒤에는 얼굴에 수염이 자라기 시작했다. 다시 1/7이 지난 뒤 그는 아름다운 여인을 맞이하여 화촉을 밝혔으며, 결혼한 지 5년 만에 귀한 아들을 얻었다. ! 그러나 그의 가엾은 아들은 아버지의 반 밖에 살지 못했다. 아들을 먼저 보내고 깊은 슬픔에 빠진 그는 그 뒤 4년간 정수론에 몰입하여 스스로를 달래다가 일생을 마쳤다.” (출처: 나무위키, 디오판토스 항목)

 

이처럼 그리스 시대에는 수많은 수학자들이 등장해서 수학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지. 이러한 역사가 이어진다면 수학의 미래는 밝은 것처럼만 보이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이후 수학은 수백 년 간 크게 발전하지 못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