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수년간 1천여개의 차명계좌를 운용해온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 재벌 총수들에 대한 고율 과세 조처로, 1천억원 이상의 세금 납부를 고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 회장에 대한 고율 과세와 과징금 부과를 두고 숱한 논란을 겪은 끝에, 실제 세금 납부 절차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18일 국세청과 금융투자업계 등의 말을 종합하면, 국세청은 지난 2~3월 두 차례에 걸쳐 삼성증권 등 증권사들에 금융실명법상 차등과세 조항에 따라 산출된 납부세액 1039억원을 고지했다. 금융실명법은 계좌의 실소유주와 계좌 명의인이 다른 사실이 수사당국 수사나 금융감독원 검사, 국세청 세무조사 등으로 확인된 경우에 한해, 해당 계좌에서 발생한 이자·배당소득에 90% 세율로 과세하도록 하고 있다. 일반 이자·배당소득에는 14%의 세율만 매기고 있어 징벌적 조처로 볼 수 있다.


이번 납세는 원천징수 의무가 있는 금융회사들이 먼저 이 회장 등 계좌 실소유주를 대신해 세금을 낸 뒤, 실소유주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미 과세 대상 차명계좌 대부분이 해지된 탓에 원천징수를 할 자산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구상권 절차가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세금 대납을 미뤄온 금융회사들이 지난 2월 말에 고지된 1차 세액을 모두 납부했다. 


이어 국세청이 다시 2차 고지분을 3월 초에 금융회사들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세금을 대신 낸 금융회사들이 앞으로 이 회장 등에게 구상권 절차를 밟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국세청이 고지한 구체 내용을 보면, 우선 1차분 고지(2월)에선 이 회장 차명계좌의 경우 2008년 1~3월과 2013년 1~3월에 발생한 소득이 과세 대상으로 분류됐다. 또 다른 과세 대상자의 차명계좌에서 2013년 1~3월 동안 발생한 이자·배당소득에 대한 과세를 포함해 112억원이 납부세액으로 정해졌다. 


이번 과세 대상에는 이 회장 외에 다른 이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납부 대상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2010년 이후 수사당국에 의해 차명계좌 운용 사실이 적발된 이재현 씨제이 회장이나 이명희 신세계 회장 등이 거론된다. 다만 차명계좌에 운용한 금액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 회장이 내야 할 몫이 전체의 절반 이상이 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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